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통계작성 이후 17년간 누적유출액 4조7655억
해마다 유출 규모 늘어… 02’ 4922억→03’ 6186억

충북지역의 자금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현상, 즉 ‘자금 역외유출’ 현상이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경제계의 주요 논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금이 역외로 빠져나가는 실제 규모가 매년 얼마나 되며 역외유출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인지, 나아가 이것이 미치는 영향 등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이 학계는 물론 충북도(충북개발연구원 포함)나 청주상공회의소, 한국은행 등 지방정부를 비롯한 유관기관 및 실물경제단체에 의해 제대로 구명되지 않고 있다. 경제연구의 ‘지역화’ 노력이 빈약한 때문이다. 

지역 경제라는 몸통을 흐르는 혈액(돈)이 왜 빠져나가는지, 그래서 경제활력에 악성빈혈을 일으키고 있다면 어떤 대응책이 모색돼야 하는 지 등에 대한 지역 경제 구성원들의 고민이 없는 것이다. 사실 실물경제계를 중심으로 언론 등 비경제 전문가 그룹에서는 자금의 역외유출을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을 소진시키는 결정적인 출혈요인으로 꼽아왔다. 하지만 사정이 이러한 데도 정작 전문가 집단들은 자금의 역외유출 문제에 대한 학문적이고 계량·통계적 추적을 거의 하지 않아 온 것이다.
 
자금유출 측정 장치조차 없어
자그마한 구멍가게를 꾸리는 실물경제인들조차 경제난의 한 원인으로 자금의 역외유출을 꼽고 있지만 막상 이같은 만성빈혈을 일으키는 병인(病因)에 대한 연구가 없는 것은 분명 비정상이다. 더구나 충북의 자금 역외유출 현상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어느 수준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때문에 우리는 기껏해야 한국은행 충북본부를 통해 지역에 풀리는 돈(화폐 발행)과 거둬들이는 돈(화폐 환수)의 추이를 통해 자금의 역외유출의 정도와 흐름(경향)을 어림짐작할 뿐이다. 경제활동의 복잡성으로 인해 모든 현금흐름을 포착·추적하기 힘들다는 한계를 감안할 때 ‘화폐의 발행 및 환수’ 동향 통계자료는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이란 큰 그림을 짜 맞추는 데 있어 필요한 일부 조각그림에 불과한 때문이다.

어쨌거나 한국은행 충북본부의 연도별 화폐 발행 및 환수액 추이 자료에 따르면 1987년의 경우 4165억원의 화폐가 지역에서 발행돼 이중 절반 가량인 2145억원이 환수되는 데 그쳤다. 즉 1987년 한해동안 2000여 억원의 자금 순유출을 기록한 것. 그리고 1988년부터 IMF이전인 1996년까지 9년간의 화폐 환수율 역시 평균 60%대에 머물렀다. 발행된 10원중 4원이 역외로 빠져나갔다는 결론이다.(도표 참조) 
 
실제 유출규모 감조차 못 잡아
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과 직후인 1998년에는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특히 경제가 최악을 맴돌던 1998년의 화폐 환수율이 무려 90%에 육박한 점은 놀랄 만 하다. 경기침체기에 화폐 환수율이 오히려 높아진 ‘역설’의 이유가 궁금한 것이다.(관련기사 26면)
어쨌든 관련통계 작업이 이뤄지기 시작한 1987년부터 2003년까지 지난 17년간 충북의 지역자금 순유출 누적액은 4조 7655억원에 이르고 있는데, 물론 이는 한국은행이 집계한 화폐발행 및 환수규모만을 근거로 산출한 숫자일 뿐 실제 자금 역외유출 규모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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