토지-건물-시설 임대 후 분할상환 ‘특혜’

괴산군이 장류식품산업 육성을 위해 유치한 진미식품 괴산공장 신설이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같은 논란은 괴산군과 진미식품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일고 있으며 적극적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괴산군이 추진 사업에 대해 기대효과와 장밋빛 구상만 홍보하고 추진경위와 배경 설명 및 세밀한 대책을 마련해 홍보하는 것을 게을리 해 의혹을 불러오게 했다는 지적이다. 괴산군 홈페이지 임각수 군수의 인사말에는 ‘장류식품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산업단지는 99만㎡(30만평) 이상, 농공단지는 33만㎡(10만평) 이상을 말하는데 진미식품은 4만3640㎡ 넓이에 불과하고 인근에 장류식품 업체도 전무해 1개 공장유치가 맞는다는 여론이다.

▲ 특정기업에 토지-건물-시설 일체를 제공 후 임대 분할상환 방식 지원에 대해 특혜논란을 빚고 있는 진미식품 괴산공장이 5월 시험가동에 들어가게 된다. 사진은 진미식품 괴산공장 조감도.
또 괴산군은 발효식품농공단지, 유기식품산업단지도 조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9년 세계김치연구소 유치도 광주광역시로 넘어가 수포로 돌아갔다.

최근 주민 홍 모씨가 괴산군 홈페이지를 통해 진미식품 괴산공장 유치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군과 질의 응답을 이어갔다. 홍씨는 이와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요구했지만 괴산군은 응할 수 없다는 답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7년 전 귀농한 홍씨는 괴산군 청안면에 거주하고 있다. 홍씨는 “국민 혈세가 수십억 씩 들어가는 사업이 어떻게 사기업에 몰아주기식 특혜를 줄 수 있는지 궁금했다”며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로 진행되고 그 과정이 군민들에게 알려져야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유치과정 전면공개 어려워”

하지만 군 관계자는 “기업체 하나 유치하기도 너무나 힘든 것이 현실이다. 과정을 공개한다면 성사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다”고 토로하고 “다만 유치가 확정되고 계약이 마무리되면 적극적인 설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부지 조성 후 기업체에 토지 분양까지만 타 시군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게 일반적인 기업유치 과정인데, 이번 진미식품 유치의 경우 토지·건물·시설까지도 군이 맡아 제공한 후 임대 및 분할상환 매각하는 방식으로 혜택을 줘 ‘특혜’ 논란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높다.

취재결과 이번 진미식품 괴산공장 유치 논란이 의혹으로까지 회자되는데는 군과 회사 측이 자초한 면이 크다는 판단이 섰다.

대전지역이 급속히 광역 도시화가 되면서 공장 증설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공장 이전바람이 불고 있다.
‘장충동왕족발’은 2008년 10월 대전 대덕구 평촌동에 있던 공장을 충북 청원군 현도면으로 이전했다. 이유는 대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한 1973년 대전에 설립한 삼원식품도 2000년 ‘해찬들’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장류 전문기업으로 성장했으나 지난 2006년 9월 CJ에 인수합병(M&A)됐다.

이런데다 60년 전통의 진미식품마저 괴산으로 모두 이전하게 된다면 대전지역의 여론이 들끓게 돼 자칫 사업이 물거품 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게다가 진미식품 송인섭 회장은 대전 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진미식품 핵심관계자는 “솔직히 언론의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어차피 임대료를 내고 향후 우리가 감정평가에 의해 매입을 하게 되는 데 무슨 특혜의혹이냐”며 유치를 한 관계 공무원에 대해서는 표창감이라는 의견까지 나타냈다.

충북도 관계자는 괴산군의 진미식품 유치에 대해 “이 사업은 지역균형발전 전략사업으로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광특회계)’로 국가예산을 지원 받은 것”이라며 “충북의 경우 제1단계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1,250억의 사업비를 낙후 6개(보은,증평,영동,옥천,단양,괴산)군에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자료에 따르면 A그룹, B그룹, C그룹으로 나뉘어 도비와 군비의 비율을 A그룹은 80:20, B그룹은 70:30, C그룹은 65:35 %로 부담하게 된다. 이에 따라 A그룹인 괴산군은 사업비 162억5000만 원 중 도비 130억 원, 군비 32억5000만 원을 분담하게 된다.

진미식품 괴산공장은 괴산읍 대덕리 산 15번지 일원 4만3천640㎡의 터에 건축면적 8천450㎡ 규모인데 162억5000만 원 사업비는 부지매입, 설계비, 부지조성비, 건축공사, 제조설비 등으로 투입되는 데 준공되면 괴산청결고추, 콩, 쌀 등 청정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한 장류식품을 생산하게 되고 2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난다는 계획이다.

사업에 대해 사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라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주민 홍씨는 “만약 진미식품이 손을 들고 나간다면 투자된 재원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단도직입적인 질문도 한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만에 하나 그럴 경우 건물과 시설은 괴산군 소유로 남게 되고 다른 전문업체를 찾아 인수시키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진미식품도 162억5000만 원(현재시가) 매각대금 외에도 2017년까지 34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게 된다”며 “굴지의 기업체를 유치하는 데는 매우 복잡한 단계를 거쳐서 성공하게 된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감평가로 임대 및 분할상환 문제없다”

그러나 토지-건물-시설 일체를 건설해 임대 후 분할상환 계약을 실시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만큼 보다 심도 있는 대책마련과 군민들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아무리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업 시행이라도 주민 정서와 여론을 살피지 않으면서 진행하는 것은 역풍의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충북도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받은 것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사업기간에 괴산군과 진미식품이 어떻게 특혜 논란을 잠재우게 될지 주목된다. 한편 주요건물은 이미 지난 3월 중순 준공검사가 완료됐고 4월 중 기계시설 설치를 완료하고 5월 중에 시험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민들은 서명운동을 통해 주민감사 청구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결과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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