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차별화·진보수용 등 ‘열린보수’ 지향

중앙일보가 구독료인하를 전격 단행하고 이념적으로 진보를 아우르는 ‘열린보수’를 표방하면서 기존 ‘조·중·동’틀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은 “조·중·동이 똑같은 신문이라면 3개가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조선, 동아일보와의 의제차별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보수시장만 고집하면 ‘조선의 아류’밖에 안된다”는 현실인식 아래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흡수하는가 하면 지면 콘텐츠도 강화하고 있다. 때문에 신문업계에서는 이같은 ‘중앙의 행보’가 총선 이후 신문시장 재편을 가져오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중앙이 변화하는 미디어환경에 맞게 발빠른 변신을 하고 있지만 논조는 대체로 보수 편향적이어서 보수언론의 대명사처럼 돼버린 ‘조·중·동’의 딱지(?)가 떼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의 변화는 의제설정에서 두드러진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 따르면 조·중·동의 신문모니터링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앙의 1면이 조선, 동아와는 조금씩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 신문의 이달 6일자를 보면 조선, 동아가 민경찬씨와 ‘국민참여 0415’의 문제를 1면 톱으로 다룬 반면 중앙은 ‘민생은 뒷전 폭로만 난무’를 1면 톱으로 게재했다. 또한 지난달 27일에도 중앙의 1면 의제가 달랐다. 조선, 동아는 1면에 ‘국민참여 0415’ 결성에 대해 다뤘으나 중앙은 정치개혁 시리즈와 중앙선관위의 소식을 크게 보도했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과거에는 조선이 의제를 설정하면 중앙, 동아가 따라갔는데 언제부터인가 중앙이 이 공식에서 분화돼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재벌과 미국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이며, 다만 남북관계나 정치문제에 대한 보도내용은 확실한 차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의 이념적 방향도 조·동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 신문은 스스로를 ‘열린 보수’라 표방하며 진보를 수용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통일혁명단 사건에 연루돼 20년간 투옥한바 있는 신영복씨의 글을 게재하는가 하면 구속된 송두율 교수에 대한 탄원서 등을 기사화했다. 또한 ‘시대를 논한다’에서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소설가 황석영씨와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이문열씨의 대담을 게재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권영빈 편집인(부사장)은 “지난 1년 동안 종전의 메이저 보수신문 이미지에서 벗어난 것이 가장 큰 방향의 변화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 여당 등의 비판 강도로만 신문의 순위를 매기는 시대는 지난만큼 앞으로 정치 외교 경제 민생 등에 대해 균형된 시각으로 보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협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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