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성문화연구회, 길이 110m 높이 3m 규모확인

충주 하늘재에서 하늘재 석성(石城)에 이어 신라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토성(土城)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일성 충주대 명예교수(현 예성문화연구회 고문)는 최근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를 잇는 하늘재(옛 계립령)에서 길이 110m, 높이 2.4~3m 규모의 토성을 처음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성은 충북과 경북의 경계에 위치한 기존의 ‘하늘재 석성’ 맞은편 포암산에서 뻗은 능선과 월항삼봉에서 북서쪽으로 뻗은 능선이 마주해 보이는 해발 480m, 너비 100m 계곡 일부를 막아 쌓았으며, 신라가 경상도 쪽으로 오는 적(고구려 또는 백제)을 막기 위해 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 충주 하늘재에서 토성이 석성에 이어 추가로 발견됐다.
성은 북벽과 동벽, 남벽 등 ‘ㄷ’자 형태로 구성되고, 체성의 전체 길이는 약 110m, 높이는 2.4~3m, 체성의 폭은 밑면 11~12m, 윗면의 폭은 2~6.5m이다.

동벽과 남벽 사이에 물이 흐르는 개울이 있는데 자연 상태의 출수구로 보이며, 여기는 축성하지 않고 너비는 대략 3m이다.

토성의 동북쪽 50여m 지점에 ‘하늘재 석성’이 있어 상호 보완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석성과 토성 중 어느 것이 먼저 축성했는지는 학술조사가 이뤄져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교수는 “신라의 성곽은 5세기 말까지 토성이 중심이고, 6세기 중반 경 석성으로 개축되는 점으로 보아 ‘하늘재 토성’이 ‘하늘재 석성’보다 먼저 축성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일반적으로 중요한 길목을 차단하는 차단성은 길을 막는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만 이 토성은 길을 그대로 두고 축성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산성도, 차단성도 아닌 행성(行城)으로 판단된다고 최 교수는 밝혔다. 그는 “중요한 고갯길인 계립령 북쪽 일부에만 석성이 있고 고갯마루와 그 남쪽에 성이 없는 것이 이상해 수차례 답사 끝에 토성을 발견했다”며 “그러나 토성 주변에 부토가 많이 쌓여 토기 등 유물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역사적 가치 커 원형보전 해야

백두대간의 수많은 고갯길 중 가장 많은 전설과 이야기가 얽혀있는 하늘재는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를 오고가는 고갯길이다.

월악산국립공원 내 역사·자연생태관찰로 보존된 이 길은 신라 제8대 아달라왕 재위 3년(서기 156년)에 북진을 위해 개통된 고갯길로 경북 문경에서 충주로 나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하늘재가 끝나는 곳에 있는 충주는 남한강 수운을 이용해 한강 하류까지 뻗어갈 수 있는 국방상 전략적 지리 요충지였기에 그 중요성은 더했다.

죽령보다 2년 먼저 개통된 하늘재는 신라가 이 고개를 통해 한강유역으로 진출하자 고구려 온달장군이 “계립령과 죽령 서쪽을 차지하지 못하면 돌아가지 않겠다”며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또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들어가기 전 이 고개에서 하늘을 보고 이별을 고했다고 삼국사기에 전해지고 있다. 후삼국 시대 궁예도 상주를 칠 때 이 고개를 넘었고, 고려 말 홍건적이 쳐들어왔을 때 공민왕의 피란행렬도 청량산으로 향하며 이 고개를 지났다.

이렇게 역사의 굽이마다 온갖 풍상을 겪은 하늘재는 조선 초 문경새재가 개통되면서 그 역할을 넘겨줬고, 지금은 옛길로 잊혀졌다.

뒤늦게 문화재청이 2008년 ‘충주 계립령로 하늘재’라는 이름으로 국가지정 명승 제49호로 지정한데 이어 충북도가 ‘자연환경 명소 100선’에 올림에 따라 오랜 역사와 빼어난 자연환경이 세간에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늘재는 고구려와 신라의 영토분쟁 역사가 전해오는 옛길인 만큼 주변에 역사유적도 많이 있다.
충주 미륵리 오층석탑(보물 제95호), 충주 미륵리 석조여래입상(보물 제96호), 중원미륵리사지(사적 제317호), 중원 미륵리 석등(충북 유형문화재 제19호), 제천 사자빈신사지 쌍사자 구층석탑(보물 제94호), 제천 덕주사 마애여래입상(보물 제406호), 문경 갈평리 오층석탑(경북 유형문화재 제185호), 관음리석조반가사유상(경북문화재 자료 제350호)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옛길과 문화재 보전을 위해 원형보존과 정비, 연계활동이 필요하고, 가능하면 인공적인 시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문화재청 김학범 문화재위원은 최근 충주시청에서 열린 충주 계립령로 하늘재 기본계획 중간보고회에서 “하늘재 문경 쪽은 2차선 포장도로가 개설돼 원형이 훼손된 상황이라 충주지역만 국가명승 옛길로 지정됐다”며 “과다한 시설은 옛길의 변형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시설은 되도록 간략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도역사문화연구원 황종현 문화재관리팀장은 “중간보고서에서 미비한 부분은 최종보고서에 담아 반영할 계획”이라며 “향후 계립령로 하늘재의 현황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 하늘재가 충주의 주요 문화재이자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충주시는 우리나라 문헌에 나타난 가장 오래된 옛길인 하늘재를 충주의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본계획과 용역을 이달까지 마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