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한 노조 조합원이 말 틈새를 비집고 끼어들었다.

"거긴 우리 문제 한 번도 보도하지 않은 곳이야."

설마. 오해일 거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지역 노동계의 핵심 현안 노조였다.

지역 정치권, 시민사회단체도 관심을 기울였다. 지역여론도 비등했다. 시설폐쇄만은 안 된다던 충북희망원이었다. 한 번도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해는 풀어주기로 했다.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뉴스검색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전수조사를 했다. 시설폐쇄 신청을 한 작년 10월부터 노사합의가 이뤄진 올 2월 1일까지 차근차근 기사내용을 읽었다. 각 단체의 기자회견이나 집회개최 날짜도 확인했다. 기사를 읽어 나갈수록 속은 타들어 갔다. 근 한 시간여 동안 확인한 기사는 한 꼭지에 불과했다. 그나마 2월 1일 자 노사합의 보도였다.

지난 2월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 까이고, 매 맞은' 바 있다는, 그럼에도 'MBC 좌파 대청소를 70-80% 정도 정리'하는 청소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였다고 칭찬받은 바 있던 김재철 사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김 사장은 면접 때 '지역MBC 광역화'를 강조한 바 있다. "청주MBC는 100만 가구, 충주MBC는 5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이를 합치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 김 사장이 면접 후 각종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연임이 되면 청주-충주MBC를 통폐합하겠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실제 3월 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청주-충주MBC와 강릉-삼척MBC의 합병이 의결됐다.

19개 지역MBC의 광역화 시도는 작년 9월에도 있었다. 진주-창원 MBC의 합병 의결이 그것이다. 발표 이후 진주MBC는 들끓고 있다. 지역 123개 시민사회단체가 통합을 반대하고 나섰다. 방통위는 그해 12월 합병 승인을 연장했다. '시청자 의견 청취'와 '심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 '지역방송발전위원회 의견 청취' 후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전례에도 청주-충주MBC 통폐합 의결과정에서 방통위의 판단 근거였던 시청자 의견은 여전히 배제됐다. 충주MBC 시청자위원회가 통폐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자회견을 했을 정도다. 충북 북부권은 더욱 들끓고 있다. 3월 14일 충주시의회가 통폐합 반대 성명을 채택한 데 이어 16일에는 단양군의회와 제천시의회가 반대 뜻을 발표했다. 지역언론의 중요성과 더불어 '북부권 소외론'도 불거지고 있어 자칫 충북권 내 지역대립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침묵하고 있는 청주권역 지방의회가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서두에 언급한 현안은 청주-충주MBC 강제통폐합 문제였다. 충북희망원 조합원이 지적한 것처럼 청주MBC의 보도태도에 대해선 서운한 감정도 있다. 그럼에도, 지역언론사의 역할을 믿기에 우리는 대책을 숙의하고, 행동을 옮기기로 했다. 그 과정이 통폐합의 문제만이 아닌 지역언론사의 '존재'를 되묻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