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나쁘진 않아… 구조적일 땐 문제
경기침체 때 외려 유출규모 크게 줄어

한국은행은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현상을 ‘좋다’, ’나쁘다’ 식의 단순 이분법으로 재단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2003년 12월중 화폐 발행 및 환수액은 각각 842억원, 355억원으로 월중 487억원이 발행초과(역외유출)됐다. 또 2002년 12월은 한달새 976억원이 발행초과됐다. 그럼 자금유출 문제에 한해 2003년 12월이 2002년 같은 달보다 호전된 것일까.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과 권혁찬 과장은 “2003년 12월의 발행초과액 규모는 연말 등 계절적 요인 등으로 전월(2003년 11월) 초과액 443억원보다 약간 늘어났으나 전년동기(2002년 12월)의 976억원보다는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이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및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용한도 축소 등 영향으로 1년 전보다 화폐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기침체가 자금의 역외유출 규모를 축소시켰다는 설명이다.

이것을 월별이 아닌 연(年) 단위로 확장해 보자. 2003년의 화폐 발행액 및 환수액 규모는 1조 1119억원과 4931억원으로 발행초과액이 6188억원에 달했다. 이는 2002년의 4924억원보다 1264억원이 늘어난 수준이다. 이것은 또 어떻게 봐야 할까. 권 과장은 “이는 충북이 대규모 소비지역인 서울 대전 경기지역 등과 인접해 있는 데다 지역산업구조의 도·농 복합형 특성으로 인해 전형적인 화폐 발행초과 패턴을 지속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이중적 가치 지녀
그럼 가장 궁금한 물음. 자금 역외유출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IMF직후 경제가 극심하게 위축됐던 1988년 충북에 7039억원의 화폐가 발행됐는데 회수된 금액은 무려 6174억 원이나 됐다. 90%에 가까운 환수율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는 경제활동이 최악으로 위축되던 때였다. 자연 자금소요 기반이 얼어 붙다보니 돈 쓸데는 줄고 그래서 환수가 많이 된 것이다. 1970년대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는 ‘입초출(入超出) 현상’이 만성적으로 계속됐을 때 경제는 크게 성장했다. 물론 견실한 성장이냐 여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었겠지만, 자금의 역외유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양면이 있다.”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이란 생산 및 금융활동으로 조성된 자금이 지역의 경제활동에 재투입되지 않고 산업활동, 금융·투자활동, 재정활동의 경로를 통해 타지역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순유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도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자금의 주요 유출은 서울 소재 대기업이 지방공장 및 지역소재 대형할인점을 경영하면서 자금운용은 서울에서 하는 경우, 지역경제주체들이 국공채·주식·타 지역 부동산 등을 매입하거나 금융기관의 지역 내 수신액이 여신액보다 많은 경우, 또 재정부문으로 중앙정부가 지역에서 징수한 세금이 지출보다 많은 경우 등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지하경제 부문을 무시할 수 없고 한 가정경제 단위에서 자녀를 서울로 유학 보낼 경우 거액의 학자금을 비롯해 매달 보내는 숙박 및 생활비 등도 자금의 유출경로가 되는 등 경우의 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앞서 잠깐 살펴보았듯 지역간 자금의 이동은 국가간 자금의 이동과는 달리 이동에 제한이 전혀 없는 가운데 합리적인 지역경제주체들간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견해가 만만찮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국내 대기업, 대형할인점 및 외국 투자로 인해 창출되는 지역소득이 이들에 대한 이익배분에 따라 유출되는 지역자금보다 훨씬 크다면 지역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므로 이러한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또 산업 및 금융활동을 통한 자금의 유출은 합리적인 자금배분과정으로, 그리고 재정부문의 유출은 인프라 복지 등 국가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위한 비용성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일 땐 불균형 발전 심화시켜
그러나 지역자금 역외유출이 지역간 불균형 발전으로 인해 지역의 산업 및 금융기반이 취약하고 신규 투자기회가 부족한 데에서 기인하는 것일 경우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은 바로 충북이 위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충북은 향토은행인 충북은행의 사실상 퇴출과 제2 금융기관의 몰락, 건설업체들의 부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지역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될 경우 지역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고착시킬 수 있다는 우려나 생산→투자로 이어지는 순환과정의 지속적 확대를 통해 지역경제가 발전돼야 한다는 당위를 생각할 때 외부자금의 유치와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의 지역 내 재투자를 담보할 제도 및 여건 조성 노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조사팀 김두경 조사역은 지난해 8월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규모 추정 및 개선방안’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는데, 김 조사역은 이 자료에서 “2001년 중 서울 광주·전남 울산 경기 충북 경남 지역이 자금의 순유출 지역으로 나타났는데, 충북의 자금유출 규모는 지역내 총생산(18조원)의 10% 이상인 2조3219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혀 논쟁점을 던져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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