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은 '앉아서 상담주간'… 경찰은 '찾아가는 선도' 대조
높은 상담 문턱·학교 폭력 자진신고 기간등… 공허한 정책

▲ 도교육청이 학기초 일선학교 상담주간을 운영하면서도 지난해 8월 청주 S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일명 '짱 뽑기' 중고생 집단 싸움을 경찰보다 늦게 인지한 것은 찾아 나서는 순찰·선도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말 도내에서는 일명 '짱 뽑기' 관련 기사가 지역 언론에 보도되면서 교육계에 충격을 안겨 줬다. 일부 평화로운 학교를 바라는 교사들의 모임에서 학급 내 카스트 제도 연구를 통해 일진, 일짱, 양언니, 양자매, 백싸움, 빵돌이 등의 속어가 통용되고 있음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도내 중·고등학생들이 실제 '짱뽑기'에 나서면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충북인뉴스 1월13일자> 이와 관련해 충북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는 최근까지 100여명의 학생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60여명의 학생에 대해 선도를 조건으로 훈방조치 할 계획에 있다.

문제는 학기 초 똑같이 '학교폭력 자진신고 기간'과 '학생 상담 주간'을 운영하고 있는 두 기관인데 경찰이 인지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 되도록 도교육청이 모르고 있었나이다. 실제 몰랐다면 도교육청이 학기 초 운영하고 있는 상담주간에 대해 실효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도교육청은 현재 학기 초 2주간을 상담주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일선 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Wee클래스(상담실)에 전문 상담교사를 배치하고 낯 설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상담활동을 벌인 바 있다.

또 11개 시·군 교육지원청에 있는 Wee센터에서 찾아가는 길거리 상담을 통해 얻어진 결과를 이번 주 안에 보고할 계획에 있다. 또 도교육청은 지난달 24일 학생 정신건강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 시범학교를 지난해 70개교에서 140개교로 확대 운영한다고 밝힌 바도 있다. 충북경찰도 지난달 14일부터 오는 5월15일까지 2개월을 '학교폭력 자진 신고기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중순께 청주 S초등학교 등에서 벌어진 10여개 중·고등학교 60여명 학생들의 '짱 뽑기' 싸움과 관련해 경찰은 3월 중순께 인지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지만 관할 교육청과 지원청은 모르고 있었다.

상담실 '문제아 가는 곳' 인식개선 부족
이는 교육청이 학생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높은 상담 문턱에도 불구하고 앉아서 찾아오는 학생들에 대한 상담활동을 벌인 것이 원인이란 지적이다. 경찰은 학교폭력 자진 신고 기간을 운영하면서도 취약 지역에 대한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어두운 도심 공원을 배회하는 학생들의 귀가를 계도하면서 관련 사건을 인지해 수사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도교육청은 창의 인성 교육을 강화하면서 일선학교 Wee클래스, 교육지원청 Wee센터, 청명학생교육원 Wee스쿨을 운영 중에 있다.

하지만 인성교육의 요람이라 자랑했던 청명학생교육원은 부모의 동의아래 스스로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중학생 40여명을 제한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도내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학교 등 810개 학교 중 전문 상담교사는 42명(초 6·중 24·고 12)에 불과하고 전체 대비 83%에 이르는 210명이 계약직이란 것이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다니면서 해마다 계약직으로 바뀔 수 있는 상담사에게 아이들이 얼마만큼 솔직하게 자신의 학교생활을 상담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한번 쯤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적어도 학기 초부터 연간(분기별) 4차례의 설문조사를 통해 학급, 학교 더 나아가 지역적 차원의 일진회를 파악해 지속적인 상담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는 지역사회 전체가 일짱을 포함한 어떤 폭력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일관된 원칙과 합의를 가질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학교는 학교 내 일진과 일짱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자체가 서열관계를 인정하는 꼴이라 예방대책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사회적 합의체 구성 대책 마련해야 "
도교육청 중등교육과 박종원 (장학사)생활지도담당은 "당초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생활 상담을 했으나 인권침해 논란이 있어 상담주간을 운영하게 됐다"며 "짱 뽑기 등에 대해서는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 구제역 등으로 그동안 학교폭력 상담교사들에 대한 업무연찬 없이 관련 지침만 내려 보내다 보니 제대로 파악이 안 된 면도 있다. 오는 5월쯤 학교폭력담당 교사들과의 업무연찬을 통해 대책을 강구 하겠다"고 말했다.

청주교육지원청 Wee센터 김경수 전문상담교사는 "상담주간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를 위한 사전 홍보활동에 치중하고 있다"며 "집단 괴롭힘이나 학교폭력에 대한 파악은 아직 못했으며 일선학교 Wee클래스에서 올라온 내용을 취합해 보고하려 한다. 학교 상담실이 예전에는 문제아들만 가는 곳으로 꺼리는 곳이었으나 그동안 인식개선 운동을 통해 많이 변화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충북 경찰청 관계자는 "무엇보다 현실을 인정하고 지역차원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길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집단 괴롭힘 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 교사 및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마을공동체연구소 김수동 사무국장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 19조를 보면 학교폭력단체의 결성예방과 해체를 학교장의 의무로 명시하고 있다"며 "학교폭력예방 활동은 어느 누구 한사람의 몫이 아니라 학교장과 부장교사, 학교폭력 담당자, 학부모, 학교운영위원, 경찰과 법조인 등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구성해 다 함께 노력해 가야 한다. 이는 일선 학교가 학교 내 카스트 제도를 인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한 뒤 지역사회 차원의 대책을 강구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TIP:교과부 Wee프로젝트 사업이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Wee프로젝트 사업은 학습부진이나 따돌림, 대인관계 미숙, 인터넷 중독, 학교폭력 피해 등의 위기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1단계는 단위학교의 친한 친구교실과 Wee클래스, 2단계인 지역교육청의 Wee센터, 그리고 장기적 상담과 치유를 하는 Wee스쿨로 3단계 통합 지원망 시스템이다. Wee란 We(우리)+education(교육)과 We(우리)+emotion(감성)의 합성어를 뜻한다.
 도교육청은 시범학교 학생(초1, 초4, 중1, 고1)을 대상으로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 우울증, 자살문제, 인터넷 중독 등을 검사해 관심 군(주의군)으로 분류된 학생에게는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 Wee 센터 등과 연계해 전문적인 검사와 약물치료, 놀이치료 등을 받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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