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 여자축구단의 이상한 연고지 운용 방침에 제천 반발

새로 창단하는 ㈜스포츠토토 여자축구단의 연고권이 사실상 충북으로 확정된 가운데 훈련지는 제천으로, 경기장은 보은으로 분산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이시종 지사의 공약이었던 ‘도민프로축구단’ 창단이 무산되자 대안으로 추진된 여자축구단 유치가 성공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충북의 3대 도시이자 국내 유일의 여자축구 국가대표 전용 훈련장을 갖춘 제천이 반쪽짜리 연고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시민들의 자존심은 상할 대로 상한 상태다.

▲ 최근 충북을 연고지로 내정한 스포츠토토 여자축구단의 실제 연고도시가 제천과 보은으로 분산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제천은 경기장이 아닌 훈련지로만 활용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전국 최초이자 유일의 여자축구 전용 훈련시설인 제천시 봉양읍 소재 건강축구캠프장 조감도.
실제로 축구단의 창단식을 16일로 못박은 구체적 시간표까지 제시된 도의 발표 자료에는 강원도 화천, 경기도 고양, 충북 보은, 경남 함안을 연고로 하는 4개 팀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리그를 치른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문건대로라면 제천은 120억 원을 들여 건립한 국제 수준의 경기장과 숙소를 제공만 해줄 뿐 도민 여자축구단 유치로 지역에 돌아오는 혜택은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이럴 경우 제천은 자칫 훈련 장소 무상제공만 아니라 시설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축구 행정에 정통한 지역 축구계 관계자는 “도가 스포츠토토의 충북 유치 조건으로 창단 자금 2억 원과 추가로 해마다 전국체전 출전 강화 훈련비 5000만 원을 구단 측에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천이 온전한 연고지가 아닌 훈련장으로만 제공될 경우 시민 입장에서는 여자축구단 유치가 되레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걱정했다.

이어 “지난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 여자 축구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여자축구 리그(W-K리그)의 인기가 급상승하며 방송 중계를 통한 지역 홍보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던 터에 리그 개최지를 보은에 넘겨줄 경우 제천은 그야말로 재주만 넘는 곰 신세가 될 것”이라며 “국내외적으로 훈련장과 경기장이 분산된 상태에서 연습장 지역이 연고지로 인정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제천이 스포츠토토의 훈련장으로만 지정될 경우 봉양읍의 여자축구 전용 훈련시설은 되레 시에 큰 골칫덩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엄태영 전 시장의 진두 지휘 아래 국내 유일의 여자축구 전용 훈련시설로 추진됐던 트레이닝 센터는 제천디지털고등학교 앞에 8만 9000㎡ 규모로 조성됐다. 문제는 추진 당시 센터 운영을 맡기로 했던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최근 시에 연간 수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운영 포기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는 점이다.

이른 시일 내에 센터를 운영할 대체 기관을 찾지 못할 경우 시가 시설까지 직영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센터는 이미 85% 이상의 공정을 보이고 있어 시로서는 짧은 시간 안에 대체 운영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말이 직영이지, 고도의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를 발휘해야 하는 첨단 스포츠 시설의 운영을 시가 직접 맡는다는 것은 자살 행위에 가깝다. 시청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시설이 준공되기 전에 새 운영자를 찾지 못하면 트레이닝 센터가 시 재정의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이 때문에 시설 운영권자를 찾지 못할 때를 대비해서라도 스포츠토토축구단의 리그 경기장도 제천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게 지역의 여론이다.

시민 김진수 씨(제천시 장락동)는 “제천시가 막대한 세금을 들여 지은 국내 유일의 여자축구 트레이닝센터를 훈련 장소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도는 제천 시민의 지극히 정당한 목소리를 지역 이기주의로 폄훼하지 말고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도 관계자는 “도의 스포츠토토 여자축구단 유치는 제천을 염두에 두고 추진한 것”이라면서도 “스포츠토토의 ‘제천 건강축구캠프장’ 실사 결과 이곳의 축구전용트레이닝센터가 훈련장과 숙소로선 최고 수준이란 점을 인정했다”고 말해 경기장 연고권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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