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끌고 국토 종단하는 박현주씨 가족

3월1일, 청주시 우암동에 사는 박현주(여·39세)·유부현(39세)씨 부부가 5살, 3살 된 두 아이들(지민·수민)을 유모차 2대에 나눠 태우고 땅끝 해남을 시작으로 국토종단에 나서고 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국도에서 유모차를 끌고 여행하는 것에 대해 주변의 만류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여행은 시작됐고 어느덧 반 이상을 걷고 있는 중이다. 이들 가족은 왜 국토종단을 결심하게 되었을까? 충북 옥천에 들어서며 그간의 과정을 전해왔다.


남편 때문이었다. 또한 나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이들 때문이었고. 나를 내 남편에게 증명하고 싶었고, 남은 물론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내 남편에게 ‘자아’를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말만하면 모든 욕구들이 즉각 이뤄져야 하는 내 아이들에게는 인내심을 키워주고 싶었고, 좋은 공기와 자연을 맘껏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국토종단’은 시작됐다.

결혼 6년차인 우리 부부는 최근 몇 년부터 많은 문제에 부딪쳤다. 결혼 후 1년 간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그 후 분가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질적인 독립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살림집 마련에서부터 쌀, 각종 부식도 모두 시댁에서 해결한다.

덕분에 식비가 거의 들지 않지만 모든 면에서 스스로 일어서고 싶었던 나는 시부모님에 대한 ‘효도’와 ’의존’ 그 모호한 경계에 늘 고민이 많았다. 또한 ‘사랑’과 ‘집착’의 경계선에 지난 6년의 결혼생활동안 수많은 갈등과 방황을 하며 치열하게 싸워야만 했다.

내 남편은 담배와 술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내게 헌신적이고 부모님께 언제나 바른 모습을 보이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효자’다. 이런 남편의 가장 큰 문제는 남은 물론이고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문제를 껴안고 살아간다.

늘 주위의 모든 것이 자신이 생각한대로 완벽해야만 마음을 놓는 사람이다. 그게 회사일이건, 가정일이건 자신의 사생활도 늘 완벽해야한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살아간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그런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더군다나 아이를 낳을 때 마다 심각한 ‘출산 후유증’에 시달렸던 나는 복잡한 가정 문제와 함께 육아에 시달리는 등 이중고를 겪어야만 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 사이는 자꾸만 삐걱됐고 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치고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만 갔다. 나의 욕구 불만은 터지기 일보 직전의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분명 돌파구는 있어야했다. 나를 남편에게 증명하고 싶었고, 내 남편의 ‘자아’를 마주보게 해 주고 싶었다.

내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 또한 우리 부부가 비로소 시부모님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찾기 위한 계기를 만들어줄 만한 일을 해야만 했다.

사람들이 한결같이 묻는다. 왜 이런 일을 벌이냐고, 무엇 때문에 아이들까지 고생을 시켜야만 하냐고….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우리 가족을 위해 하는 겁니다’라는 대답뿐이다.

3/2쯤 진행된 우리 가족의 여행에서 이제야 그 답을 찾아간다. 더 이상 여행을 시작할 때의 이유 따위를 되묻지 않는다. 여전히 매일 매일 아무것도 아닌 일로 티격태격 수 없이 싸우지만, 이미 남편과 나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같은 걸음을 내딛고 있다. ‘두 마음’이 결코 ‘한 마음’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두 마음’이 한 가지 ‘목표’를 위해 함께 나누고 함께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무엇이 두려우랴, 우리가 함께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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