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 부상하려 12년간 서울대 수의대·농대에만 40명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대표 필두로 ‘황우석 제자’들 포진

10여년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해 애물단지로 방치되던 청원 ‘초정스파텔’이 지난 2일 줄기세포 관련기업인 (주)알앤엘내츄럴에 매각되면서 라정찬 대표이사와 청주 신흥고, 서울대 수의대 학맥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 수년 전 황우석 사태에 이어 최근 알앤엘내츄럴의 초정 스파텔 인수를 둘러싸고 신흥고, 서울대 수의대 출신의 줄기세포 관련 학맥이 다시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사진은 라정찬 알앤엘 대표이사
1978년 신흥고의 탄생은 당시 지역 최고 갑부로 손꼽혔던 민철기(신흥제분 창업자·1991년 작고)씨가 초대 이사장이었다는 점에서 출발부터가 화젯거리였다. 신흥이라는 교명은 신흥제분에서 따온 것이지만 당시 후발주자였던 신흥을 신흥(新興) 명문으로 부상시키기 위한 전략은 서울대 공략으로 시작된다. 고교 평준화 이전 청주지역 고교의 서울대 진학은 전통 명문 청주고가 독점하는 상황이었다. 

신흥고는 서울대에서 상대적으로 커트라인이 낮은 농대와 수의대를 겨냥했고 실적은 놀라웠다. 신흥고가 이 전략을 사실상 철회한 1990년대 초반 12회 졸업생까지 모두 20명이 서울대 수의대에 진학했다. 6회는 무려 5명이 수의대에 입학했다. 농대를 포함하면 같은 기간에만 약 40명에 이른다. 서울대 수의학과는 1962년 농과대학 수의학과로 편입돼 수원캠퍼스로 이전했으나 1976년 수의과대학으로 분리됐으며, 2003년 관악캠퍼스로 이전했다.

알앤엘내츄럴과 모기업 (주)알앤엘바이오의 라정찬 대표이사는 서울대 수의대의 신흥고 학맥 가운데 대표주자다. 신흥고 2회인 라 대표는 세계최초로 우수의약품(GMP) 기준에 맞는 세포치료제 생산 기술을 확립했고 2000년 알앤엘바이오를 설립하면서 사업가로도 성공했다. 벤처등급평가 최우수 기업상(2002년), 벤처 대상(2003년), 대한민국 신기술으뜸 대상(2009), 장영실 한국과학 기술대상(2009년) 등의 수상경력이 그가 서있는 자리를 말해준다.

이병천, 강성근 황우석과 결별

▲ 이병천 교수
서울대 수의대로 간 신흥고 동문들은 황우석 교수를 만났다. 황 박사와 함께 줄기세포 연구의 1인자로 꼽히는 라 대표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들어 시술한 것과 관련해 수사를 받는 등 한때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현재 알앤엘에는 비(非) 서울대 수의대를 포함해 신흥고 동문 13명이 근무하고 있다.

황우석 사단에서 ‘우(右)병천, 좌(左)성근’으로 통했던 이병천 서울대 교수는 3회, 강성근 알앤엘바이오 이사는 8회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던 두 사람은 2006년 줄기세포 연구 조작사건이 터지면서 각각 정직과 해임 등의 징계를 당했다.

이 교수는 스승인 황우석 박사와 개 복제 특허기술을 둘러싼 법적 다툼을 벌여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서울대 산학협력재단이 황우석 박사가 이끌고 있는 수암연구원을 상대로 개 복제 기술과 관련해 2건의 특허 침해 심리를 특허심판원에 청구했으나 “황 박사가 서울대의 원천기술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 강성근 알앤엘 이사
신흥고, 서울대 수의대 학맥 중에는 이밖에도 엄기동(4회) 건국대 수의대 교수, 윤병일(5회) 강원대 수의대 교수 등이 강단에 서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연구원에는 조성근(3회), 조윤상(6회) 사무관이 있다. 나머지 동문들은 대부분 동물병원을 개업했고, 지자체, 유업회사 등에도 근무하고 있다.

신흥고 동문회 관계자는 “개교 초기 학교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대 농대, 수의대로 진학을 권장했던 것은 맞다”며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가 주목을 받게 되면서 여러 동문들이 뜻하지 않게 유명세를 치르게 됐다. 어찌 됐든 미래지향적인 핵심기술의 연구와 생산에 동문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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