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공개 거부한 서울시장 제외, 시도지사중 4위
지자체마다 편성기준 달라, 공개기준·범위 명확히 정해야

▲ 단체장 업무추진비는 대정부·국회 활동, 현안사업 추진 등과 함께 외부 인사들과의 식사 등 대외활동이나 직원 격려, 심지어 비서실 차재료 구입에도 사용된다.
이시종 지사는 업무추진비를 어느 곳에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것이 단체장의 업무추진비다. 최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시·도지사의 업무추진비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현 광역단체장들의 취임 후 최근까지 사용한 업무추진비 대부분이 공개된 것이다.

광역단체장들의 업무추진비가 동시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이 기간동안 1억7602만7990원을 사용했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제외한 15명 중 네 번째로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권의 염홍철 대전시장은 1억4350만8370원, 안희정 충남지사는 1억2689만1700원을 써 각각 5위와 7위를 기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업무추진비 정보 공개를 거부해 발표에서 제외됐다.

충청권 특히 도세가 약한 충북이 단체장 업무추진비 사용액이 서울을 제외한 전국 4위로 나타나자 일각에서는 이시종 지사의 씀씀이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충북도는 업무추진비의 내역을 들여다보면 상대적으로 사용액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정부·국회 활동비 커

이시종 지사가 사용한 업무추진비 1억7000여만원 중 국비 확보와 도정 시책이나 현안 사업 추진을 위해 4900여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는 정부부처나 국회 상임위 방문과 간담회와 지역특산물 홍보 구입비 등이 포함되며 태양광, MRO, 오송역 준공 등 지역현안 사업과 관련한 비용도 업무추진비로 집행됐다.

도 관계자는 “(이지사는)취임 직후부터 국비확보와 현안사업 해결을 위해 수십차례 중앙부처와 국회를 방문하며 대정부 활동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비교적 많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실제 충북도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통해 공개한 업무추진비 현황에 따르면 이 지사는 정부예산 확보를 위해 취임 후 지난해 말까지 20여 차례 서울을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따른 위로금 1000만원을 비롯해 구제역 확산과 관련한 각종 격려금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

▲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통해 공개된 이시종 지사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일부.
특히 업무추진비 중에는 광복절 경축행사 관련 기념품과 오찬·간담회 비용 2100여만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용은 매년 발생하는 고정비용으로 대전과 충남 등 타 지역은 일반 예산에 편성해 집행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광복절 비용과 국비확보나 현안사업 추진 관련 경비 등을 고려하면 업무추진비 사용에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정해진 비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업무추진비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궁금하겠지만 지나친 관심은 좀…
단체장 일거수일투족 드러나, 공개 범위도 애매

단체장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과 규모가 공개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시민단체들의 업무추진비 공개 요구에 따라 일부 지자체가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일부 내용의 공개를 거부하거나 분야별로 뭉뚱그려 형식적인 공개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 때문에 업무추진비가 단체장들의 쌈짓돈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러던 것이 시민단체들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공무원노조가 출범하면서 단체장 업무추진비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단체장 업무추진비를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지자체가 늘었고 충북도도 분기별로 인터넷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공개하고 있다.

업무추진비는 기관운영비와 시책비로 구분된다. 기관운영비는 광역단체장의 경우 연간 1억5500만원으로 정해져 있으며 시책비는 자율편성하고 있다. 충북지사의 올해 시책업무추진비는 1억6200만원으로 기관운영비와 합쳐 3억1200만원을 사용할 수 있다.

기관운영비는 직원 격려와 도의회를 비롯한 도내 유관 기관, 언론사 간담회 비용 등이 포함되며 직원 근조기 제작, 비서실 찻잔과 차재료 구입 등도 업무추진비로 집행한다.
시책추진비는 대정부·국회 활동, 시책·현안사업과 관련한 간담회 등 지사 대외활동비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낱낱이 드러나는 것에 대해 해당 지자체는 적잖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사용 내역을 들여다보면 단체장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언제 누구를 만나 어느 식당에서 어떤 메뉴를 주문했는지 여부도 사용내역에 나타날 수 있다. 규정에 따라 집행되지만 이런 세세한 사안까지 드러난다는 점에서 사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시종 지사 기관운영업무추진비 내역에는 ‘비서실 수행운전 관계자 격려·간담 1만2000원’, ‘행정조직 개편 휴일근무 관계자 격려·간담 3만원’ 등 식사비용임을 짐작케 하는 항목이 다수 차지하고 있다.

업무추진비 공개 방법이나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공공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나 조례에 공개해야 하는 항목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에 업무추진비가 포함됐을 뿐이다.
공개 주기는 물론 날짜별로 할지 분야별로 묶어 총액을 공개할지 정해진 게 없다. 또 음식점일 경우 메뉴나 참석자 명시 여부, 물품구입이면 구입처나 수량, 제공처 등 공개 범위와 수준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업무추진비의 공개 방법과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별도의 법률과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단체장으로서도 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서 쌈짓돈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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