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잇단 비판에 청와대 일각 ‘항의’ 후문

<미디어오늘>요즘 정치권에선 “조중동이 이명박 정부로부터 돌아섰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실제 일부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조중동 쪽에 “왜 이렇게 강하게 나오느냐”며 항의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나라당의 한 친이계 인사는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하면서 “그토록 원하던 종합편성채널을 얻긴 했지만, 4곳이나 주는 바람에 별 의미가 없어졌지 않나. 그와 관련해 현 정부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안다. 박근혜 전 대표에 이미 줄을 섰다는 설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종편 선정 발표 직후인 지난 1월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마침 도덕성, 자질 논란이 불거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불가’ 목소리가 조선·중아·동아 지면을 일제히 장식한 데 이어, 개헌과 대통령 신년방송좌담회까지 도마 위에 올렸다. 표현도 셌다. 조선은 1월 28일자 사설에서 “청와대는 이번 행사가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일환’이라고 하는데, 보다 보니 별 희한한 소통을 다 보겠다”고 신년좌담회에 직격탄을 날렸다.

2월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은 16일자 사설에서 “구제역으로 인한 민심이 흉흉하다”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근시안적 대책이 반복되면서 2차 재앙의 공포심을 낳고 있다. 자칫 구제역 재앙이 제2의 광우병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고 MB에겐 악몽과도 같은 ‘광우병 공포’까지 거론했다.

이들 가운데 각종 의제를 선도하며 가장 앞선 모습을 보이는 곳은 역시 조선일보다. 조선은 구제역 2차 환경재앙, 이귀남 법무장관 불법수사개입, 국정원 요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무단침입 등 정권에 치명적일 수 있는 이슈를 잇따라 만들어냈다.

반면 중앙과 동아는 조선을 뒤따라가는 모습이다. 지난 17일자 이들 세 신문의 1면 기사만큼 이러한 분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사례는 없을 듯하다.

이날 조선은 법무부장관이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함으로써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하지만 중앙과 동아가 1면 머리기사로 배치한 뉴스는 약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중앙은 “과학벨트 논란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을, 동아는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이 대우건설로부터 상품권을 받았다는 사실을 각각 ‘톱’으로 뽑았다. 모두 이명박 정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사안이긴 했지만 과연 ‘머리기사감’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국단위 일간지 중 이 사실을 1면 머리기사에 배치한 매체 역시 중앙·동아가 유일했다.

앞서 한나라당 한 인사의 말처럼, 최근 조중동의 보도 태도는 종편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지 선정 자체에 대한 불만뿐이 아니다. 역시 “조중동의 논조가 이전 같지 않다”고 평하는 한 방송계 고위 관계자는 “광고 규제를 풀라는 의미”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미래의 권력에 줄을 서는 의미도 있겠지만, 정부에 광고시장 확대·중간광고 허용 등 종편 진출시 ‘먹고살 거리’를 만들어내라는 압박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2월 9일자 동아일보 사설은 이러한 보수언론 쪽의 속내를 아주 적나라하게 반영한 것이었다. 동아는 이날 <KBS는 광고 없는 ‘국민의 방송’ 돼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올 하반기부터 지상파의 독과점 구조가 깨지고 종합편성채널이 4개, 보도채널이 1개 더 등장해 방송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화한다”며 “새롭게 출범하는 종편 채널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후속 조치와 지원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혹자는 ‘상업적 이유’나 ‘언론의 숙명’에서 그 배경을 찾기도 한다. 박태견 뷰스앤뉴스 편집국장은 지난 1월 22일자 칼럼에서 ‘한 종편 신문사 편집국 간부’의 다음과 같은 발언을 전했다.

“MB는 레임덕이 전직 대통령들보다 빨리 올 것이다. 종편 방송이 오는 9~10월 시작된다. 묘하게도 내년 4월 총선 6개월 전이다. 방송을 시작하면 가장 중요한 게 뭐냐?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거 아니겠나? MB를 비판해야 시청률이 높아지지 않겠나. 이렇듯 종편방송이 MB를 질타하면 공중파 등 기존 매체들도 같은 경쟁에 나설 거고, 그러다 보면 MB 레임덕은 앞당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 1월 31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조중동을 믿지 말라”며 “지난 수십년간 살아있는 권력에 붙어 생존해 온 그들이다. 아니, 자신들 입맛에 맞는 권력을 만들기 위해 애써 온 사람들이다. 이제 슬슬 배신과 결별의 징후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만일 조중동마저 ‘완전히’ 돌아선 게 분명해진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더더욱 외로워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참모들? 최근 아덴만여명작전을 둘러싼 비화, 남북정상회담 추진, 국정원 요원 무단침입 사건 등 극비 정보를 보수언론 쪽에 넘겨준 이들이 바로 그 참모들일 개연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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