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석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경북대 지질학과·동 대학원 일본 나고야대학 대학원 공학박사 대한지질공학회 총무이사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지질재해연구위원장. 사진/육성준 기자
불가항력이라는 것 만큼 무기력해지는 것은 없다. 일본 대지진이 그랬다. 이번 지진은 현대문명을 조롱이나 하듯 한순간에 빌딩과 집과 자동차를 삼키고, 많은 사상자를 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사후복구에 최선을 다하는 일 뿐이다. 그 충격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진 규모를 측정하는 규모 M(Magnitude) 9.0이라는 것은 대공황을 불러 일으키는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고 보면 이번 지진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서용석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질 전문가다. 서 교수는 지난 17일 충북대 교수·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진 강의를 했다. 일본 대지진이 터진 뒤 열린 이시종 도지사와 충북도 실·국장들의 비상대책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최근들어 서 교수는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 됐다. 그는 ”인간의 활동이 지각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지질재해는 지구 스케줄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이 때문에 막을 수는 없지만, 대비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지진같은 천재지변은 인간과 하등 관계없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전문가는 이를 ‘지구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에서 인공강우를 만드는 수준까지 왔으나 인력으로 안되는 게 지질재해라는 것. 그래도 큰 위안이라면 우리나라는 일본이 속한 환태평양지진대에서 빗겨나 있다는 것이다.

- 일본처럼 재난대비 훈련을 많이 한 나라가 이번 지진에 초토화되는 것을 보고 아찔했다. 만일 우리나라 같았으면 훨씬 심각한 현상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지진이 날 확률이 낮지만, 그래도 대비는 해야 한다. 정부는 초등학교 때부터 재난대비 훈련을 시켜야 한다. 일반 국민들에게도 매뉴얼을 보급해야 하고 마을별로 대피장소를 마련해야 한다. 또 대피장소까지 가는 이동경로를 세세하게 알려줘야 한다. 일본은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 일단 지진이 나면 문을 열고 가스밸브를 잠그고, 책상 밑으로 숨었다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밖으로 나와야 한다. 문을 여는 이유는 지진 때문에 건물이 흔들리면서 문이 변형되면 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스밸브는 화재예방 차원에서 잠그는 것이고, 책상 밑으로 숨는 것은 건물붕괴시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일본 대지진 후 일부 학교에서는 지진대비 훈련을 했지만, 그 이후로 다시 자취를 감췄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 외에도 우리는 수많은 자연재난을 당하고 있으나 제대로된 매뉴얼이 없어 대피요령도 모르고 있다. 서 교수도 “우리나라는 M 7.0 규모의 지진만 와도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요즘 관심사가 지진에서 원전으로 넘어간 듯 한데 일본 대지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그간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
“다 알다시피 지난 1923년에 M 7.9의 관동대지진이 있었고, 95년에 M 7.3의 고베지진이 있었다. M 7.0 이상이면 대부분 많은 피해를 입는다. 고베지진은 도심지형으로 도시 피해가 심각했다. 사망자가 6400여명에 달했다. 이번 지진은 이제까지 일어난 일본지진 중 규모가 가장 커 피해가 많았다. 일본은 평소 준비를 많이 하지만, M 8.0에 맞춰 대비하고 있다. 지진이 터지면 대개 쓰나미가 오는데, 쓰나미가 덮치는데 1시간 가량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가장 빨랐던 곳이 9분 걸렸다고 한다. 이래저래 이번에는 예상을 뒤엎어 앉아서 당하고 말았다. 후쿠시마 원전도 설계기준을 M 9.0에 맞춰 튼튼하게 했다면 걱정 안했을 것이다. 다만 엄청난 설계비가 문제다.”

- 지진의 규모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
“M 5.0이면 벽에 금이 가고 비석이 넘어진다. 굴뚝, 돌담, 축대 등이 파손되고 사람들은 서있기 곤란할 정도며 심한 공포감을 느낀다. 그리고 6.0이면 건물파괴 30% 이하,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땅에 금이 간다. 사람들은 도움없이 걸을 수 없다. 7.0이면 건물파괴 30% 이상에 산사태가 나고 땅이 갈라진다. 이 때 사람들은 이성을 상실한다. 9.0이면 건물이 완전히 파괴되고 철로가 휘며 지면에 단층현상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대공황에 시달린다.”

- 세계적으로 발생한 지진 중 특히 규모가 컸던 지진은 어떤 것들인가.
"세계적인 지진대는 환태평양지진대에 80%, 지중해-히말라야대에 15%, 나머지 5%는 해저산맥과 그 밖의 지역에서 발생되고 있다. 환태평양지진대는 태평양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지진대이다. 세계 15대 지진들을 살펴보면 칠레에서 발생했던 M 9.5(1960) 지진이 가장 심했고, 알라스카의 9.2(1964), 인도네시아의 9.1(2004), 러시아의 9.0(1952)에 이어 올해 일본 대지진이 뒤를 잇고 있다." 서 교수는 이 대목을 설명하면서 한 장의 지도를 보여주었다. '세계 15대 지진들'이라는 제목으로 역대 지진들을 조사해 지도상에 표기한 것이었다. 이 지도는 서 교수가 직접 만들었다.(아래 지도 참고)


-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은 어떤 것이 있었나. 백두산화산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보은 속리산에서 78년 M 5.2 규모의 지진이 있었다. 옛날 지진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이 없고, 78년 지진계를 설치한 뒤부터 비로소 측정하기 시작했다. 백두산 화산은 데이터 상으로 볼 때 최근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 폭발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 교수는 고베지진 당시 고베시청의 신청사는 유리창만 몇 장 파손됐지만, 구청사는 노후되고 저층인 건물이어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고층은 내진설계를 하기 때문에 튼튼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법을 개정해 2층이하 소규모 건축물에 대해 내진성능을 강화한다고 국토부는 최근 밝혔다. 한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다 지난 2003년 충북대 교수로 부임한 서 교수는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지질재해연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구제역 매몰지 지반안정성 조사와 원자력발전소 부지 안정성평가 등 일련의 중요한 일들에 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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