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고교생 투신자살 사건 학교 측 상담 요청 미뤄 질타
평교모 김명신 연구원 "학생 먼저 생각하는 생활상담 필요"

▲ 집단 괴롭힘 없는 평화로운 교실 공동체 만들기 교사 매뉴얼 발간에 참여한 김명신(42·부강초 교사) 책임연구원이 학기초가 학생들 적응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평화로운 교실 공동체 만들기 교사 매뉴얼I>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으로 보이는 자살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보살핌과 우정, 배움의 공동체'를 바라는 교사들이 모여 '집단 괴롭힘 없는 평화로운 교실 공동체 만들기 교사 매뉴얼1'을 최근 내어 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책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게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신학기가 얼마나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친구 간 관계 설정이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모두 270여 페이지에 정리된 내용들은 도내 11개 학교 초등학교 교사들이 실제 지난 1년 동안 교실에서 진행한 대안 교실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학생과 교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낯선 관계를 개선하는 대동놀이, 올베우스의 괴롭힘에 대처하는 4대 규칙을 근간으로 하는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4대 규칙' 공유하기, 학급회의를 통한 급훈·학급 규칙 만들기, 전학 온 아이 환대하기, 교육의 3주체인 아이·교사·부모 '비폭력 평화 서약식', 하루 여닫기와 멈춰 제도, 여학생들의 관계적 폭력 해결하기, 동아리 활동을 통한 평화로운 교실 만들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학기 초 학생들 스스로가 만드는 학급규칙은 친구들 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더 잘 키려는 신뢰감을 쌓게 된다는 것이다. 

"학기 초 서열 형성 갈등 가장 커"
이들 평화로운 교실 만들기 교사들 모임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더 나아가 '평화로운 학교 공동체 만들기 교사 매뉴얼 2'뿐만 아니라 부모 매뉴얼까지 만들어 평화로운 학교 대안 교실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실 이들은 '신학기 증후군'이란 말이 있듯이 아이들에게 모든 것이 낯설고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신학기를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 이 시기에 교사와 친구들이 방관자적 입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대동놀이를 통한 친밀도를 높이고 학급 내 위계질서를 바로 잡아 서로 간에 서운함을 토로하는 '하루 여닫기'나 '멈춰 제도'를 통해 상호 신뢰감과 믿음을 쌓아가는 행복한 교실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집단 괴롭힘 없는 평화로운 교실 만들기 연구 모임 김명신(42·청원 부강초 교사) 책임연구원은 "이번 매뉴얼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연구 사례이지만 더 나아가 중·고등학교에서도 응용이 가능하다"며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는데 아마도 '멈춰 제도'만 알았더라도 도움을 청하던 학생이 귀중한 생명을 끊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교사들은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수업 종이 친 이상 수업을 먼저 받도록 교실로 돌려보낸 뒤 차후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하지만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우리의 연구 사례에서 보듯이 친구 간에 갈등이 생기면 수업 시간에도 곧바로 '멈춰'를 외치고 친구 간에 토론에 들어간다. 그리고 누가 잘못했는지 인정하고 사과를 통해 감정을 다스리기 때문에 갈등도 우울증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도내 전 학교가 우리의 연구사례를 응용한 대안 교실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이는 성적보다 인성, 학교보다 학생을 먼저 생각하면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숨진 이 군도 도움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시기에 그의 얘기에 귀 기울여 주지 않은 것이 이 같은 비극을 낳았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다음 생애 평화롭게"…의문 자살로 끝나나?
경찰, "집단 괴롭힘 수사 친구 사귀는 학기 초라 없어…"

지난 9일 오전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생은 자신의 왼손에 '이런 세상에서 살기 싫습니다. 다음 생애에는 평화롭게'란 유서를 써 놓고 학교 실습실 3층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이에 경찰은 집단 괴롭힘 여부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2학년 신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창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상황에서 같은 반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 여부는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반 친구와 1학년 때 친구 및 담임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조사에서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폭력 여부에 대한 사안을 가볍게 볼 수 없어 쉽게 수사를 종결할 수 없어 신중을 기하고 있음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사건 당일 휴대폰 메모리칩을 두고 말다툼을 벌인 뒤 상담을 요청했던 이모군(18)을 2교시 시작종이 쳤다는 이유로 되돌려 보낸 학교 측의 미흡한 대처에 지탄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 군은 휴대폰을 빌려 쓴 친구가 휴대폰 메모리칩을 빼고 건넨 사실을 뒤늦게 알고 말다툼을 벌인 뒤 상담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나, 다른 학생들을 자습을 시키더라도 상담을 원하는 학생을 되돌려 보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다. 도교육청과 학교 측은 "평소 요주의 학생도 아니었고 수업이 끝난 뒤 상담해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며 "담임도 신규 발령이라 잘 몰랐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이 군은 1학년 때 모두 4차례의 상담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번은 진로 상담이었고 나머지는 친구들과 싸움 때문이었다.

"학교 안정화 우선 상담체계 개선 다음"
경찰은 "이 군이 약간의 이방시(異方視)가 있어 평소 피해의식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간혹 다툼이 있었고 친구들과 화해하는 과정에서 혼자, 또는 함께 상담을 받았던 것 같다"며 "성격도 외향적이라 친구들이 함부로 대한 친구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일단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선학교 상담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업보다 학생의 생활 상담을 최우선으로 하자는 것이다.

청주상당경찰서 변재철 수사과장은 "같은 반과 1학년 때 친구 및 담임에 대한 조사결과 집단 괴롭힘 여부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며 "다만 약간의 사시가 있어 평소 피해의식이 조금 있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손해 보기를 싫어하는 성격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간혹 다툼이 있어 상담을 받기도 했다. 사건 당일에도 상담을 신청했지만 수업종이 치는 바람에 끝나고 오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박종원 장학사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충격을 입은 학교 안정화가 최우선이란 생각이다. 관련 매뉴얼은 차후 논의해 마련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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