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선거를 앞두고 신문들이 하는 기획 아닌 기획보도가 있다. 바로 누가 뛰나 시리즈다. 지역구별로 어떤 인물들이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지 훑어준다. 누가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려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게 전부라면 곤란하다. 요즘 신문에는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슬슬 등장한다.

“이용희 의원은 자신의 아들이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구천서 전 의원이 내년 총선에 나올지도 모른다, 정우택 전 도지사는 페이스북을 하루 30분 사용한다, 이승훈 전 정무부지사는 난데없이 건국정신을 말한다.” 최근에 신문을 보고 알게 된 정보다. 한편으론 코웃음이, 한편으론 총선이 한참 남았는데 왜 이런 기사들이 벌써 나오지 싶었다.

충북일보가 지난 1월 지역 국회의원들을 신년 인터뷰하면서 이용희 의원을 인터뷰 했는데 기사 제목을 “아들 이재한, 국회의원 자격 충분” 이라고 뽑았다. 기사 내용을 보면 더 기막히다. “일각에서 세습 운운하는 것은 무식의 소치”라고 말한 이 의원보다 이를 주요하게 보도한 충북일보 보도태도가 더 부적절했다. 구천서 전 의원 출마설은 선거 때마다 나오니 이제 이런 기사는 그만 써도 좋지 않을까 싶다. 정말 후보로 나왔을 때 그때 써도 충분하다.

정우택 전 도지사가 페이스북을 하루 30분 정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충청리뷰가 정치인들의 소셜미디어 활용 실태를 보도한 기사 <아직도 논두렁 밭두렁 정치하십니까>에서 나왔다. 인터넷 방송을 활용하거나 페이스북을 활용하는 정치인 3명을 얼리어답터라고 소개했다. 인터넷방송 정도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고작 하루 30분을 투자하는 페이스북 활용을 두고 얼리어답터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활용하는 정치인들은 너무나 많고 대중과 소통하는 데에 탁월함을 보여주는 몇몇 인기정치인들도 있다.

이승훈 전 정무부지사가 건국회 충북본부 사무소를 개소했다는 소식 역시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가 싶다. 앞으로도 총선을 겨냥해서 무슨 연구소를 냈네 하며 고개를 내미는 정치인들은 차라리 형식뿐인 사무소 열기 보다는 ‘총선을 준비한다, 나는 이런 의제를 제시한다, 함께 토론해보자’ 라고 나왔으면 좋겠다. 그게 더 솔직하고 건강한 방식 아닐까.

너무 쉽게 지면을 허용한다

정치뉴스는 신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사이며, 비중을 많이 차지한다. 정치인들 역시 나쁜 소식으로도 언론에 자주 등장하길 반긴단다. 조는 모습이라도 사진 한번 나오는 게 안 나오는 것보다 낫다는 거다. 정치신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언론에 한번이라도 더 등장하고 싶을 것이다.

얼굴 한 번 더 알리는 게 중요한 그들에게 신문은 너무나 쉽게 지면을 허락해주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독자들이 좋아하고 즐겨보는 정치뉴스인데 과연 수요에 맞는 질 높은 뉴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치권의 소문에 기대어, 힘 있는 정치인들의 근황을 세세히 전해주는 데에만 만족해서야 될까.

요즘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논쟁이 한창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이 있다. 백만 민란, 진보정당 연합, 야권연합, 시민사회차원의 대안 논의 등 여러 논의가 한창이다. 이 모든 이야기들의 바탕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이 자리한다.

이런 얘기들이 서울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정치는 삶을 바꿔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을까. 새로울 것 없는 정치인들의 근황이나 세 과시, 여론 떠보기용 기사 보다는 지역 차원에서 어떻게 선거준비를 해나가야 할지, 우리 지역주민들이 생각해볼만한 주요 의제는 무엇인지 언론이 판을 깔아줬으면 한다.

그 위에서 정치인, 지역주민, 지역사회가 치열한 토론이라도 한 판 벌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굴 알리기 기사는 조금 늦어도 상관없지 않은가. 지역언론이 지역주민들의 마음에 자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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