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여성단체 “하드웨어만 만들고 있다”비판
시민참여 확대 및 민-관 논의구조 만들어가야

청주시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여성친화도시’가 됐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성친화도시란 민선 5기 한범덕 시장의 공약이다. 공약이기에 먼저 여성가족부가 여성친화도시 선정사업을 펼쳤다. 2009년 익산시, 여수시에 이어 지난해 말 청주를 비롯한 8개 도시를 여성친화도시로 선포했다. 하지만 당초 예상됐던 국비지원은 없다. 전문가 컨설팅 지원을 통해 정책 실천을 도와줄 뿐이다.

여성친화도시란 지역정책과 발전과정에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그 혜택이 모든 주민들에게 고루 돌아 가 여성의 성장과 안전이 구현되도록 하는 지역 및 도시를 말한다. 어려운 얘기다. 더군다나 시민들의 욕구가 반영된 아래로부터 진행된 사업이 아니라 관주도로 이뤄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더욱 체감온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청주지역 진보적 여성단체들은 이를 두고 “현재 여성친화도시정책은 가부장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성의 시각으로 찬찬히 돌아보는 게 아니라 성과내기에 급급한 위로부터의 전시행정일 뿐이다”고 딱 잘라 말했다. 게다가 “임기가 끝나면 여성친화도시 슬로건도 막을 내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비예산 제로 컨설팅 지원만

청주시는 여성친화도시를 위해 어떠한 정책들을 세웠을까. 청주시는 여성이 일 있는 청주, 여성이 안전한 청주, 여성을 돌보는 청주, 여성이 편리한 청주, 여성이 넉넉한 청주로 5대 전략목표를 정하고 50개 사업을 벌인다. 예산은 총 1175억. 규모는 방대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기존 사업 가운데 여성과 관련이 있으면 모조리 끌어 왔기 때문이다. 또한 그 편차도 커서 여성뿐만 아니라 아동, 이주여성, 장애인 관련 예산까지 포함됐다.

가령 ‘여성이 넉넉한 청주’사업을 살펴보면 한국공예관에서 해오던 공예아카데미, 청주시문화예술체육회관이 매달 벌이는 목요정기공연, 동사무소에서 하는 도예공방 등이다.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공연까지 여성친화도시 정책으로 포장된 셈이다.

50개 사업 기존 내용 나열만

청주시 여성가족과 담당자는 “여성친화도시란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여성의 시각을 반영한 도시 구현이다.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남녀모두에게 편리한 도시를 지향한다. 여성의 적극적 사회적 참여 및 약자보호를 통한 삶의 질 향상, 여성친화적 도시환경 구축을 통한 공간의 질 향상으로 녹색수도 청주 건설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고정관념은 뒤엎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표지판들은 아직까지 생경하기만 하다. 이 가운데 청주시는 올 6월부터 9월까지 여성주의 관점이 반영된 공공기관 ‘비상구’ 표지판만을 100개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또 올해 신규사업으로 시 예산 6억원을 세워놓고 여성안심택시, 여성전용 정보망 구축, 공공기관 비상구 여성친화적 표지판 추가, 찾아가는 성인지 아카데미 교육, 여성친화건물 인증제 실시, 여성친화적 사무실 리모델링 등을 추진한다. 여성친화건물인증사업은 기존의 건물들 가운데 ‘여성친화적인’ 관점에 부합하는 곳에 푯말을 거는 것이고, 여성친화적 사무실이란 우선 시 여성가족과를 리모델링해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여성단체의 모 대표는 “하드웨어를 뜯어 고치는 것보다 성인지 관점으로 정책을 견인하는 게 필요하다. 특히 성인지 교육의 경우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연구 및 용역을 통해 인재 풀을 형성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시민공청회와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시민의 의견을 반영했고, 또 선진지 견학과 타 지역 사례를 참고해 정책을 짰다. 각 분야 자문위원회를 통해 정책을 점검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규사업을 비롯한 장기사업에 대한 로드맵은 아직까지 없다. 단지 올해 신규사업 결과를 보고 반응이 좋으면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성친화도시를 바라보는 진보적인 여성단체들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충북여성연대를 비롯한 지역의 진보적인 여성단체들은 그동안 성인지 관점의 정책 평가 및 모니터링을 꾸준히 진행해왔지만 시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루트가 없었다. 이번 사업을 두고도 공식적인 간담회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여성단체 모 대표는 “시민의 참여, 지역 여성단체의 참여를 바탕으로 사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략됐다. 왜이리 서둘러 사업을 벌이는지 모르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시는 각 분야별 인사 29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을 꾸렸지만 지난해 한차례 한 시장이 표창장을 수여하고 덕담을 나누는 데 그쳤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여성친화도시 또한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민-관 논의구조를 탄탄히 가져가기 위해서는 청주시도 여성단체도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성친화도시 1호 전북 익산시는?
시민 1004명 서포터즈 활동…민-관 협력 눈에 띄네

전북 익산시는 여성친화도시 1호다. 익산시는 지금 ‘2011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지방자치단체 도시 분야 후보로까지 선정돼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익산시는 인구 30만의 도시이지만 여성단체는 무려 16개 된다. 그 만큼 지역사회 문제에 여성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익산시는 여성친화적인 창조문화 도시 조성을 위해 ‘평등한 도시, 안전한 도시, 건강 도시’를 정책목표로 내걸었다. 여자 화장실 수를 늘리는 것부터 임산부를 위한 28O일 건강관리서비스, 맞벌이 여성을 위한 시간 연장 보육시설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유모차 이용에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도로의 턱을 없애고, 골목길에 CCTV를 곳곳에 설치하는 중이다.

시민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1004명이 여성서포터즈로 활동하는데 최근에는 동영상을 제작해 여성가족부, 여성친화도시 지정도시, 교육기관, 연구기관, 지역홍보센터 등 50개소에 배포했다.

2009년 10월에 구성된 익산 여성친화서포터즈는 호신술 교육, 행복나눔마켓 물품 기증 ,우리 동네 도서관 살펴보기, 새일본부와의 간담회, 시범거리 걸어보기, 우리 동네 관찰하기, 야광 반사지 명찰 만들어 나눠주기 등의 활동을 통해서 능동적인 시민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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