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부족함을 느끼는 사랑 ‘2% 부족할 때’

스토리텔링을 만나다(5)
권희돈/ 청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장면#1-여자의 방
남자: 아 심심해. 아직 안 끝났어?
여자: (컴퓨터를 하며) 음, 얼마 안 남았어, 거의 다 됐어.
남자: 심심한데.
여자: (웃으며)책 봐.
남자: (여자 발을 간질이며) 뭐 해? (여자의 체취를 맡는다)
여자: (연필로 남자를 위협한다)
남자: (여자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한다. 이때 당구장에서 친구로부터 온 전화벨이 울린다. )
아, 여보세요. 진짜? 아 지금 타이밍이, 내가 꼭 필요하단 말이지?
(여자에게 금방 나갔다 오겠다며 일어선다. 당황한 여자가 남자에게 매달린다.)
여자: (냉장고에서 2%를 꺼내어 머리에 대고 열을 식히며) 너는 내가 쉽니? 나 아직 니 꺼 아냐. 있어줄 때 잘 해.

장면#2-남자가 나간 뒤의 여자의 집
여자: (화가 나서 베란다를 서성이며, 전화기에 대고)야, 너 지금 어디야. 내가 생각해 봤는데, 너 나랑 몇 번 잤다고 사랑이 그렇게 달라지냐? 너 대체 뭐하는 인간이야? 얼마나 대단한 약속인진 모르겠는데, 어떻게 여자 친구를 내 팽개치고 그렇게 가냐?
여자: (전화기에 대고)생각해 보니 진짜 열 받는다.(남자는 당구장에서 무심하게 듣는다) (베란다 밖 아래를 보며)아저씨 그냥 가시던 길 가세요. (당구치는 소리 들린다) 야 너, 잠시만, 너 어디니? 야 그만 해 나도 이제, 끝내.
남자: (당구장에서 전화를 끊어버리고) 쳐, 쳐.
여자: (베란다에서 서성이며 2%를 마시며 한숨을 쉰다)

장면#3-회상
남자: (강변, 밤, 하트모양의 촛불이벤트) 하나, 둘, 셋, 수미야 나랑 사귀어 줘.(무릎 꿇고) 잘 노는 남자 좋아한댔지. 나, 노래도 잘 못해. 근데 춤은 진짜 잘 춰. 나와!(친구들이 나와서 같이 춤을 춘다.) 뿅뿅 날려 주세요.(여자는 즐거워 한다) (첫키스 클로즈업샷)
남자: 사랑해.(전화벨이 울린다)
여자: 받아도 돼.(웃음 띤 얼굴로 속삭이듯)
남자: 아, 누구야, 중요한 순간에.(핸드폰 던지고 다시 키스에 몰입한다)

장면#4-내레이션(여자의 목소리로)
사랑할수록 난 너무 작아지고, 함께 한 만큼 넌 점점 변해 가. 그래도 이대로 끝낼 순 없는데, 나 어떡하지? 너의 사랑은 몇 % 부족하니? 2% 부족할 때 홈페이지에서 너만의 이야기를 들려줘.

▲ ‘2% 부족할 때’ 광고에 입힌 이 이야기는 꿈과 감성을 효과적으로 입혔기 때문에 성공을 거두었다.
광고에 이야기를 입힌다는 것은 꿈과 감성을 입힌다는 것이다. ‘2% 부족할 때’ 광고에 입힌 이 이야기는 꿈과 감성을 효과적으로 입혔기 때문에 성공을 거두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2% 부족할 때’라는 브랜드네이밍(Brand naming)을 잠깐 보고 넘어가자. 네이밍이란 어떤 조건에 맞는 이름을 붙이는 것을 의미한다.

2% 부족할 때란 브랜드 네이밍은 유사한 상품이 타사에도 많이 있지만, 자사 제품의 독자성과 개성을 잘 살린 이름이다. 단순히 제품의 이름을 독특하게 알리는 효과를 넘어 제품의 특징을 나타내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현대는 브랜드네이밍의 시대라고도 한다.

제품뿐만 아니라 회사나 단체나 개인의 경우에도 브랜드네이밍을 독창적이며 개성이 돋보이는 이름을 붙여서 사용하면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이 광고가 성공을 거둔 스토리텔링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보자. 이 이야기에는 남녀 간 사랑의 갈등이 있고, 이야기 너머에 2% 부족한 인생이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즉 사랑의 갈등을 드라마화 하여 소비자의 감성과 호기심을 자극하고, 누구에게나 부족한 2%의 희망 주제로 소비자를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하였다.

어느 시인은 사랑하였기에 행복했다고 하였지만, 사실은 어떤 사랑도 만족이란 없다.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식어버린다. 식어버리면 갈등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인생도 이와 같아서 어느 누구도 만족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그날이 그날 같은 자동화에 빠져버린다. 그래서 늘 부족감을 느끼는 것이 사랑이고 인생인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사랑이든 인생이든 항상 부족감을 느끼기 때문에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부족감을 채워보고 싶다는 욕망은 곧 희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래서 희망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에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에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미래학자 롤프 엔센은 현대 사회를 드림 소사이어티 즉 꿈과 감성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예언하였다. 기업의 광고나 공익적인 광고도 꿈과 감성을 입혀야 힘을 얻는다. 첨단매체도 문화예술과 결합하여 사람들의 꿈과 감성을 키워줘야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한 개인이나 가정이나 도서관이나 박물관 같은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감성을 자극하고 꿈을 키워주는 스토리텔링은 그리하여 날이 갈수록 드림 소사이어티 시대에 각광받는 문화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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