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좋아 직업도 바꾸고 전국 하늘을 누비다
봄에는 남한강따라 가을에는 속리산으로 단풍구경

패러타는 하늘새 안승용

안승용(37‧청주시 성화동)씨는 하늘을 난다. 하늘을 일터로 삼아 살아간다. 안씨가 비행하는 데 쓰는 장비는 동력패러, 패러글라이딩에 모터를 달았다. 동력패러는 일반 패러글라이딩과는 달리 교통관리공단을 통해 면허증을 획득해야만 비행이 가능하다. 2009년부터 동력패러의 분류가 초경량 항공기로 바뀌며 자격요건이 까다로워졌다.

▲ 안승용(37‧청주시 성화동)
안씨가 패러글라이딩을 처음 접한 것은 1999년이었다.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패러글라이딩을 배운 안씨는 하늘을 나는 쾌감에 푹 빠지고 말았지만 곧 시들해졌다. 하늘을 멀리 하기도 했다. 그런 그를 다시 날게 한 것이 2003년 만난 동력패러였다. 안씨는 이내 빠져들었고 하늘을 다시 껴안았다.

안씨는 “그 당시 장비는 지금과 비교하면 열악했지만 열정이 가득했던 시기”로 기억했다. 취미활동이 직업이 된 것도 이 때쯤이다. 지인의 부탁으로 행사 때 축하비행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프로야구와 축구경기 개막 이벤트에도 참여하는 등 전국을 누볐다. 8년의 시간이 흐르고 그 사이 안씨는 가정을 꾸렸다. 안씨는 꽃다리 아래에서 야외결혼식을 했다. 신랑은 동력패러를 이용해 입장했고 신부는 선녀처럼 열기구를 타고 내려왔다. 안씨다운 결혼식이었다.

결혼식도 패러타고 입장

안씨는 동력패러를 배우는 사람들을 상대로 강습에 나서기도 한다. 주로 배우는 사람들은 50대 이상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안씨는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장비가 워낙 고가라 젊은 층에서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안씨는 “열정에 따라 학습속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패러글라이딩의 경우 국산제품이 많이 보급되어 있지만 동력패러는 모두 수입에 의존한다. 가격은 1300만원대. 고가이기에 보통 초보자들은 중고제품으로 시작해 실력에 따라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력패러는 높이 날 수도 있다. 영국인 탐험가가 에베레스트를 넘은 적도 있다는 것이 안씨의 설명. 하지만 너무 높이 날면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200m 이상은 올라가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너무 높으면 속도감을 느낄 수 없는 것도 이유이다. 안씨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는 싶지만 위험하지 않느냐며 걱정을 하고 동력패러 배우길 주저하지만 경량비행기 중 동력패러가 가장 느리다.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와 비교해볼 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의 안씨의 설명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처럼 안전벨트를 매고 교통법규를 지키듯 비행하면 위험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발이 공중에 떠야 편안”

안씨는 “동력패러의 매력에 대해 오밀조밀한 맛”을 꼽았다. “항공레포츠의 꽃”이라고도 했다. 안씨는 장거리 비행을 할 때면 동이 틀 새벽을 택한다. 이때가 비행하기 좋은 시기다. 안씨는 “운해가 밀려올 때 눈을 감고 구름을 뚫고 올라가면 붉게 떠오른 해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안씨는 “저공비행해 물위에 발을 디뎌 물이 톡톡 튈 때 오밀조밀함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씨의 주 비행코스는 까치내에서 증평이나 청주 꽃다리에서 대전이다. 도착하기까지 한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동력패러가 낼수 있는 속도는 3~40km지만 직선거리로 비행하기에 차보다 빠르다. 때로는 경기 여주에서 남한강을 거슬러 충주로 비행하고 가을이 오면 속리산으로 비행해 단풍구경을 하기도 한다.

안씨는 “징그럽게 많이 탔다. 죽을 뻔한 위기도 여러 번이었고…”라며 그동안의 비행을 돌아봤다. “일 때문에 지방 비행을 떠날 때면 출발 전 부인과 아들 얼굴을 한번 더 바라보는 것이 버릇이 된다”고 말했다. 안씨는 가족 때문에라도 지형지물 파악 등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그래도 이륙할 때는 침이 마른다. 발이 공중에 떠서야 비로소 편안해진다. 다시 땅에 내려앉으면 뿌듯함이 가득하다는 것이 안씨의 말이다.

안씨는 “아들에게도 동력패러를 가르쳐 주고 싶다. 하지만 나처럼 업으로 한다면 말리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라고 전했다. “대신 더 큰 비행기를 타고 싶다면 지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안씨는 “만약 로또에 당첨된다면 헬기를 사고 싶다. 더 멀리 오래 비행하고 싶은 게 내 꿈이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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