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MBC, 운보문화재단과 업무협약 맺고 운보관련 사업
“공영방송이 지역여론 무시”에 “순수하게 소프트웨어 활용”

청주 MBC가 운보문화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운보 김기창 화백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뒷말들이 많다. 재단 이사회는 최근 정관을 개정하고 윤정식 청주MBC 사장을 비상임이사로 영입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모 이사는 “현재 이사장이 없기 때문에 재적이사 과반수가 이사회 소집을 요구해서 이 안건을 통과시켰다”며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

현재 청주지역사회에서 운보의 집과 운보문화재단이 정상적인 길을 가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운보문화재단 이사회는 초창기 때부터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이나 저명한 문화예술인 한 명 들어가지 않아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 왔다. 재단은 지난 2001년 3월 9일 문화관광부로부터 설립허가를 받고 출범했다. 정관상으로는 “한국미술문화의 체계정립과 발전을 위해 평생을 보내신 故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술혼을 계승 발전시켜 한국 미술문화발전에 이바지하고 일반인의 이해증진과 미술인구 저변확대를 목적으로 한다”고 돼있다.

이사회 구성 역사를 알면···
그러나 재단 운영주체인 이사회는 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인적 구성을 봐도 운보의 예술혼을 계승 발전시켜 한국 미술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기 힘든 구조라고 보는 게 중론이다. 2기 이사들은 모두 6명이나 3명씩 편이 갈려 이사장조차 선출하지 못하고 공동대표 형식을 취해 왔다. 이 이사회의 구조를 이해하려면 1기 때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구성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1기 이사회는 백철부 이사장 등 6명의 이사로 구성됐다. 당시 운보 아들인 김완씨와 (주)운보와 사람들 측에서 3명씩 추천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운보와 사람들은 김 씨가 무역업에 손댔다가 빚을 지자 운보의 집 대지 일부를 모 파이낸스에 팔았고, 이 업체가 후에 만든 법인. 이 법인은 얼마 안가 파산하고 만다.

그러나 1기 이사들은 임기만료와 청주지검으로부터 회계처리 등 파행운영을 해온 점에 대해 벌금형을 받고 해체됐다. 하지만 2기 이사들도 1기와의 인연을 끊지는 못했다. 2기는 모 파이낸스 대표 이 모씨가 구속된 후 이 씨의 동생인 이 모씨가 3명, 운보의 집 후원회장 자격으로 들어온 황인연 씨가 3명을 추천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동연 청주예총회장을 제외한 대부분이 영·호남 출신인데다 문화예술과는 거리가 멀어 지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아왔다.

현재 운보의 집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운보문화재단과 후원회장 황인연 씨, (주)운보와 사람들 세 축이고 최근에 부지를 낙찰받은 곽 모씨가 있다. 이 중 황 씨는 후원회장일 뿐이지만, 운보재단 인수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게 지역민들의 시각이다. 2007년 12월 27일자 전남일보는 “광주 동구에서 예식장 ‘오페라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황인연씨가 운보문화재단을 인수,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며 “사재 120억원을 투자해 직원들의 체납 퇴직금 정산, 미술관 수리 등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특히 황 씨는 300억 투자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 때문에 비난을 받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공영방송인 청주MBC가 이 재단과 손잡고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더욱이 이 방송사는 그간 운보의 집 파행에 대한 문제점을 토론회와 뉴스 등을 통해 몇 차례 보도한 바 있다. 모 씨는 “운보의 집이 정상화되려면 새 판을 짜야 한다는 게 지역민들의 여론이다. 운보의 집을 사유화하려는 사람과 기본 취지를 이행하지 않고 이를 묵인하는 이사들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정상화시키는 게 먼저다. 청주MBC가 기존의 이사들과 일을 한다면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 아닌가”라고 말했다.

청주MBC가 운보문화재단과 손잡고 운보의 그림을 영상제작 하는 사업을 하기로 해 뒷말들이 많다. 방송국 측에서는 순수한 입장에서 지적재산권을 활용하는 것일뿐 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운보의 집 내에 있는 운보미술관.

“운보의 집 활성화 시킬 것”
물론 방송사에서 운보문화재단과 사업을 한다면 운보의 집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운보의 집을 둘러싼 주변 상황을 볼 때 활성화보다는 정상화가 먼저라는 것이다.

청주MBC 관계자는 이런 의견에 대해 “우리는 순수한 입장에서 운보 선생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재단과 협약 맺은 것은 운보 작품을 임대해서 3D 입체영상을 만들어 전국 전시사업을 하는 것과 사생대회 두 가지다. 여기서 수익이 발생하면 재단과 배분을 할 것”이라며 “후원회장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운보의 작품이 아까워 공영방송으로서 이를 활용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운보의 집을 활성화 시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공영방송으로서 운보의 미술세계를 기리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윤 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승인을 받고 이사등재를 준비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황인연 회장은 “MBC 본사와 방문진 관계자가 운보의 집을 방문한 자리에서 운보의 작품을 아트미디어로 제작한 뒤 전국순회전을 하고 이어서 운보 일대기를 드라마로 만들자는 얘기를 했다. 방문진 이사장이 ‘부도난 집 살리는 게 공영방송 역할’이라며 이런 일에 관심을 표했다. 그런데 경매나온 땅을 낙찰받아 드라마세트장으로 쓰려 했던 계획이 어긋나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은 청주MBC가 아니라 서울 본사차원에서 하려고 했다는 것.

이어 황 회장은 “‘청주MBC 사장의 이사등록은 아직 마무리가 안됐다. 경매 실패로 모든 게 유동적이다. 사회저명인사들로 이사들을 교체하려고 했으나 이 또한 스톱된 상태다”고 덧붙였다. 이는 후원회장인 황 씨가 이사 교체까지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청주MBC 일부 간부들은 지난 2월 운보의 집 일부 부지에 대한 경매물건을 다른 사람이 받자 관계자들에게 ’되팔 수 없느냐‘는 전화를 몇 차례 한 것으로 알려져 뒷배경에 대해 구구한 억측이 나돌았다.

그리고 방송국 관계자는 운보의 집에 관계하는 사람들이 좋고 나쁨과 관계없이 순수한 목적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공영방송이 지역민들의 여론을 무시하고 영리목적 일을 한다는 점에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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