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수 사회문화부 기자

“학급 실장과 부실장이 하는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 하나요” 지난주 청주의 Y중학교 교장을 만나서 기자가 던진 질문입니다. 이 학교는 학기 초 학생들이 뽑아 놓은 학급 실장과 부실장, 선도부원을 보름 만에 무려 12명이나 교체한 학교입니다.

처음부터 학급 실장이 되려 했던 것도 아니고 친구들이 추천한 뒤 거의 몰표에 가깝게 당선된 아이들은 학기 초 친구들을 위해 뭔가 해보려다 발목을 잡히자 아쉬움이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아이들이 뽑아 놓은 학급 실장을 학교가 임의로 교체한 꼴이 됐습니다.

울며 귀가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마음도 편하지 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아이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바로 2학년 때 학교생활에서 받은 벌점 때문입니다. 지난해 이 학교는 학급 실장으로 뽑힌 일부 아이들이 물의를 일으키면서 상·벌제라 불리는 일명 ‘그린마일리제’를 전격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상점은 최고 2점까지 받을 수 있지만 벌점은 최고 10점까지 받도록 돼 있어 상벌제가 아닌 벌점제도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보상제 보다는 벌점제에 가까워 선행에 대한 동기부여도 적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부 학생은 사전에 담임교사와의 상담에서 2학년 때 받은 벌점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봉사점수도 있고 한 해가 바뀌면 자동으로 벌점이 소멸된다는 학교생활규정도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뒤에 받은 자격상실 통보라 상처가 더욱 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부 학생과 어머니들은 학기 초에 ‘지난 학년 벌점이 10점 이상일 경우 학급 실장과 어린이 회장 등의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사전 고지도 없었다’는 억울함도 전했습니다.

더욱이 이를 고지해야 할 학년부장이 교무주임으로 보직이 바뀌고 3학년 담임들이 하나같이 신규 발령자라 학교생활규정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합니다. 결국 교사들이 잘못한 일을 학생들에게 책임지운 꼴입니다.

실제 이 학교 교무주임은 본의 아니게 학생들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 가슴 깊이 사과한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울며 귀가하는 아이들을 지켜 본 뒤 학교를 찾은 어머니들에게 ‘전과자’란 부적절한 비유를 써서 또 한 번의 상처를 줬던 학교장은 전혀 다른 말을 건넸습니다.

“학급 실장은 모든 면에서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자리로 지난 학년에서 받은 벌점이 해가 바뀌면 소멸되도록 한다는 규정이 있어도 참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제한 할 수 있다는 관련 조항에 대해 참고해 결정을 내린 것”이란 얘기였습니다.

또 “더디 가더라도 바르게 생활하지 못하면 학급 실장이나 선도부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아이들이게 가르치고 싶었다. 이는 교육적인 결단이다. 또 학교생활규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는 주장이었습니다. 30여년 넘게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온 교장 선생님의 교육적 가치관은 존중하지만 기자가 기다렸던 답변이 아니라 못내 아쉬웠습니다.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바르게 학교생활을 이끌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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