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 편집위원

갑자기 모두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대지진을 보면서 죽고 사는 문제가 이렇게 가벼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몇 천구의 시체가 나와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패닉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들을 통해 이런 소식을 접하는 전세계 사람들 또한 패닉상태에 빠졌다.

역시 유토피아는 없다. 토마스 모어는 자신이 꿈 꾼 세상을 ‘유토피아(Utopia)’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 말의 어원이 이 세상에 없는(ou-) 장소(topos)라니. 그러고보면 유토피아는 처음부터 없는 세상이었던 것이다. 사유재산이 없고 공동생산·공동분배하는 사회, 노동을 즐기고 복지가 잘 돼있는 사회, 배움을 즐기는 사회, 최소한의 법률로 유지되는 도덕적 사회, 전쟁을 혐오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회, 종교의 자유가 잘 보장되는 사회…토마스 모어가 말하는 유토피아다. 그가 살아있다면 아마 자연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라는 조항도 들어갔을 것이다.

인간들은 자연재난 앞에서 정말 무기력하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땅, 엄청난 쓰나미로 마을이 없어진 참상을 보고 이를 복구하는 일에 열중할 뿐이다. 사람들이 모여 지지고 볶는 사이, 자연은 이를 가소롭게 여기고 저 만치서 한바탕 겁을 주고 돌아가는 것 같다. 자연파괴에 대한 죄 값 이리라. 그러나 어쩌랴. 오늘도 우리는 내 발 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바쁘기만 하고, 어제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각설하고 충북도의회가 연일 뉴스거리를 생산해내고 있다. 그 중 교육위원회는 학원 야간학습제한 조례에 이어 샛별초 인조잔디 문제로 시끄럽다. 하지만 교육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 이전에 교육의원들의 태생적 한계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교육위원회는 3명의 도의원과 4명의 교육의원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장까지 합쳐도 수 적으로는 교육의원들이 우세하다. 그러나 교육의원들의 출신을 보면 교육장·장학사·장학관·교장이다. 모두 교육관료 출신들이다. 아무리 퇴직한 관료들이지만 교육청에서 한 솥밥을 먹었으니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인간적으로는 이해된다. 하지만 이성적으로는 이해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민노당 후원비납부 전교조 교사 중징계 건으로 교육감을 증인출석 시키자는 의견은 묵살됐고, 최근 샛별초 인조잔디 건으로 청주교육장과 회의를 하던 최미애 위원장은 교육의원들에게 “행정사무감사도 아닌데 왜 감사하듯 하느냐”며 제지당하고 말았다. 최 위원장은 교육장을 추궁하려고 한 게 아니고 학부모들의 입장을 설명하려 했으나 회의규칙도 지키지 않은 의원들에게 우스운 꼴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육위원회가 추진하는 자율학습선택조례도 현재 난항을 겪고 있다. 정규수업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이 조례에 대해 도교육청과 교장단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을 밤늦게까지 학교에 붙잡아둬야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조례는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어렵다. 교육의원들에게 일일이 의견을 물어보지는 않았으나 도교육청의 입장과 비슷하다고 한 의원은 귀띔했다. 교육의원들이 이런 식으로 집행부 눈치를 본다면 충북의 교육정책은 과연 어디로 갈까. 정말 걱정된다. 의원들에게 집행부 견제·감시 역할은 기본이다. 이 역할도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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