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ce Over

스토리텔링을 만나다(2)
권희돈/ 청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사랑에 빠진 캠퍼스 커플이 있었다. 미국의 유명한 MIT공과대학에서 있었던 일이다. 남자는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학교를 다니는 가난한 집안의 아들이었고, 여자는 그 도시에서는 잘 알려진 유지의 딸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캠퍼스의 모든 학생들이 질투할 만큼 깊어 갔다. 그러나 여자의 집안에서는 그 둘 사이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한 갖은 수단과 방법을 찾은 끝에 여자를 먼 곳에 있는 친척집으로 보내버렸다.

남자는 그녀를 찾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꽤 많은 날들을 헤매고 다니다가 마침내 그녀가 살고 있다는 집을 찾았다. 그는 그녀의 집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다 귀가하는 그녀와 극적인 해후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남자를 보자 첫마디를 던졌다.

“나 내일 결혼해.”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남자가 입을 열었다.
“내가 담배 피우는 동안만 내 곁에 있어 줘…….”
여자는 고개만 끄덕였고 남자는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 말보로는 부드럽고 따뜻하고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가상의 이야기를 퍼뜨림으로서 모든 담배를 대표하는 위치에 우뚝 서게 됐다.
그 당시의 담배는 필터가 붙어 있는 담배가 아닌 담배를 종이에 말아 피는 잎담배였다. 몇 모금 빨자 금세 타들어갔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 흐르고 여자는 집으로 들어갔다. 여자가 집으로 들어가자, 골목은 텅 비었고 세상도 텅 빈 것 같았다.

남자는 담배가 너무 빨리 타들어간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바로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좀 더 오래 피울 수 있는 담배를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한 끝에, 세계 최초로 필터가 있는 담배를 개발하여 백만장자가 되었다.

아주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남자는 그녀를 잊을 수 없었다. 어느 날 그는 그녀의 남편이 죽고 빈민가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이 듣는다. 그는 곧바로 그녀를 찾아갔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 당신을 사랑해. 나와 결혼해줘.”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시간이 필요하니 오늘은 돌아가 달라고 청하였다. 남자는 다음 날, 날이 밝는 대로 그녀를 다시 찾아갔다. 그러나 남자가 발견한 것은 목을 매단 채 싸늘하게 식어 있는 그녀의 시체였다.

그 남자는 자기가 개발한 담배의 이름을 ‘말보로(Marlboro)’라고 지었다. ‘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ce Over(남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사랑을 기억한다)’라는 말의 첫 글자를 따서 지은 것이다.

이 이야기 속에는 이야기의 중요한 덕목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주인공이 욕망을 성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적대자의 반대가 있습니다. 그 반대자가 주인공이 거역할 수 없는 부모라는데 그 반대자의 반대 이유가 설득력이 있습니다. 또한 사건이 극적으로 전개되어 이야기의 끝까지 독자로 하여금 긴장감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은 숨겨놓은 반전이 있어 독자를 놀라게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자와 여자가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사랑의 심리를 주제로 삼은 점이 돋보입니다.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여자는 언제나 현재에 사랑받기를 원하죠. 비극적인 이야기이지만 감동을 가져다주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말보로의 루머스토리텔링

말보로 회사는 이런 남녀의 심리를 예리하게 짚어내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판 겁니다. 그러니까 말보로라는 상품을 판 것이 아니라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을 담은 감동 스토리를 판 거죠. 감동은 머리로 전달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전달 속도가 빠르지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루머스토리텔링)’ 누구든지 이 이야기를 듣게 되면 말보로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구를 갖게 됩니다. 더구나 이 담배를 피우면 왠지 낭만적인 남자처럼 보이고, 떠나간 첫사랑이 올 것만 같은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부드럽고 따뜻하고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를 퍼뜨림으로서 말보로 담배는 모든 담배를 대표하는 위치에 우뚝 서게 된 것입니다. 만약에 세계 최초의 필터담배만을 광고했다면, 그리고 말초적이거나 광고를 만든 사람도 긴가민가 하는 그 자신만이 좋아하는 자족적인 이미지 광고를 했다면, 말보로는 지금의 위치를 획득하지 못했을 것이며, 판매량 또한 매우 저조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이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만들어진 이야기입니다. 본래 말보로 담배는 영국에서 만들어졌으며, 여성기호품이라는 슬로건으로 시판하기 시작한 담배입니다. 그런데 여성들의 호응이 신통치 않아 시장 점유율이 아주 미미했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남성용으로 바꾸면서 이와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입소문을 낸 것입니다.

아, 그렇군요. 남성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상력으로 꾸며낸 이야기라는 점이 놀랍지 않습니까. 이야기는 상상력이며 상상력은 인문학에서 나옵니다. 아무리 기계가 발전하는 시대일지라도 인문학적 상상력이 부족하면 항상 남의 뒤를 좇아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기업이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파는 스토리텔링을 하듯이, 개인의 삶이나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삶도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스토리텔링을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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