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우리사회에서 약자일까, 강자일까?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흔히 ‘철밥통’으로 비하된다. ‘웬만하면 밥줄이 끊기지 않는다’는 직업의 안정성을 상징하는 조어(造語)지만 밥통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은 아무래도 부정적이라는 얘기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밥통은 ‘밥을 담는 통’이라는 1차 의미 외에도 ‘위(胃)를 속되게 이르는 말’, ‘밥만 축내고 제구실도 못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등 점입가경이다.

어찌 됐든 공무원법은 ‘공무원이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공무원법에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해 휴직·강임·면직을 당하지 않고, 법정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한 징계처분을 받지 않으며, 의사에 반하는 신분 조치와 징계처분에 대해서는 불복 소청을 하여 부당한 불이익처분을 구제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과연 공무원은 ‘굵고 짧게 살기보다 가늘고 길게 사는’ 명(命)만 긴 직업일까? 사실 일반 공무원들에게 유별난 특권은 없다. 국회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과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에는 체포할 수 없다는 불체포 기본특권 외에도 KTX·선박·항공기 무료탑승, 전직 수당 월 120만원 등 200여 가지의 특권을 누리는 특권층(국회의원)에 비해서는 말이다. 스스로들 말하길 월급도 박봉이라고 한다. 민원인에게 멱살 잡히는 공무원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부디 굵고 길게 살아라

그러나 공무원 개인에게 주어진 특권이 유별나지 않더라도 공무원의 권한과 지위는 많은 것을 결정한다. 건축 인허가, 위생 점검, 도시계획 결정 등의 문구는 이해관계자들을 주눅 들게 한다. 그들에게 공무원은 하늘이다. 이 모든 걸 차치하더라도 공무원은 주민의 혈세로 녹을 받는다. 그래서 공무원들에게는 지켜야할 성실·복종·친절공정·비밀엄수·청렴·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이 가운데 청렴의 의무는 직무와 관련해 향응, 사례, 증여를 수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렴의 의무를 어긴 충북도와 시군의 간부공무원 3명이 28일 징계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당했다. 근무시간에 10여 차례나 기업인들과 골프를 친 진천군청 사무관(5급)은 해임처분을 받았다. 설 직전에 건설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도청 부이사관(3급)은 정직 3개월에 처해졌다. 미국에 사는 딸의 토지매입을 돕기 위해 농지원부를 조작하고 자신의 밭을 경작하는데 공공근로를 동원한 증평군청 서기관(4급)도 정직 3개월을 처분 받았다.

이 정도면 공무원법에 명시된 신분보장의 특권도 이들을 지켜줄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해 철밥통을 분실하거나 그 단단하다는 철밥통에 구멍을 낸 공무원들이다. 철밥통이 아무리 비하된 표현이라 하더라도 그 철밥통을 꿈꾸는 사람들이 줄 지어 서있다. 올 상반기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충북 28대 1, 충남 25대 1, 대전 28대 1이다. 공무원들이여 굵고 길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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