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민센터 ‘아이뜰’ 24시간․시간제 보육 서비스
청주시도 올해부터 워킹맘 위한 보육 지원 나서 눈길

[김홍장․박연수 대표의 ‘공동체 보육’이야기] 17개월 딸을 둔 워킹맘 A씨는 육아 때문에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2교대 일을 하다 보니 불규칙적인 퇴근 시간 때문에 어린이집 눈치를 보는 것도 지쳤고, 갑자기 야근이 생기면 회사에서 핑계를 대고 빠지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두고 외벌이로 지내기엔 남편의 벌이가 변변치 않다. A씨의 사연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워킹맘들의 공통적인 고민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뾰족한 해결책도 없어 마음을 졸이며 고단한 하루 하루를 보낸다.

“24시간 보육이요. 그게 가능해요.”“네 가능합니다.” 텔레비전 광고 카피가 아니다. 사회적 기업 청주시민센터는 맞벌이 부부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인 보육문제를 해결해 줄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먼저 산남동 검찰청 앞 4거리 메디프라자 7층에 위치한 키즈 카페인 ‘키즈클럽 아이뜰’에서는 4월 중순부터 24시간 보육 서비스를 벌인다. 24시간 보육서비스는 이용자가 시간당 3000원을 내면 된다.

분평동 중부명성교회 인근에 위치한 ‘장난감 아이뜰’에서는 1만 여개의 장난감을 구비하고 싼 값에 대여해주며 ‘보육천사 아이뜰’은 시간제 보육 및 월 단위 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간제 보육은 집으로 찾아가는 보육 서비스인데 4시간 기본에 2만원, 추가는 시간당 5000원이다. 월 단위 보육은 71만원인데, 아이뜰 사용 쿠폰 3만원을 지급받는다.

2002년부터 사업구상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대두 된지는 오래지만 이를 책임지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곳은 없었다. 정부나 지자체의 시설 지원은 있어도 구체적인 보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은 전무했다. 그런데 민간차원에서 이를 해결할 모델을 제시한다.

▲ 청주시민센터 김홍장(왼쪽)․박연수 공동대표는 맞벌이 영유아 자녀 보육지원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시민센터는 김홍장 씨와 박연수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으로 뿌리가 깊은 이들이 보육을 화두로 꺼낸 건 꽤 오래전이다. 청주시민센터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사회의 새로운 틈새를 막고자 했다. 구호적 차원의 복지가 아닌 대안복지적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고민했다. 저소득층을 비롯한 맞벌이 가정의 공동체 육아를 통한 공동체 회복에 관심을 뒀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홍장 대표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활동하면서 선언적인 활동보다는 삶에 천착한 운동을 계획하고 2002년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갔다. 그는 0~3세의 보육을 사회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여성의 일자리 창출 및 저출산 문제를 풀 수 있는 키워드라는 것에 확신했다.

그러면서 처음 시작한 사업이 2005년 베이티 시터 양성 교육이었다. 청주시민센터에서는 180~240시간을 이수해야만 베이티 시터 자격증을 부여하는 등 까다롭게 절차를 밟고 있다. 베이티 시터에게는 현재 115만 5000원(월급 93만원과 4대보험 및 퇴직금)이 들어가지만 혜택을 받은 맞벌이 가정은 71만원만 내면 된다. (단 소득별로 차이가 난다) 노동부에서도 사회적 일자리 차원에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2007년 초창기에는 맞벌이 가정은 10만원, 30만원만을 낸 적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차액은 오롯이 청주시민센터의 몫이 됐다.

민간차원에서 모델 창출

김 대표는 자신의 명의로 된 아파트 및 교통사고로 나온 보상금, 게다가 종중의 땅까지 팔면서 자금을 수혈해왔다. 1년에 1~2억 가까이 돈이 들어갔고 지금까지 들어간 돈은 어림잡아도 10억원을 훌쩍 넘긴다.
시민 단체 활동을 하는 사람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렇게 무리수를 두며 사업을 벌이냐는 애정어린 비판과 조언에도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양육할 돈이 없어 아이를 낳지 못하고, 낳더라도 직업을 그만둬야 하는 게 현실이에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차원에서 보육 서비스의 모델을 창출하는 게 중요했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실천하고 싶었어요.” 그 결과 총각인 김 대표는 아직 장가도 못 갔고, 아파트가 없어 고시텔에서 쪽잠을 잤으며 겨울에도 얇은 옷을 겹쳐 입었다. 물론 6형제들의 자금을 지금까지도 얻어 쓰고 있는 그는 집안의 골칫거리가 됐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다. “베이터 시터 100여명이 항시 활동하고 있고 수혜를 받은 가정이 지금까지 1968가구에요. 베이비 시터는 지금까지 460명을 양성했어요.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 낼 사회적 가치창출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겠죠. 저는 사람이 월급 100~200만원을 포기하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요.”
물론 청주시민센터의 활동에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팸플릿을 무료로 만들어주기도 하고, 건물의 세를 받지 않으며 소정의 후원금을 내놓기도 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는 박연수 씨를 끌어들였다(?). 그래서 산악인이자 로컬푸드 네트워크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박 씨는 하루아침에 키즈클럽 아이뜰 지킴이가 됐다. 그는 매주 일요일 혼자서 키즈클럽을 청소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키즈클럽 아이뜰은 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에요. 친환경 제재로 놀이시설을 갖추고 있고, 친환경 음식만을 판매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4월부터는 이곳에 친환경 버거를 파는 YWCA의 사회적 기업 ‘올리’가 입점한다. 이용료는 2시간에 5000원이다.

후원자도 늘어나

40대의 중년 남성들이 보육을 책임지게 된 이유는 바로 ‘공동체 회복’을 위해서다. 건강한 육아를 통한 공동체 회복이라는 것은 청주시민센터가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다.

올해는 청주시도 보육지원에 나섰다. 청주시는 사회적 일자리 지원사업에 3억 5000만원, 보육서비스 바우처 사업에 2억 8000만원을 지원한다.

청주시민센터도 기존의 베이터시터를 추가 양성해 100명에서 150명으로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자부담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청주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어요. 보육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끌어안았다는 점이 중요해요”라고 설명했다.

청주시민센터는 올 6월에는 ‘행복공감 아이뜰’을 열 계획이다. 지역아동센터의 기능을 벗어나 결식아동들에게 급식뿐만 아니라 교육혜택을 줄 예정이다. (문의 264-88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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