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서식지에 직지 테마공원 조성 전면수정 불가피
청주무심천 '친수 공간·생물 서식환경' 함께 조성돼야

▲ 수환경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수달과 원앙, 삵, 미호종개, 백로 등의 서식이 확인된 청주 무심천이 '고향의 강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사업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 '고향의 강' 사업이 시작부터 암초에 걸렸다. 사업 대상지가 2005년 사체로만 확인됐던 수달의 서식지임이 최근 청주MBC의 생생한 화면으로 확인되면서 기본설계안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시는 당초 청주의 대표 유산인 직지 이야기를 테마로 하는 하천을 조성해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축제의 장소로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시는 지난해 국토해양부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올해 초 300억 원의 사업비 지원이 결정되었다. '4대강 사업에 이어 현 정부의 또 하나의 강 시리즈 산물이냐'는 비아냥거림 속에서도 하천 본래의 목적인 재난재해예방을 위한 지방하천 정비 사업이란 명분을 얻어 추진됐다. 더욱이 지역적 특성을 살린 친수 공간 확보로 대외적 명품하천이란 이미지를 살린다는 계획이었다.

이 사업에 전국적으로 150개 지방자치단체가 응모를 했고 지역적인 특성을 잘 살린 지자체 대표하천 60개소가 선정됐다. 또 앞서 선도 사업으로 추진됐던 15개소를 모두 합쳐 75개 지방하천이 오는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최대 300억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도내에서는 청주의 도심 하천인 무심천(5.20㎞), 제천 장평천(3.30㎞), 진천 백곡천(3.70㎞), 보은군 관광하천 달천(4.20㎞), 충주 석문동천(2.20㎞), 괴산 달천(4.20㎞) 등 6개소가 선정됐다. 이 중 청주시 흥덕구 문암동 무심철교부터 상당구 율량천 합류점 2.40㎞,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용평교부터 상당구 지북동 일원 2.80㎞ 등 모두 5.20㎞ 구간은 청주시 무심천 생태하천 조성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다양한 생물 서식을 알아보기 위해 자연형 하천 그대로 보존을 요구해 왔던 곳이기도 해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녹색 수도 청주 '수달' 상징성 살려야"
실제 지난달 24일 청주 무심천 생태하천 조성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무심천 대책위)는 "천연기념물 제 330호인 수달의 보호대책을 강구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무심천 대책위는 지난 2006년 청주시가 '무심천 종합계획'에 따라 무심천에 롤러장, 자전거도로, 축구장, P3 골프장을 조성하려던 것을 저지 운동을 하면서 생겨났다. 시민들의 레포츠 공간으로 무심천 롤러장과 자전거도로는 끝내 조성됐지만 P3골프장 조성 등 심각한 수질 오염을 발생시킬 수 있는 일부 계획의 변경을 이끌어 냈다. 이는 산업화로 오염된 무심천이 1급수로 변화되고 건강한 수환경의 지표종인 수달과 미호종개, 맹꽁이, 원앙, 삵, 백로 등의 서식지가 발견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민·관·학이 함께하는 무심천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다양한 생물 서식에 대한 조사결과를 내 놓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모니터링 사업과 어울리지 않는 고향의 강 사업 추진에 있다. 일단 청주시는 무심천에 직지 이야기 테마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적 문화유산인 직지와 청주시 캐릭터인 자모돌이를 모티브로 고인쇄박물관, 청주직지축제, 유등문화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청주 무심천 송천교, 방서교, 장평교 일원에 화단 및 잔디광장, 직지공원, 조형물, 직지문화광장, 소규모 체육시설, 고수부지 내 산책로 등 직지 문화를 체험하는 문화광장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직지공원 보다는 수달과 맹꽁이, 백로 서식지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는 생태체험코스 개발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무심천 대책위 김수동 실행위원장은 "자연형 하천은 되도록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다. 자연 그대로의 다양한 생물 서식을 확인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며 "부득이하게 친수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면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철거하려던 무심천 하상도로를 앞당겨 걷어내고 한쪽은 친수 공간 한쪽은 수환경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수달, 미호종개, 백로 등이 서식할 수 있는 자연형 하천을 보존, 복원해 무심천 동식물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이는 청주·청원 통합을 앞두고 연계사업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지방하천의 관리권을 갖고 있는 충북도가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기회에 녹색수도 청주시의 상징을 수달 등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의견수렴 후 밑그림 그릴 것"
이어 그는 "시가 이율배반적인 것이 자연형 하천 복원과 모니터링 사업을 벌여 왔음에도 한 쪽에서는 '고향의 강 사업'을 통해 생태하천을 파괴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지자체가 국비확보를 이유로 이해관계가 다른 국토해양부, 환경부, 행안부의 지원 사업을 무분별하게 따오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사실 시는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 동안 청주시 상당구 지북동 무심천 장평교에서 청원군 미호천 합수부까지 12㎞ 구간에 135억 1500만원을 들여 자연형 하천 복원사업을 벌인 바 있다. 또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무심천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생태지도를 작성해 왔다.

청주시 수질관리과 조승영 과장은 "기본 설계안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결정해야 한다. 수달 등 천연기념물 보호종은 서식지가 보존될 수 있도록 관찰 데크 설치 등 설계안 변경을 검토하겠다. 사업비가 국비 60%, 지방비 40%(시·군비 28·도비 12)를 포함해 모두 300억 원이지만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지원되다 보니 현재 기본용역 설계비로 확보된 것은 5억 원에 불과하다. 5월 용역 발주를 위해 확보해야 될 돈이 13억 원이다 보니 상반기 추경에 이를 반영해야 할 상황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 자체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는 강원도 철원과 정선이 지방비 확보부족으로 사업 포기 및  연기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대상지가 당초 62곳에서 60곳으로 준 바도 있다.

국토해양부 하천운영과 김종철 서기관은 "이번 사업은 4대강 사업과는 분명 구별해야 한다"며 "재난재해예방을 위한 기존 지방하천 정비 사업에 대한 사업명에 불과하다. 만일 천연기념물 등 보호종이 사업 대상지역에 발견됐다면 반드시 보호대책을 강구하도록 협조 공문을 내려 보내겠다. 4월 중 종합적인 의견을 들어 밑그림을 그릴 생각이다"고 말했다. 청주시 환경과 이석영 자연보전담당은 "관련부서와 논의를 통해 사전환경성 조사와 보호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고 전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염우 사무처장은 "어려운 시기에 국비확보 측면에서 높이 살만하다"며 "도심 지역의 지방하천은 치수(治水), 이수(利水) 개념을 넘어 친수(親水)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와의 공청회를 통해 바람직한 대안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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