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보호대책 마련 촉구 2008년 조사 잘못 됐다"
청주시 “서식확인을 위한 용역조사 필요. 예산 장담 못해”

무심천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이 청주MBC 카메라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수차례 목격담이 제보되고 배설물의 발견되며 생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무심천 수달의 실체가 확인 된 것이다.

▲ 무심천 수달의 모습이 한 방송국 카메라에 생생히 담겼다.

이 영상은 청주시가 한국수달보호협회와 함께 2008년 2월 발표한 ‘무심천 수달 서식 실태 및 보호방안 연구’에서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발표 이후 촬영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4일 무심천 생태하천조성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달의 보존대책과 서식환경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김수동 무심천 생태하천조성을 위한 대책위원회 실행위원장은 “청주 도심 한 가운데 수달이 산다는 것은 시민의 자랑거리다. 수달은 수생태계의 꼭지점에 있으며 생태하천의 대표종으로 하천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은 현재 청주시와 청원군 무심천 수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고향의 강 사업’과 ‘생태환경조성사업’에 대해 “수달 서식처를 파괴하는 공사라며 중지 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청 수질관리과 하천담당 관계자는 “아직 고향의 강 사업이 설계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뭐라 말할 수 없다”고 전했고 청원군청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시민단체와 만나 협의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수용할 수도 있다”는 말을 전했다.

“예산 장담 못한다”

청주시의 움직임은 소극적이다. 김재선 청주시청 환경과장은 “카메라 찍힌 영상만으로는 청주 무심천에 수달의 서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먹이를 찾아 무심천을 타고 내려왔을 확률도 있다. 일단 정밀조사가 이뤄져 수달이 무심천에 서식하고 있음이 공식적으로 확인 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수달 서식처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기위해 경비를 추경예산에 반영하도록 노력 하겠지만 시의 재정이 어려운 만큼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다만 “이번 수달의 출현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본다. 현재 무심천에는 메기와 가물치, 미꾸라지, 배스가 사는 등 물이 깨끗해져 수달이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청주시청 환경과가 수달 촬영이후 수달을 보호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수달 출몰지라는 것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을 설치한 것이 전부다. 이에 무심천 생태하천조성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조속한 수달의 보호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김 실행위원장은 “같은 돌에서 계속해서 배설물이 발견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는 영역표시행위이며 서식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 시민단체는 2008년 청주시가 수달보호협회와 함께 발표한 “용역자료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실행위원장은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한 모씨를 비롯한 조사원들이 현장을 방문한 것은 네 차례 뿐이며 핵심서식지로 거론 된 곳을 방문하지 않는 등 2008년 발표가 청주시 입맛에 맞게 짜 맞추어졌다”고 주장했다. 김 실행위원장은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수달의 서식이 확인됐다”며 “이번 발견을 계기로 청주시가 조사에 나선다고 하지만 언제 예산에 반영하고 어느 세월에 용역을 내 결과를 낼지 기약할 수 없다. 하루 빨리 수달이 촬영된 부근을 보호지구로 지정하고 시 차원에서 관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전주시 보호노력에도 로드킬

청주시보다 먼저 수달이 발견된 전북 전주시의 움직임은 청주시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지난 21일 전주천에 서식하는 수달의 사체가 로드킬 당한 채 시내 효자동 우림교 하천 둔치에서 발견됐다.
김진태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전주시가 전주천과 삼천에 서식하는 수달의 실태조사를 하기 위한 용역발주 작업을 하던 중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전주에서 수달이 최초로 목격된 것은 2006년 무렵, 수달로 추정된다는 종이 수차례 목격되었고 2008년에 가서야 담당공무원에 의해 실체가 확인됐다.

당시 송하진 전주시장이 “수달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기자회견에 직접 나섰다. 김 사무처장은 “2009년에는 수달이 가족을 이룬 모습이 관찰돼 전주천에 안정적인 서식공간이 확보된 것으로 생각됐으나 지난 해 11월에도 수달 사체가 발견되는 등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번 수달의 죽음으로 인해 전주시와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보호대책을 강구 중에 있다. 다행히 전주시가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번 무심천 수달 발견에 대해서도 관심을 나타나며 “예전 청주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번 수달의 발견을 계기로 행정적 편의주의에서 비롯된 제방이 아닌 생태안전을 위한 방안들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사무처장은 “무심천 도심구간은 여울이 없고 수심이 얕기 때문에 수량과 수심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할 것이며 갈대와 돌무더기 등을 조성해 수달이 서식하고 숨을 수 있는 은신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2008년의 실패가 약이 됐다.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적인 협조가 필요

조기완 청주MBC PD
이번 무심천 수달발견은 청주의 한 방송국 촬영팀의 5일 동안 밤샘 촬영에 따른 결과물이었다.
지난 25일 만난 청주문화방송 조기완PD는 24일 수달에 관한 최초 방송 이후 후속보도를 위한 편집 작업에 바쁜 상태였다. 조 PD는 “2008년의 실패가 약이 됐다”고 말했다.

촬영팀은 지난 실패를 교훈 삼아 상당구청의 협조를 받고 다리 위 가로등에서 전기선을 연결해 다리 밑에 촬영을 위한 등을 설치했다. 제작비가 부족해 조PD의 사비로 직접 전구를 사다가 끼워 넣기도 했다. 청주문화방송 전기담당 직원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지난 4일부터 촬영을 위한 사전준비를 시작한 촬영팀은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수달포착을 위해 잠복에 들어갔다. 이튿날인 18일 오후 9시 20분과 20일 10시 20분 무렵 수달의 모습을 담았고 21일 오후 7시경에는 뭍으로 나온 수달의 생생한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조PD는 “21일 촬영한 화면은 전구를 갈아 낀 직후에 촬영됐다. 전에 출현했던 시간보다 수달이 일찍 나타나 놀라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찍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 조PD는 “녹색수도를 지향하는 청주시가 수달보호를 위한 청원군의 통합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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