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위, 수동성당에 다시 설치하자 또 ‘이동요청’

<한겨레신문> 청주시민들의 모금으로 만들어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표지석(사진)이 21개월만에 다시 선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시민위원회는 지난 12일 밤 청주시 수동 천주교 수동성당에 표지석을 설치했다. 김연찬 추모시민위원장은 14일 “노 전 대통령의 표지석을 더이상 어두운 곳에 둘 수없어 일단 처음 자리했던 수동성당 정원에 다시 모셨다”며 “표지석 제작 당시의 본 뜻대로 청주 상당공원에 설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추모시민위원회는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청주 상당공원 합동 분향소를 찾았던 시민 조문객 4만5000여명이 낸 성금 가운데 400여만원으로 표지석을 만들었다. 높이 75㎝의 화강암 좌대에 폭 60㎝ 크기의 남한강 오색으로 만든 표지석에는 노 전 대통령의 웃는 얼굴과 ‘사랑합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좌대 정면에는 ‘당신의 못다 이룬 꿈 우리가 이루어 가겠습니다’, 좌우 옆면에는 ‘살기 좋은 환경, 국가 균형 발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이 모두 함께 상생하는 길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 등의 글이 들어갔다.

시민위는 표지석을 노 전 대통령 49재인 2009년 7월10일 상당공원 한켠에 설치하려 했지만 보수단체와 청주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실랑이 끝에 공원에서 400여m 떨어진 수동성당에 설치했지만 수난이 이어졌다. 표지석은 일부 신도와 천주교 청주교구의 반대로 일주일만에 성당을 떠나 청원군 오창의 한 농가 창고의 어둠속에서 볕가마, 농기계 등과 벗하며 홀로 지내왔다.

시민위는 그동안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일반에게 개방된 청남대에 이 표지석을 두려했지만 충북도의 반대로 역시 무산됐다. 봉하마을과 한 절에 두는 것도 추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시민 공모까지 했지만 둘 곳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8월말께 한범덕 청주시장을 찾아가 상당공원 설치를 타진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박노설 청주시 공원녹지 담당은 “노 전 대통령 표지석만 공원에 두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데다, 보수단체 등의 반대 등 시기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설치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21개월만의 수동성당 외출도 ‘잠깐 나들이’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 청주교구와 성당이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곽동철 수동성당 주임신부는 “어쩌다 표지석이 성당으로 다시 들어왔지만 곧 다른 곳으로 옮겨 질 것”이라며 “추모위원위원회 쪽에 이동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추모위원은 “십시일반 성금을 내 준 시민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같아 노 전 대통령 2주기 추모식 때까지 이곳에 모시려 했는데 안타깝다”며 “다른 추모위원들과 상의해 적당한 장소를 찾아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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