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치안복지 경진대회 등 전국적인 센세이션
범죄발생 26%증가 검거 22.8%감소 치안공백 우려

▲ 김용판 충북경찰청장이 지난 9일 지방청 우암홀에서 열린 '제1회 치안복지 창조를 위한 자율책임 성과경영 경진대회를 참관하고 있다.
<취임 6개월 김용판 충북청장 엇갈린 평가>지난 9월 충북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한 김용판(53) 청장이 이번 달로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신조어 제조기'란 별명이 말해 주듯 의욕적인 활동이 신선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가 하면 '포퓰리즘(populism·인기영합주의)의 전형'이란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그는 충북지방경찰청장으로 승진 발령 되면서 취임사를 직접 쓴 청장으로 유명세를 탔다. 배경에는 어머니를 위한 자연치유서 '내 건강 비법'을 직접 쓴 저자로 관심을 모았다.

이후 그는 경찰 조직에 '치안복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면서 전국적인 센세이션(sensation)을 불러 일으켰다. 한 마디로 국민의 안녕과 질서를 책임지는 치안의 개념을 넘어서 이제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맞춤식 치안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도내 11개 시·군 경찰서장과 치안복지 창조 협약식을 가진 김 청장은 기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율책임성과경영제'를 도입했다.

지난 3일에는 마침내 제1회 경진대회를 통해 자율방범대 등 민간단체와 협력 치안을 강화 한 청주시 흥덕구 강서지구대(1위)와 저소득층 아동보호를 위한 사랑 나눔 봉사활동에 나선 청주 상당경찰서 사천지구대(2위), 인삼 등 특용작물 도난 예방과 외국인 노동자 민원처리 명함 및 다국어 운전면허 시험지를 만들어 편의를 제공한 음성군 금왕지구대(3위)를 단체 표창하고 포상휴가를 주기도 했다.

또 맞춤형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민들의 다양한 치안 욕구를 견지할 수 있는 식견(識見)이 필요하다며 자기계발을 위한 청내 도서관 개관식을 지난해 11월 8일 본관 5층 '청풍도서관'에서 갖기도 했다. 현재 청풍도서관을 비롯해 도내 11개 일선 경찰서에는 공모에 의해 선정된 각기 다른 이름의 도서관이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도서 구입비를 아끼기 위해 기증 또는 임대 형식으로 비치된 모두 1만 5123권의 다양한 서적을 볼 수 있다.

치안복지·주폭척결 신조어 제조기?
지난 9일 오후 충북대학교 중문에서는 도내 6개 대학과 충북대중문상가번영회, 경찰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주폭(酒暴) 척결 및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 캠페인'이 벌어졌다. 신학기를 맞아 신입생 환영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음주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도 있었지만 그가 제1의 민생침해사범이라 생각하는 주폭 척결을 위한 것이었다. 김 청장은 새해벽두부터 최근 롯데칠성에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향토소주인 충북소주와 함께 '주폭척결 업무협약'을 맺고 홍보에 나선바 있다.

'시원한 청풍' 라벨에 주폭 척결 홍보문구를 삽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조직의 힘을 빌어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조폭(組暴)이라면 술에 힘을 빌어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일컬어 주폭이라 한다"며 대표적인 민생침해사범으로 손꼽기도 했다. 여기에 소통을 강조하는 김 청장은 '충북경찰 25시'란 경찰 소식지 창간과 '입식테이블 결재 시스템' 도입, 직원과 격의 없는 대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그의 행보에 대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란 비판의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맞춤형 치안은 바람직하지만 도서관을 찾아 '공부하는 경찰'이 많으면 그 만큼 치안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그가 다른 곳으로 부임해 갈 경우 경찰행정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란 지적이다. 역대 충북경찰청장들이 현직시절 추진하던 시책들이 계속성을 갖고 유지된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김 청장 "고객 중심 사고 시대적 흐름"
실제 그가 부임한 지난해 9월8일부터 올해 3월8일까지 충북에서는 살인(26), 강도(43), 강간(238), 절도(4568), 폭력(4196) 등 5대 범죄 발생건수가 모두 9071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6407건에 비해 2664건(29%)이 증가했다. 또 그가 부임하기 전인 지난 2009년 9월8일부터 지난해 3월8일까지 5대 강력범죄 발생 총 6407건 중 79%에 이르는 5087건이 검거 됐지만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범죄 검거율은 56.2%에 그쳤다.

전산화로 인한 누적집계 증가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일각의 우려가 일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올해 초 청소년 단순 절도 용의자를 2차례나 놓쳤다 검거한 지구대장이 상부에 보고를 하지 않아 직위해제 되면서 공직기강 해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충북경찰청 일각에서는 "자기계발을 하라는 깊은 뜻을 이해하면서도 청장에게 보여주기 위해 형식적으로 책을 빌리고 인터넷에서 줄거리를 베껴 제출하기도 한다"며 "독서 왕을 뽑는다니 바쁜 업무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용판(52) 청장은 "모든 지휘관은 자신 고유의 철학이 있다. 하지만 충북경찰이 지향하는 치안복지 창조는 '주민 우선'이란 관점의 변화와 '찾아가는 서비스'가 핵심이다"며 "이런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은 시대의 흐름이고 어떤 지휘관이 와도 쉽게 변화될 수 없다"며 "경찰 조직 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과 내부고발은 언제나 환영한다. 다만 도민들이 지혜와 경험을 모아 주고 따뜻한 시각으로 응원해 줄 때에 현실화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칭찬 뒤 숨겨진 '종말론' 우려
역대 청장들 파격적인 행보 뒤 좋지 않은 종말
순수한 변화 기대…승진·정계진출 꼼수 우려도

이런 김 청장의 파격적인 행보를 지켜보는 도민들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수요자 중심의 치안을 강조하며 신선한 충격을 몰고 왔던 역대 충북청장들이 대체로 끝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1명의 경찰이 1개의 경로당을 책임지고 범죄대처 교육과 교통지도를 통해 노인 보호에 앞장선다는 '1경1노제도'의 전국적인 확산을 통해 호평을 받았던 박기륜 전 청장은 '함바 게이트'에 연루되어 검찰 수사선상에 이름을 올렸다.

시무식을 청주 상당산성 해맞이 행사로 할 만큼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이춘성 전 충북경찰청장은 울산경찰청장 재직시절 코스닥업체로부터 투자이익금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부산에서 구속돼 지금까지 재판 계류 중이다. 이 전 청장은 지난 2009년 충북경찰청장을 끝으로 옷을 벗었다. 그는 현직시절 짧은 취임사와 부속실 직원의 현장인력 배치, 직원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위한 매주 수요일 '김밥데이' 운영, 관행을 깨는 하위직 경찰관과의 간담회, 24시간 민원실 개방, 예정 없는 일선서 초도순시 등의 파격행보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바 있다.

사실 역대 충북지방경찰청장들이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어 옷을 벗은 경우는 이들 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02년 태풍 루사로 전 도민이 수해 복구에 한창이던 시기 관할지역에서 골프회동을 가진 김정찬 전 치안감이 직위해제된 것을 비롯해 2005년 일명 카지노 서장이라 불리는 김남원 전 청주 서부경찰서(현 흥덕경찰서)장 사건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한정갑 전 치안감이 옷을 벗으면서 충북이 '지휘관들의 무덤'이란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도내 일각에서는 "김 청장의 의욕적인 행보는 칭찬하고 싶다"며 "다만 충북을 교두보로 승진이나 정계 진출을 위한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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