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MB어록에 길이 남을 명언을 남겼다. “으쌰으쌰 정치한다고 으쌰으쌰 되는 것은 아니다.” 취임 3주년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여기저기서 여론이 분분하자 입을 다물라고 찬물을 뿌린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국민들은 다 안다. 다만 기사를 쓰는 기자들만 헷갈렸을 뿐이다. ‘으쌰으쌰’라는 단어가 사전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어느 신문은 ‘으샤으샤’라고 썼고 다른 신문은 ‘와샤와샤’라고 기록했다. 물론 두 단어 역시 사전에 없다. 항간에는 으쌰으쌰가 일본어의 찌꺼기라는 지적도 있다. 기자도 초등학교 때 이 단어를 ‘영차영차’로 순화해야한다는 가르침을 받은 기억이 난다.

전문가의 견해를 옮겨보자. 정용기 전 서울신문 편집위원은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가 2008년 발행한 <말과 글> 89호에서 “으샤으샤는 우리 국어사전에도 없지만 일본어 사전에도 없는말”이라며 “일본어라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일본어의 다른 기운소리인 ‘왓쇼이, 요이사, 요이쇼’ 등이 흥분상태에서 크게 소리 지르면서 ‘으샤’나 ‘이샤’로 변했고 우리말의 ‘영차영차’도 감정이 달아오르면서 ‘여차’ ‘으차’ ‘으샤’로 변했다는 추정이다.

‘으쌰으쌰’하는 충청도

어쨌든 충청도가 현재 과학벨트와 관련해 흥분했고 감정이 달아오르는 건 맞다. 그래서 4분의2박자로 으쌰으쌰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그러지 말란다. 으쌰으쌰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다. 힘쓴다고 되는 게 아니니 헛힘 빼지 말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이날 또 “나는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그런 생각이 없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것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어록에 남길 말이다. 이 말은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말을 자주 되뇌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꼰 것이다. 대통령 해먹기가 힘들다고 했던 노 전 대통령은 정권이 교체된 뒤 전직 대통령으로 살아가는 것도 힘들어 부엉이 바위 위에서 몸을 던졌다.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국론이 분열된데 이어 과학벨트를 둘러싸고 전국이,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영남이 물고 뜯으며 싸우는데, 그래서 여기저기서 으쌰으쌰하는데 대통령은 그런다고 되는 게 아니니 침묵하라고 한다.

주민의 소리를 외면하는 지도자는 힘들지 않을 수도 있다. 공약집에 있는 공약을 놓고도 ‘표를 얻으려고 한 말’이라고 뒤집을 수 있는 리더는 해먹기 쉬울 수도 있다. 분분한 여론에 귀를 기울이려니 힘들고 약속을 지키려니 어려운 것이다. 대통령은 쉽다는데 대신 정말 국민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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