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운용여부에 따라 대세 가를수도

정치개혁의 주요 과제로 인식됐던 국민경선에 대한 지방정치권의 관심이 시들해졌다. 굳이 경선을 치를 만큼 질적 측면에서의 치열한 당내 경합을 보이는 선거구가 드문데다 경선에 따른 각종 역기능이 선거가 임박할수록 당사자들에게 점점 더 크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경선은 그 운용에 따라 얼마든지 선거전의 결정적 호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내 각 정당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도내 전 선거구에서 국민경선을 완전히 배제할 경우 유권자들의 실망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를 감안, 도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특정 선거구를 대상으로 국민경선을 시범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그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초엔 경선에 대한 국민기대감이 컸던게 사실이지만 충북의 경우 지금으로선 한 두곳을 제외하고 국민경선을 치러야 할 만큼 분위기가 성숙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정치개혁이 17대 총선의 최대 화두인 마당에 경선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후보 당사자들의 협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마땅한 지역을 택해 시범적으로 국민참여형 후보경선을 추진, 분위기를 선도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불리하다고 피하지는 않겠다”
이와 관련, 현재 두 당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청주 흥덕구 지역이다. 열린우리당은 흥덕 갑구에서, 한나라당은 흥덕 을구에서 당초 국민들에게 약속한 원칙적인 경선이 이루어지길 은근히 바라고 있다. 분구예정인 흥덕 갑구는 현역인 한나라당 윤경식의원에 맞서 열린우리당의 유행렬 박영호씨가 오래전부터 활동해 온 곳으로, 최근 오제세 전 청주부시장이 열린우리당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당내 3파전의 막이 올랐다. 박영호 유행렬씨는 과거 똑같이 충북대 총학생회장을 지내며 민주화운동을 선도한 전력에 걸맞게 서로 페어플레이를 약속하며 ‘깨끗한 승부’를 예고했던터라 당에서도 이곳을 일찌감치 경선 대상으로 분류했었다. 그런데 오제세씨의 합류로 경선의 당위성이 더 높아진 것. 오제세씨는 이 문제에 대해 아주 솔직한 속내를 내보였다. “물론 경선을 하게 되면 후발주자인 내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주변에선 많이 말리고 있다. 나 역시 당의 언질을 받고 출마한 마당에 굳이 경선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경선이 유권자들의 여론이고 또 당의 방침이라면 당당히 응하겠다. 불리하다고 해서 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차피 판단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오제세 유행렬씨는 지난 16일 첫 만남을 갖고 경선에 대한 상호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행렬씨는 “열린우리당의 창당 이념을 존중, 가장 공정하고 가장 원칙적인 경선을 하자고 했다. 그러면 비록 떨어지더라도 승자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견을 밝혔고 상대방도 이를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만약 당에서 이런 뜻을 받아준다면 가장 모범적인 경선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현재의 분위기는 흥덕 갑은 무조건 경선으로 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미 어느정도 당내합의가 이루어졌다. 경선을 잘 치르면 후보와 정당지지도를 높이는데도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고 밝혔다.

경선은 신뢰성 담보가 관건
한나라당 역시 충북의 정치 1번지로 새롭게 부상하는 흥덕구를 내심 국민경선을 위한 관리지역으로 지목하는 눈치다. 이곳 흥덕 갑구에선 현재 남상우 전 충북도부지사와 김준환변호사, 송태영 중앙당 부대변인 등 3명이 한나라당 공천을 놓고 양보없는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 세 후보의 인물경쟁력이 서로 만만치 않은데다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흥미있는 경쟁구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전략적 경선 대상지로 꼽힌다. 도지부가 주선해 이미 두달전쯤 이들 3명에게 경선여부를 타진한 적이 있는데, 이 자리에서 김준환씨는 경선을 강력 주장한 반면 남상우 송태영씨는 탄력적 적용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상우씨는 “당에서 경선하라면 얼마든지 응할 용의가 있다. 다만 후보들이 서로 합의할 경우 더 효율적 방법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100% 국민참여형 경선은 명분으로서야 절대적으로 옳지만 사실 현실적용엔 난제가 많다.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해 전화상으로 정당 지지여부와 선거인단 참여여부를 묻기 때문에 상대당 후보나 지지자가 작심할 경우 우리쪽의 당선자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후보들이 부담해야 할 경선경비와 약 15일 정도 소요되는 경선절차도 문제다. 이미 시간이 촉박하다. 확실한 공정, 신뢰성만 담보된다면 여론조사나 면접심사에 의한 후보결정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신인들에겐 경선경비도 문제
송태영씨는 “경선을 치를 경우 해당 후보들은 약 2000만원 내외로 추정되는 경비를 자체 부담해야 한다. 정치 신인들에겐 예선에서 이런 돈을 들인다는 것 자체가 사실 큰 부담이다. 경선여부는 당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중앙당 공천심사위가 아직 이곳 흥덕구 문제를 구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물론 당차원의 공식적 여론조사도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경선여부는 당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당당한 승부일수록 더 좋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충북의 경우 현재 청주 흥덕 을과 제천단양 등에서 경선 가능성이 있는데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청주쪽에서 시범실시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고 반문해 이곳의 경선가능성을 열어 놨다.

낙천대상자는 차라리 경선이 보약?
열린우리당, 이용희씨 관련 주목

현재로선 충북에서 국민경선을 도입할만한 소재가 되는 곳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한나라당은 청주 흥덕 을과, 송광호의원과 정찬수 부대변인이 신경전을 벌이는 제천 단양 정도를 꼽을 정도이고, 열린우리당 역시 흥덕 갑과 청원, 보은옥천영동 등 고작 세곳만을 주목한다. 특히 열린우리당 보은옥천영동의 경우 후보로 나선 이용희 전의원이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대상자에 올라 관심이 더 하다. 당내에선 차라리 경선을 통해 ‘낙천 대상자’라는 주홍글씨를 떼어 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미 중앙당이 총선시민연대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기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개별 당사자에 대한 실체를 외면한채 어떤 일괄 조치를 적용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낙천 대상자에 오른 송영길의원이 대표적 사례다. 그가 386 개혁정치인의 상징적 인물이지만 한때의 과오로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대상자로 오르는 바람에 지금 당 차원에서 구제책이 모색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맥락에서 이용희씨는 차라리 경선을 수용, 자신에게 붙여진 부적격 딱지를 한꺼번에 떼어버리는 효과를 누릴 필요가 있다. 일단 경선을 통과할 경우 낙천 대상자라는 오명은 많이 불식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용희 전의원은 경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지난 16일 지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앙당의 단수후보 공천지역 발표를 본 후 경선이든 뭐든 중앙당의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경선 수용의사를 밝히면서도 “초등학생과 대학생이 씨름을 한다고 해서 구경꾼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을 공천심사위가 잘 알 것이다”고 말해 단수후보 공천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물론 같은 당에 후보공천을 신청한 소장파 김서용씨를 겨냥한 말이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경선여부 결정엔 후보 당사자들의 의사가 절대적이다. 이번 이시종 전충주시장 공천을 둘러 싼 당내 갈등을 감안하더라도 순리에 따르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고 말해 역시 경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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