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의 집 후원회장 투자약속 왜 안 지키나...운영방향도 아리송

운보의 집은 운보 아들인 김완씨가 부지 일부를 남의 손에 넘기면서부터 파행이 시작됐다. 벌써 10년이 넘었으나 정상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운보의 집 안에 있는 운보 동상
'운보의 집'이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등장했다. 지난달 21일 운보의 집 일부 부지에 대한 경매가 4차례 유찰끝에 낙찰되자 향후 방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운보의 집 부지 경매는 이번이 두 번째다.

이 날 이뤄진 경매는 주차장과 운보공방, 갤러리, 안채 앞 잔디밭 등 2만6000여제곱미터의 부지다. 항간에는 이번 경매에서 낙찰받은 곽 모씨에 대한 신상과 이후 활용방안에 대해 구구한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으나, 현재 곽 씨가 일절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소문은 소문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차제에 운보의 집에 변화의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운보 김기창 화백은 지난 1984년 어머니 고향인 충북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 8만5000제곱미터의 부지에 집을 지었다. 안채와 연못, 사슴농장, 미술관, 공방 등을 갖춘 이 곳은 한 때 하루 관광객이 2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 운보의 집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운보문화재단과 후원회장 황인연 씨, (주)운보와 사람들 세 축이고 최근에 부지를 낙찰받은 곽 모씨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러나 운영주체들이 이렇게 여러갈래로 사분오열된 이상 운보의 집 정상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재단 이사회는 6명의 이사들로 구성됐고, 이사장은 공석인 상태다. 엄밀히 말하면 이사들간의 세력다툼으로 선출을 못하고 있다. 그보다 이사회는 운보의 집 관리와 재산운용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이 있음에도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관련기사 35면 참조)

그런가하면 후원회장인 황인연 씨는 운보의 집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계속해서 받고 있다. 황 씨는 백철부 전 이사장이 돈 댈 사람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던 중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이사장과 이 일을 함께 했던 K 모씨는 “어떤 사람이 백 이사장한테 ‘광주에서 예식장사업을 크게 하고, 분재와 그림을 많이 수집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 때 당시 황 씨에 대한 꼼꼼한 조사내지 검증과정은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사회의 의결도 없었고, 후원회도 구성된 바가 없다. 후원회는 없는데 후원회장만 존재하는 것이다. 백 씨는 재단 빚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누구라도 돈있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 백 씨는 황 씨에게 경매에 나온 부지 매입, (주)운보와 사람들 요구 수용, 안채 및 미술관 보수, 재단직원 승계 등 4가지를 요구조건으로 걸었으나 현재까지 일부시설 보수, 재단직원 일부 승계와 임금체불 일부 해결 밖에 하지 않았다고 K씨는 털어놓았다. 그는 “황 씨는 300억원의 투자를 약속하고 현재까지 일부시설 수리, 관리인들 급여와 공과금 체불 해결, 본인 그림 미술관에 걸어놓은 것 밖에 없다. 투자약속을 지키지 않고 경매나온 땅을 잡지 못해 원형복원을 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재단인수자? 후원회장?
엄밀히 말해 황 씨는 말 그대로 후원회장일 뿐이지 재단 인수자는 아니다. 공적인 성격의 문화재단을 개인이 인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역에서는 황 씨가 후원회장으로 들어온 과정을 전혀 몰랐고, 이 또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처음부터 인수자 행세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12월 27일자 전남일보는 “광주 동구에서 예식장 ‘오페라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황인연씨가 운보문화재단을 인수,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며 “사재 120억원을 투자해 직원들의 체납 퇴직금 정산, 미술관 수리 등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운보의 집 부지 첫 번째 경매 낙찰자였던 성형외과 원장 한 모씨는 청주지법에 올린 ‘이사장 및 이사 직무집행정지가처분’ 관련 탄원서에서 “황 씨는 운보의 집을 개조해 식당영업을 해보자고 권유했는가 하면, 운보재단 및 운보의 집을 자기소유인 것처럼 말하고 다니고 팬션을 짓겠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분재공원을 만든다며 분재를 가져다놓고, 정식절차도 없이 미술관에 본인이 가지고 있던 작품을 전시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운보의집 정상화대책위 관계자도 “300억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은 황 씨는 운보의 집에서 손을 떼고 이사들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황 씨가 후원회장을 맡은지 5년여가 흘렀는데 이 정도면 검증할 만한 시간이 충분히 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황 씨는 지역의 이런 여론에 대해 운보의 집을 정상화시켰고 투자도 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투자금액은 인터뷰할 때마다 달라져 신뢰할 수가 없다. 지난 2009년 본지와 인터뷰할 때는 20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얼마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운보의 집 정원에 ‘운보와 정원’이라는 표지석을 세우고 미술관·분재공원·수석공원·조각공원이 있다고 홍보했다. 이 때문에 그는 운보문화재단 이름으로 운보의 집 성격 자체를 바꾸려고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현재는 반대여론으로 표지석을 제거했으나, 도민들이 원하는 문화공간의 모습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인터뷰/ 황인연 후원회장
“운보의 집 정상화 했고 주차장도 만들 것”
(주)제주아트랜드 회장이며 우산문화재단 미술관장인 황인연 씨는 전남 나주 출신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 운보의 집 후원회장으로 들어왔으나 충북도민들은 얼마를 투자했는지 알지 못한다.

- 언론을 통해 운보의 집에 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
“이 곳에 커피숍·식당·편의시설·팔도미술관 등을 짓고 250억원을 투자하려고 계획서를 만들었더니 운보의집 정상화대책위에서 반대해 제주아트랜드에 투자했다. 분재원도 반대해 제주도로 갔다. 그렇지만 나는 운보의 집을 정상화 했다”

황인연 씨가 후원회장으로 들어온 후 만들었던 운보와 정원 표지석. 현재는 철거됐다.
- 현재까지 투자한 금액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모두 얼마인가.
“시설비 10억원과 인건비, 내 그림 가져다 놓은 것 등 돈은 얼마되지 않는다. 이제 편의시설만 갖추면 된다. 이사회에서 주차장이 꼭 필요하다고 해서 이번 경매에 참여했다. 11억7900만원을 썼는데 떨어지고 말았다.

- 주차장 확보에 뜻이 없었던 것 아닌가. 왜 4차까지 유찰되도록 보고만 있었나.
“주차장 하려고 10여억원씩 쓰기 어려워 경매가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만일 낙찰자가 땅 사라고 하면 사겠다. 그런데 주차장은 주변 땅으로도 만들 수 있다. 재단 땅 3300제곱미터(1000평)에 주차장을 조성 중이고 인근 땅 1980제곱미터(600평)도 살 것이다.”

- 경매에서 부지를 낙찰받으면 모 방송사와 사업을 하려고 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방송사 서울본사에서 운보의 집을 방문하고는 드라마 촬영과 세트장 건립, 운보그림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사업을 해보자고 했다. 우리 이사회에서도 이를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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