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역할 재정립·건강한 교제 허락해야
장애인·노인 위한 맞춤형 종합복지관 건립도

<중앙공원을 찾는 사람들>
옛 관아 터였던 청주 중앙공원은 임란 시 청주 성 탈환의 주역이던 조헌, 영규, 박춘무의 3대 기적비와 척화비, 서원 향약비, 의병장 한봉수 송공비 등 50여개의 비석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비림공원, 역사공원이란 별칭을 얻고 있다. 한 때는 청소년 놀이마당이 펼쳐져 청소년 보호구역이었지만 언젠가부터 노인과 장애인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으면서 온갖 상행위와 범죄에 노출이 되고 있다. 일명 박카스(요구르트) 아주머니로 통하는 원정 성매매행위부터, 취객과 노숙자를 노리는 아리랑치기, 퍽치기, 소매치기까지. 심지어 교회 전도사까지 중앙공원을 찾고 있다. -글/경철수 기자·사진 육성준 기자.

"고독한 노인 건강한 스킨십·성생활 필요"
정선희 충북여성인권상담소 늘봄 소장

▲ 정선희 충북여성인권상담소늘봄소장
충북여성인권상담소 늘봄의 정선희 소장은 지난 2009년 '노노(老老) 프로그램' 일환으로 '할머니 연극단'을 꾸려 청주 중앙공원을 비롯한 도내 9개 시·군 순회공연을 벌인 바 있다. 노인의 시각에서 노인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노노 프로그램은 노인의 성역할 개선운동 일환으로 추진됐다. 지난해는 중앙공원을 비롯한 각 지역 노인을 상대로 한 수시 상담활동을 벌인 바 있다. 정 소장은 "중앙공원 사례는 노인의 성매매 문제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고독한 노인들이 자식들이 주는 몇 푼 안 되는 용돈과 노령연금, 기초생활수급비를 일명 박카스 아줌마들에게 갖다 바치는 것은 가족관계에 대한 사회적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적인 가족관계가 유지되면 상관이 없지만 고령화 사회에 독거노인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재혼 문제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건강한 교제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살았던 노인들은 밥 짓고 빨래하는 남성 세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해 더욱 소외된다. 정년이후 경제적 노동력 상실과 역할의 변화는 황혼 부부관계의 위기마저 몰고 오는 세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노인들은 경제력을 상실하면서 도시빈민으로 전락하고 노인복지관 마저 찾기 힘들어지자 모든 것이 저렴한 육거리-중앙공원-서문시장을 벨트로 연결하는 막걸리 집과 순대 집을 전전하고 박카스 아주머니들과 공중화장실 드나들 듯이 인근 여인숙을 찾게 된다. 문제는 월 14만원 안팎 하는 낙후된 여인숙에 장기 투숙하는 성매매 여성들이 제대로 건강관리를 해 오지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여기에 전문의 처방 없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쓰거나 성인용품을 쓸 경우 노인의 건강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스킨십을 통한 건강한 성생활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어느 특정단체만의 노력으로 힘들다. 더 늦기 전에 유관단체가 함께 중앙공원에 종합사회복지관을 건립하고 건강한 교제와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맞춤형 복지 제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갈곳·먹을곳·놀곳 없어"
안종태 지체장애1급 장애인

▲ 안종태 지체장애1급 장애인
18년 전 밀가루, 설탕 등을 판매하는 제분사업을 했던 안종태(77)씨. 그는 경기도 양평의 한 고갯길에서 짐을 싣고 달리던 차에서 뭔가 떨어져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전통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는 지체장애1급 장애인이 됐다. 사고 후 수년 동안 집에 누워 천장만 바라봐야 했던 그가 활동을 재개 한 것은 불과 5년 전이다. '충북 수레바퀴 장애인 자립상담소'의 도움으로 전동 휠체어를 국비로 지원 받으면서부터다. 수레바퀴는 안 씨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장애인 15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 중 40∼50여명이 바람도 쐬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들을 겸 해서 중앙공원을 자주 찾고 있다. 안씨는 "수레바퀴 사무실이 중앙공원 인근에 있는데다 장애인들이 마땅히 쉴 곳도 갈 곳도 없어 중앙공원을 찾는다"며 "지난해부터 평일 점심 무료급식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식당은 문턱이 높아 전동 휠체어를 타고는 들어 갈 수 없다"며 "문전박대 당하기도 일쑤여서 전에는 끼니 굶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무료급식을 하기엔 수레바퀴 사무실이 너무도 협소해 비가 오거나 추운 날씨에도 3교대로 식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땅히 즐길 문화 시설이 없어 찾는 중앙공원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며 "상수도 시설은 너무 높아 사용할 수 없고 눈높이가 맞는 음용수대 시설은 인근 노점상들이 무한정으로 물을 받아 간다는 이유로 수도꼭지를 아예 뽑아 버린 지 오래다. 북문(망선루)쪽 화장실은 나무 등걸에 가려 있으나 마나한 경사로에 턱 높은 계단으로 이용할 수 조차 없다. 불편을 호소 하자 소변 줄을 달고 누워서 대변을 보아야 하는 지체장애 1급 장애인에게 큰 도로를 건너 벤첸시오로 가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원 인근에는 예전 서울산부인과 건물 등 빈 건물이 많다"며 "시가 이를 매입해 장애인복지관을 건립하고 맞춤형 복지를 실현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보호구역… 아이들이 없어"
전직경찰관 박찬웅·신진석 아동안전지킴이

▲ 왼쪽부터 신진석·박찬웅 아동안전지킴이
13년 전 지병인 협심증으로 현직을 떠나야 했던 박찬웅(68·청주상당서 명퇴)씨. 그는 전직 경찰관이다. 충북 경찰 18기 순경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딛은지 28년 만에 현직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전직 경찰관들의 모임)경우회원으로 자진해 '아동안전 지킴이'가 됐다. 그의 파트너 신진석((67·청주흥덕서 정년)씨 역시 전직경찰관으로 박 씨와 짝을 이뤄 평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청주 중앙초-석교초-성안길-중앙공원-지하상가 등을 돌며 청소년 범죄예방 및 계도활동을 벌이고 있다.
신 씨는 "신문팔이, 구두닦이 등 먹고 사는 게 힘들어 안 해 본 일이 없다"며 "안정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 처음 공직에 입문했지만 남다른 사명감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 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교내에서 어린이 선도 보호 활동을 벌이는 배움터 지킴이의 또 다른 모습인 교외 어린이 선도 호보 활동을 벌이는 아동안전지킴이다. 지난 2009년 3월 발대식을 가진 이래로 1∼2월을 제외한 매년 10개월씩 매월 30만원씩의 수당을 받고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 씨는 "겨울방학을 하는 1∼2월은 아이들이 추워서 중앙공원에 잘 나오지 않는다"며 "그래서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그해 12월까지만 아동안전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어린이, 청소년 등의 교외 안전지도를 하다 보니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다만 언젠가부터 청주 중앙공원에서 어린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아무래도 노인과 장애인들이 터를 잡으면서인 것 같다"고 전했다. 신 씨는 "담배 피우는 아이들 주소를 알아내 부모에게 알리고 계도활동을 벌인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