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없이 보여주기만 급급했던 민선 3·4기 전시행정 후유증 여전

▲ 제천의 대표적 흉물이자 안전 위해 요소로 지적받는 명동 복합상가 건물. 시는 불법시설임을 알면서도 수년 째 이를 눈감아주고 있다.
도심 옥외 광고물 정비 사업을 포함한 제천시의 건축 행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제천시는 지난 2008년부터 2년 동안 국도비 포함 10여억 원을 들여 옥외광고물 시범가로 조성 사업을 벌였다.

제천시는 2007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와 충북도가 실시한 옥외광고물 시책 추진 평가에서 우수와 최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돼 관련 사업비를 확보했다. 또 도심 정비를 통한 도시 이미지 제고를 강조해온 엄태영 당시 시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조치라며 대대적인 홍보활동에 나섰다. 도심 대로변을 중심으로 약 200여 점포의 간판을 무상으로 정비한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제천시의 도시 미관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이 시책은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당초 의도와는 달리 도시 미관의 일관성이나 통일성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역 시민단체에 관계하고 있는 한 법조인은 “시의 이미지나 특색에 맞는 색상, 도안, 규격, 재질로 일관되게 간판을 제작하지 않고 업주의 의도에 맞게 뒤죽박죽으로 설치하다 보니, 정제되고 단정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이런 사업에 아까운 혈세가 십수 억이나 투입된 것은 잘못이며, 전형적인 낭비성 전시행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그런가 하면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옥외광고물 개선 사업에 나섰던 시가, 한편으로는 미관 훼손뿐 아니라 시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불법 시설물을 몇 년째 무단 방치해 빈축을 자초하고 있다.
명동 옛 제천백화점 자리인 명동코아 상가건물(7층 규모의 복합 상업시설) 6층에는 보기만 해도 아찔한 돌출 구조물이 위태롭게 건물 밖으로 삐져나와 있다.

지난 2008년 10월 이 건물을 경매로 인수한 건물주가 상가 재개장을 위해 시설 일부를 증축한 것으로 보이는 이 가설 구조물은 관계법 상 명백한 불법 시설물이다. 뿐만 아니라 건물 중간에 멋대로 돌출된 모양새는 물론 건물 본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상과 소재는 흉물을 보듯 밉상이다.

이미 본보(2009년 3월 4일자 보도)를 포함한 지역 언론이 여러 차례 고발 기사를 보도했을 만큼 이 건물은 도시 미관과 안전을 해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09년 1월에는 인근 주민들이 제천시에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까지 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시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인근 주민 김모 씨는 “멀쩡한 콘크리트 벽면을 뚫고 20m에 가까운 허공에 철근 패널을 붙여 가건물을 만들었으니, 그 모습이 얼마나 위태하고 아찔하겠는가?”라며 “도심 한복판에 이처럼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구조물이 몇 년째 방치돼 있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보는 지난 2007년 2월부터 2009년 3월까지 화산동 P주유소가 건물의 증축 때 조경으로 심은 나무를 준공검사 직후 무단으로 철거하고 주차장 등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현장을 4차례에 걸쳐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는 불법 행위를 확인하고도 지금껏 아무런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당시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한 B씨는 “중앙시장의 경우 30년이 지나 노후된 건물 천정을 수리하려 했지만 시 건축 부서가 관계법을 이유로 이런저런 제재를 취해 결국 보수공사를 포기한 바 있다”며 “형평성을 놓고 보더라도 민원과 언론보도를 통해 공공연히 불법이 확인된 사안은 봐주기로 일관하면서 주민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는 엄격한 잣대로 훼방만 놓는 제천시의 건축행정은 한 마디로 청개구리 심보”라고 힐난했다.

그러나 제천시는 “시정조치를 취하겠다”거나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합당한 행정 제재를 가하겠다”고 매번 약속을 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오히려 “민원 내용대로 엄격하게 처리한다면 제천시내 어떤 건물도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짜증스런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민선3~4기 제천시는 ‘나이스 제천(NICE JECHEON)’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발 빠르게 도입했다. 도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전문 기관에 관련 용역을 발주하는 등 ‘푸른 제천’ 만들기에 시정 역량을 쏟아 붓기도 했다.

그러나 겉 다르고 속 다른 전시행정 탓에 시민의 피부에 닿는 성과를 거두는 데에는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명백한 불법 행위를 눈감아 준 채 ‘도시미관 살리기’라는 헛구호에만 매달린 결과다.
민선5기 시정은 이 같은 전시행정에 지친 시민들의 피로감을 해소하고 천문학적 예산투입이나 떠들썩한 자기자랑의 후유증을 잘 정돈해 달라고 시민들은 입을 모은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