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애 충북도의회 의원과 이기용 충청북도교육감이 흥미진진한 논쟁을 벌였다. 학생들의 야간자습이 ‘자율이냐, 타율이냐’를 놓고 12일 도의회 임시회에서 설전을 벌인 것이다. 최 의원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강제성을 띠고 있다’는 증언을 하고 있다”며 “학생들을 강제로 학교에 붙잡아두는 방식의 자율학습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청주시내 자율학습 참여율이 90%에 이르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교육감은 이에 대해 “최근 자율학습 현황을 전수조사 해봤는데 참가율이 96%인 학교도 있지만 14%에 불과한 학교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강제성을 띤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학생들과 함께 늦은 밤까지 학교에 남아 학습을 지도하고 진로를 상담하는 교사들의 열정에 주목해 달라”며 응수했다.

사실 이는 논쟁거리도 아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자. 모든 아이들의 적성과 특기가 학과수업은 아닐진대, 대다수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다는 것은 다 아는 거짓말이다. 그래도 교육감이 강제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등 뒤에 야간자습에 찬성하는 학부모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자율학습에 대한 찬반의사를 나타낼 때 부모의 의사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냥 공부나 하라’고 말하는 이유

말콤 글래드웰이라는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쓴 ‘아웃라이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는 ‘1만시간의 법칙’이 등장한다. 누구에게나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전제로 이 책은 시작된다. 그러나 성취한 사람들의 경력을 연구할수록 재능의 역할은 줄어들고 연습의 역할이 커진다는 것이 이 책이 요지다.

베를린음악아카데미의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그룹은 장래에 세계수준의 솔로 주자가 될 수 있는 학생들, 두 번째 그룹은 그냥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학생들, 세 번째 그룹은 프로수준의 연주를 해본 적이 없고 공립학교 음악교사가 꿈인 학생들이었다.

이들에게 ‘처음으로 바이올린을 집어든 순간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왔는가’ 물었다. 모든 학생들이 연주를 시작한 시점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연습량의 차이가 발생해 결과적으로 스무 살이 되면 엘리트 학생은 1만시간을 연습한 반면 그냥 잘하는 학생은 8000시간, 미래의 음악교사는 4000 시간을 연습했다는 것이다. 1만시간은 하루 3시간씩 10년을 투자한 결과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1만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현실은 일단 1만시간을 찾아주는데 큰 관심이 없다. 대학입시를 위해 초·중·고 12년이 존재하고 취업을 위해 대학 4년이 있을 뿐이다. 사실 1만시간이 필요한 분야를 찾았다하더라도 문제다. 그 순간 자녀로부터 학부모의 능력이 심판대 위에 오른다. 부모들이 ‘그냥 공부나 하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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