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중심의 교육 펼치는 ‘양업고’
“되돌아 왔을때 품어주는 ‘좋은 학교’
교사˙학생˙학부모가 삼위일체
놀랍게도 대학진학률 90% 기록

청원군 옥산면 환희리에 자리한 양업고등학교(교장 윤병훈)는 올해로 4번전째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동안 99명이 학교를 거쳤고 올해 졸업한 28명 중 26명이 대학에 입학한다. ‘공부에 흥미가 없는 문제아들이 가는 학교’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90% 이상이라는 놀라운 대학진학률을 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양업고교가 택하고 있는‘학생 중심’의 교육이 갖는 장점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시킨다’다는 자율적이면서 개방적인 양업고교의 교육철학과 그 방법이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것.

“농대를 나와 기업농을 하면서 한참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생명을 꽃 피워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해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들은 갖은 풍파 속에서도 땅을 기름지게 만들고 결국은 열매를 맺어 수확한다. 이런 농민의 마음으로 학생들이 성장기에 비바람을 맞으면 막아주고 고통 속에서 그것을 이기고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농민의 마음처럼 자녀의 모든 것을 끌어안아 주고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양업(良業)고등학교 일명 ‘좋은 학교’의 설립자이기도한 윤병훈 교장의 좀 특별한 학생사랑이다. 학생들이 ‘좋은 학교’라고 말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박한 소망이다.

1998년 설립 된 양업고는 공교육 현장에서 일탈된 부적응학생들을 재적응 시킬 목적으로 설립한 대안(代案)학교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제도권 학교의 피해자들이다. 학교라는 울타리안에서 학생을 성적으로 평가하고 그 울타리를 벗어나면 ‘문제아’로 취급하는 기존의 교육 개념을 뛰어넘었다. 오전 8시에 등교해서 똑같은 수업을 들어야 하고, 자신들의 꿈을 펼치지 못해 뛰쳐나오는 학생들을 부모는 기대치에 못 미친다 하여 강제한다. 소수의 학생들만을 위한 학교 수업을 거부한다고 해서 ‘문제아’로 취급한다. 이런 가운데 가정이나 학교, 사회로부터 상처받고 삶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차츰 이들은 교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마음껏 뛰어 놀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이곳에서 ‘좋은 학생’이 되어간다.

윤교장은 “청소년기 학교를 잃고, 부모의 품을 잃고, 가정의 소중함을 잃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왔을 때 아무것도 묻지 않고 품어 줄 수 있는 ‘좋은 학교’를 만들 것이다. ‘좋은 학생’이 ‘좋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학교’가 ‘좋은 학생’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양업고는 독특한 교육철학을 갖고 있다. 인성교육을 우선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개개인의 욕구와 선택을 존중한다. 또 자극과 통제 속이 아닌 자발적으로 교육받고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하는 학교가 이들은 진정한 학교라고 믿는다.

수업도 체험학습 위주로 이뤄진다. 서울역, 영등포, 희망의 집을 찾아 노숙자들의 삶 속에 직접 파고든다. 노숙자를 위한 무료급식소를 찾아 식사를 하고 물질적 풍요 속에서 이런 계층이 왜 생겨나게 됐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학습방법이다. 현장학습을 놀이로 착각하는 것은 제한하며 진지함과 열성으로 서로 논의 하에 이뤄진다. 학습 후 과제물 제출이나 발표, 소감문 제출을 통해 학습 능력을 기른다. 노숙자 현장체험에 참여하면서 김혁 학생은 “노숙자 현장 체험학습을 하면서 인사동 거리에 가서 예술 작품도 감상하고 무료급식을 위해 모여 있는 노인들을 보면서 흰머리가 하나 둘 생기는 부모님을 떠올렸다. 조를 이뤄 과제 해결을 하면서 돈독해지는 관계, 밝아지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하나가 돼 이끌어 가는 양업고의 결실로 올 졸업생 28명 중 26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그중 한 명은 아티스트를 꿈꾸며 다른 한 명은 군입대를 한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학교에 대한 애정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다. 아버지의 권유로 2002년 입학한 이정원(20·경기 부천)씨는 학교에서 배울 것이 없다는 생각에 중학교 중퇴를 결심했다. “흔히 어른들은 학교를 그만 둔다고 하면 문제아 취급을 한다. 하지만 나는 문제아가 아니였다.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가 불필요하다고 느꼈고, 그런 내 의사를 부모님께 명확히 밝혔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실망하는 눈치였으나 곧 나를 존중해줬다.”

연극배우가 꿈인 이씨는 우선 중학교 검정교시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는 1년 동안 신문배달과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했다. 검정고시 합격 후 그의 방황이 시작됐고 이런 그를 지켜보던 아버지의 권유로 입학하게 됐다. “획일화된 학교 교육에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에 입학할 때는 군입대한다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존의 학교와는 달리 자율적이고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활동’을 운영하고 있어 학교 생활에 보람을 느낀다.” 졸업 후 연극영화과에 진학할 계획이라며 이씨는 “지난 해 12월 축제 때 축제를 총괄하면서 연습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고 뿌듯한 순간이었다”고 답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뮤직비디오를 직접 제작하는 ‘미디어 교육’시간이 가장 즐겁다는 김수정씨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학생수가 적어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생활하므로 타 학교와 구별된다”며 만족해했다. 양업고 학생들의 대부분이 일반고에 대한 반감과 부적응자가 대부분이므로 2.3학년 선배들이 엄하게 대하기도 한다는 것.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은 한 가지 만을 쫓지 않고 개개인을 소중히 하는 이곳에 익숙해진다. 교과 전담 교실 운영으로 들어가고 싶은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 할 수 있고 취미와 특기 신장을 중시한다. ‘질풍 노도의 시기’를 경험하고 평범하지 않은 학생이 대부분이므로 이들을 위해 다양한 문제 행동에 대응한 치유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갖는 ‘좋은 학교 모임’시간에는 재충전의 기회로 외부 전문 강사를 초빙해 교사, 학생 모두 쇄신의 기회를 갖는다.

이들에게는 일반고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한 소속감이 있다. 24시간 공동체 생활과 자기 사랑에서 시작되는 자발적인 생활 방식이 그것이다. 문제아라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대해 반기를 드는 조현순 교사는 “럭비공처럼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미래에 대해 적극적이고 예의바르게 행동한다. 미숙한 어른이 아이들을 문제아라고 몰아 부치는 것이지 진정 성숙한 사람은 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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