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하남 폐교 ‘해내미 갤러리’
해동연서회 ‘상설서예전시장’

 ‘숨어있는 1인치의 갤러리를 찾아라.’ 전시를 보여주는 장소를 넘어 전시를 빛낼수 있는 공간이 돼야할 갤러리의 설치조건은 까다로운 편이다. 우아하게 솟은 천정과 벽면에 일일히 달아놓은 할로겐 등이 필수조건이다.

그런데 여기 폐교의 외딴 교실도, 작가의 정든 집도, 그리고 회원들이 알음알음 회비를 모아 마련한 ‘갤러리’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눈에 띄지 않고, 또한 까다로운 설치조건도 갖추지 않았지만, 각기 ‘사연’을 품고 있는 갤러리들을 만나보자.

시골폐교가 작가들의 아뜰리에로
‘해내미 갤러리’

‘해내미’갤러리는 지난해 11월 8일 개관식을 가졌다. ‘해내미 갤러리’는 충주시 소태면의 작은 폐교인 하남분교를 작가들의 작업실로 꾸몄고, 오랫동안 방치됐던 교장실을 상설갤러리로 만들었다. ‘해내미’는 이곳 하남을 부르는 동네어른들의 말에서 따왔고, 또한 ‘해낸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사실상 교육청에서 늘어나는 폐교를 통한 문화사업을 권장하면서 전국적으로 폐교들이 작가들의 작업실로 꾸며진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청주에서도 화가 이홍원씨와 조각가 송일상씨가 마동산방에 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하남분교에 모여든 작가구성은 좀 특별하다. 서울에서 작업을 하다 6년전 충주의 맑은 공기에 이끌려 터를 잡게 됐다는 백승찬씨가 아내 손경희(일러스트레이터)와 2년전 하남분교의 문을 처음 두드렸다. 그리고 지난해에 남아있는 교실의 주인을 찾아 전국적으로 인터넷공모를 띄웠다. 백씨는 “문화관련사이트에 메시지를 띄웠는데, 생각보다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이 많았죠, 면접까지 볼 뻔했어요”라며 농담을 건넸다.

이렇게 모인 이들은 백씨부부외에 서양화가 민영욱씨, 일러스트레이터 이제호씨, 평면설치작가 홍원표씨와 최근에 사진작업을 하는 윤병진씨가 합류했다고 한다. 백씨는 “각기 자기작업과 생활에 대한 선이 분명해 친밀하게 어우러지지는 않지만, 밥을 먹을때 꼭 같이 먹으며 동지애를 다집니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동네주민들이 웬 시골에 작업실이라며 관심을 갖고 ‘구경’도 많이 하셨는데, 지금은 자주 안오세요. 동네어른들 한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시나 봅니다.” 백씨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해내미는 지역의 순수 창작공간입니다. 예술투쟁이 아닌 예술향유를 위해 모인거죠. 봄에는 개별적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아카데미 스쿨’을 열어볼 예정입니다. 회원제로 관심있는 사람들을 모을 예정이죠. 봄이 오면요. 겨울의 폐교는 너무 춥습니다. 그것이 작업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기도 합니다”라고 밝혔다.

서예인들의 ‘오아시스’를 꿈꾸며
‘해동상설서예전시장’

해동연서회(회장·김동연)는 올해초 서예인들의 작은소망을 이루었다. 71년도 현 청주예총회장인 김동연(57)씨가 조직한 해동연서회가 드디어 상당공원 맞은편 골목에 자신들만의 전시공간을 갖게 된 것이다.

김회장은 전시장 개관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동안 서예인구들의 전시욕구를 충족시킬 마땅한 공간이 없었습니다. 상설갤러리에서 서예전시를 연다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어서, 대부분 청주문화원이나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를 소화했죠. 오래전부터 서예전용전시장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마침내 회원들의 정성을 모아 이렇게 마련하게 됐습니다.”

40여평의 전시실과 휴게실을 따로 마련해 놓아 서예인들의 ‘아지트’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이를 운영할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는 김회장은 “어렵게 만들어낸 공간이니 만큼 회원들에게 기쁨을 주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대관도 하고기획전·소품전등도 구상중입니다. 판매수익을 서예작가들이 가져갈수 있는 통로도 계획중이죠. 또 올 3월에는 신춘회원전을 열어 개관 첫 스타트를 장식할 예정입니다”라고 밝혔다. 

‘해동’은 용비어천가에서 동방을 지칭한 그 ‘해동’의 의미다. 해동연서회는 회원들만도 60~70여명으로 그 가운데 국전 심사위원부터, 대학교수까지 그동안 많은 서예인구를 배출해온 전통을 자랑하는 단체다. 김회장은 “해동연서회에서 많은 제자와 친구와 스승을 만났죠. 또한 이 공간을 마련하면서 여러 지인들의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서예 상설전시장을 통해 일반인들이 서예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가까이 느낄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우리집에 전시보러 오세요”
파노라마 사진작가 권영오씨

파노라마 사진작가 권영오(60)씨의 이력은 독특하다. 그는 충북은행에서 33년동안 근무를 했고, 94년도 정년을 여러해 앞두고 명예퇴직 신청을 냈다.  “사진작업에 충실하고 싶어서”가 그 이유였다. 사진을 찍은 지는 35년째이고, 파노라마 사진 작업은 15년째다. “파노라마 사진은 옆으로 넓게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죠. 우리는 좁고 근시안적 세계를 살고 있지만, 사진에서는 멀리 넓게 바라볼 수 있죠. 답답한 마음을 탁 틔워주는 것이 파노라마 사진의 매력입니다.”

권씨는 사진들을 대부분 ‘방문짝’처럼 크다고 비유했다. 그리고 2002년 권씨는 사직동 용화사 근방에 있는 자신의 집을 갤러리로 개조해 이 ‘방문짝’만한 파노라마 사진들을 전시했다. 물론 인터넷에서도 그의 사진들을 만나볼수 있다. 산하아리랑( http://www.panorama.pe.kr)는 그의‘온라인 갤러리’다. 백두대간, 산해만리, 운무산하, 다도해, 속리산, 사계절 등 무채색으로 그리는 빛그림의 산하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갤러리를 만든 배경에 대해 “나이가 드니까 아이들도 떠나고, 공간도 남아 1,2층을 갤러리로 만들었죠. 조명도 달고, 제법 모양새를 갖췄습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 또한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과 함께 차 한잔 마시며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죠”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5월에 전시를 예정하고 있다.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싶은데 아직까지 그만한 전시환경이 뒷받침이 안돼 미뤄지고 있어요. 파노라마 사진들을 디지털 작업을 거쳐 컴퓨터 모니터에서 슬라이드 형식으로 넘어가듯이 대형TV를 이용해 전시를 보여주는 작업을 진행중이죠. 일반사진과 디지털 작업을 동시에 보여주는 형태는 처음 시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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