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경계 도심공동화… 7개 관문 이름 본뜬 상가건물 즐비
노인 주머니 사정 따라 시장가격 형성… 상가수익 도움안돼

<중앙공원에 사는 사람들>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2가에 자리한 중앙공원은 충북 청주의 중심공원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Central Park)처럼 큰 시민공원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고 시민들은 말하지만 골목 하나를 사이로 구 도심권으로 갈리며 공동화를 빚고 있다. 공원을 둘러싼 상가 건물은 중앙공원의 역사와 함께 하며 7개의 관문에 이름을 본뜬 공원당, 공원장, 공원 세탁, 공원 수선, 중앙의원, 공원 약국, 공원식당, 중앙주단이 자리하고 있다. 마치 서울 종로의 파고다 공원을 연상케 하는 이들 상권은 외롭고 소외된 노인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져 있다. 막걸리 한 주전자에 3000원, 노점 커피 한잔에 400원, 여인숙 1시간 대실료가 3000∼4000원이다. 인근 구멍가게 매출 순위 1위는 막걸리와 소주이고, 담배는 1개비 꺼내어 물면 길게 태울 수 있는 라일락, 장미, 한라산 등이 인기다. 어떤 가게는 하루 2보루 이상이 판매될 정도라고 한다. 글/경철수 기자·사진/육성준 기자

▲ 임할머니 10년 넘게 주막거리 운영
"노숙자·수급자 땜에 하루도 문 못닫아"
임할머니 10년 넘게 주막거리 운영

청주 중앙공원 남문 인근에서 10년 넘게 '주막거리'란 막걸리 집을 운영하고 있는 임꽃분(72·가명)씨. 그가 판매하는 막걸리 1주전자 값은 단돈 3000원이다. 홀아비 심정 과부가 알아주듯 주머니 사정 뻔 한 할아버지들을 생각해 안주 값은 모두 공짜다. 비가 오는 날엔 파전도 부쳐 냈다가 어느 날엔 돼지 부속과 함께 삶아낸 김치를 내기도 한다. 충북 음성이 고향으로 20여 년 전 남편을 따라 청주 객지 생활이 시작됐지만 한 때 청주 흥업백화점 시식코너를 운영할 정도로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아들 사업 밑천을 대어주다 가산을 탕진하고 10여 년 전부터 중앙공원 인근에서 막걸리 집을 운영하고 있다. 중앙공원을 찾은 할아버지들이 한 판에 1000원 하는 윷놀이 6판을 하면 그의 집에서 1대에 3000원 하는 막걸리 2주전자를 마실 수 있다. 더러 술자리를 함께 하길 꺼리는 할아버지들이 1잔에 200∼300원 하는 자판기 커피를 마시겠다고 2명 정도 빠져도 1병에 2500원 하는 소주 2병은 마실 수 있다. 임 씨는 "우리 집은 수급비로 생활하는 할아버지와 노숙자 등이 주로 찾고 있어 하루라도 문을 닫을 수 없다"고 말했다.

▲ 김만성씨 부부 4년째 커피 노점상
"고급커피 저렴하게 제공한다 생각해"
김만성씨 부부 4년째 커피 노점상

청주 중앙공원 서문 쪽에서 4년째 커피 노점상을 하는 김만성(56·가명)씨. 그는 낮 12시 아내가 교대를 해 주기 전까지 매일 아침 6시부터 1잔에 400원 하는 커피를 팔고 있다. 아내가 식당을 운영하며 4남매를 다 키우도록 가족들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해 보지 못했다. 오히려 속만 썩이던 그가 몇 해 전부터 커피 파는 일에 합류했다. 그는 좋은 원료의 커피와 차를 쓰는 대신 아내가 팔 때보다 가격을 100원 내렸다. 중앙공원에는 이들 부부처럼 커피와 차를 파는 노점상이 3개소나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늦게 시작한 이들이지만 하루 매출 10만 원 이상을 올릴 정도로 단골 장사가 쏠쏠하다. 김 씨는 "이게 다 중앙공원 상권을 어지럽히고 노인들을 괴롭히던 잡상인을 정리 해 줬기 때문이다"며 "자판기 커피 보다 100원 정도 더 비싸게 받고 있지만 커피나 차 원료를 생각하면 오히려  더 저렴한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오후에는 아내와 함께 하다가 오후 6시40분이 넘어서 자리를 정리 한다"고 전했다.

▲ 이명순 공원장 여관 주인
"노년 외로움 달래는 순기능도 있어"
이명순 공원장 여관 주인

중앙공원 동문에서 4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공원장 여관을 2년째 운영하는 이명순(62)씨. 앞서 5년 동안 동생이 운영하던 여관을 인수해 버는 족족 여관 리모델링에 쏟아 붓고 있다. 3월 오픈을 위해 지난 2월 한 달동 새 단장을 하면서 장기 투숙객도 대부분 빠져 나가고 20여개의 방 중 3개가 겨우 나간 상태다. 그는 "어제 대실 2개가 나갔다"며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80만원을 주고 여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갈수록 불황이라 걱정이다. 솔직히 대실 없이 돈을 벌기 힘들지만 인근 여인숙들이 저렴한 비용에 대실을 하면서 우리 여관은 잘 찾지 않는다. 더욱이 침대 시트도 새것으로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노숙자나, 취객, 성매매 여성 등을 받을 경우 세탁비가 더 나온다. 취객을 잘 못 받았다가 용변을 싸 놓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며 "다만 노인들이 서로 좋아서 방을 찾을 경우 대실할 수밖에 없다. 성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김순원 동원슈퍼마켓 대표
"방범용CCTV설치 유관기관 나서야"
김순원 동원슈퍼 대표

지난 20여 년 동안 중앙공원 인근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해 온 김순원(56) 동원슈퍼마켓 대표. 그는 "15년 전만 해도 중앙공원은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족단위로 배드민턴을 치는 곳 이었다"며 "시가 공원 관리를 외부 위탁 하면서 공원은 노인과 장애인, 노숙자, 취객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또 "노인을 상대로 하는 각종 상행위가 벌어지다 못해 원정 성매매 일명 '박카스 아줌마'까지 등장했다. 지난 2009년 경찰의 단속이 강화 되면서 불법 도박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일부 윷놀이 도박이 성행하고 있다"며 "상권이 이렇다 보니 장사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잘 나가는 품목은 기껏해야 소주, 막걸리와 술안주 등이다. 비싼 제품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아 떠다 놓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앙공원이 가족단위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방범용CCTV도 설치하고 시와 경찰 등 유관기관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며 "오죽했으면 희롱당할까 봐 엄마와 누이동생은 우리가게에 얼씬도 못하게 한다. 외국인도 찾는 청주 역사공원이 이렇다니 정말 창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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