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파라나(빠라나?)의 주도 ‘Curitiba’를 우리는 꾸리찌바 혹은 쿠리티바, 쿠리치바로도 읽는다.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공용어로 쓰는데, 쿠리티바는 아무래도 영어발음인 듯해서 이 글에서는 꾸리찌바를 인정하기로 한다. 꾸리찌바를 우리나라에 널리 알린 <재미와 장난이 만든 꿈의 도시 꾸리찌바>의 작가 박용남씨도 꾸리찌바를 사용했으니 말이다. 

인구 230만의 꾸리찌바는 ‘꿈의 도시’ ‘희망의 도시’ ‘존경의 수도’라고까지 불린다. 이곳에서는 그림 같은 호수와 울창한 가로수를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지옥 같은 교통체증이 없으며 아이들은 도심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 수 있다. 그러나 ‘얼마나 막대한 돈을 털어 넣어 이런 명품도시를 만들었을까’라고 상상하는 것은 불순하다.  

한 예로 꾸리찌바는 지하철 건설계획을 포기했다.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다 건설에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신 100분의 1의 예산이 드는 전용차로 제도 정비를 통해 버스를 ‘땅위의 지하철’로 만들었다. 이는 도심의 명물거리를 자동차 없는 도로로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가용족’들의 반발이 없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도로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이를 극복하게 만든 힘이었다.

가슴에 더 와 닿는 것은 꾸리찌바의 식수정책이다. 나무를 함부로 벨 수도 없지만 혹여 베었을 경우 더 많은 나무를 심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단순명료한가. 어찌 보면 이 단순명료함의 오랜 지속이 꿈의 도시를 가능케 했는지도 모른다.       

청주시 생명樹 1000만 그루 심기

녹색수도를 천명한 한범덕 청주시장이 생명樹 1000만 그루를 심겠다고 선언했다. 2020년까지 10년 동안 민관이 합작해 도심지 내 공원, 녹지, 도로변, 하천변 유휴지와 자투리 공간 등을 활용해 나무 1000만 그루를 심는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연평균 100만 그루를 심어야 가능한 얘기다.

단체장 임기 4년 이내에 마무리할 수 없는 공약을 허황된 것으로 간주하는 우리나라의 정치풍토에서 한 시장의 10년 플랜은 다분히 인문학적인 발상이다. 그리고 이번 임기 4년 동안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성과를 내지 못하면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고 말 수도 있다. 재선여부를 떠나 차기 시장이 거부할 수 없는 장기프로젝트가 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꾸리찌바에는 자이메 레르네르라는 시장이 있었다. 레르네르는 도시계획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건축학자였다. 1971년 취임한 이후 1992년까지 재임하면서 일관된 철학을 가지고 꾸리찌바를 바꾸었다. 최대 270명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는 이중 굴절버스, 버려진 전차에는 간이 탁아소를 설치해서 보행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완벽한 자전거도로망을 구축했다. 

이 모든 것은 주민들의 의식변화가 수반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말이면 4거리 주변까지 주차장으로 변하는 자동차 중심의 청주와는 거리가 멀다. 녹색수도나 꿈의 도시는 아직 손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듯 아련하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