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액 내 법인카드 나눠 결제, 해외연수 등 지원
유흥업계 “경기침체 속 규제강화에 손님발길 뚝”

지난 1월부터 국세청이 50만원 이상의 접대비에 대해 ‘실명제’를 도입하자 청주지역 룸살롱 등 고급 유흥업계의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액 접대비를 낮추기 위한 편법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기업의 매출과 관련해 접대가 잦은 영업부와 홍보부 등 관련 부서에서는 접대내역 공개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
이들은 접대비 실명제를 피하기 위해 법인카드를 나눠서 결제하는가 하면 접대장소를 옮겨 가격을 분산시키는 등 한도액 초과로 인한 실명공개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

주로 의사를 접대한다는 제약회사 L모씨(31·청주 가경동)는 “매출 관리를 위해 술 접대 등을 수시로 해야 하는 처지인데 접대비 처리규정이 강화돼 신경이 쓰인다”며 “접대비 규제가 강화됐지만 접대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경쟁사에서도 접대는 그대로 하되 한도를 넘지 않게끔 편법이 동원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주 다니는 단골집을 통해 50만원을 초과할 경우 한도까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외상으로 처리해 차후에 결제하고 있고, 또 수시로 상품권을 구입한 뒤 이를 현금으로 바꿔 접대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들어서는 회사차원에서도 접대비 목록에 속하지 않는 ‘해외 학회’나 ‘연수’비용을 지원하는 등 실질적 접대비는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규정이 아무리 강화된다 해도 영업사원에게 접대란 필수적인 것이고 또 받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접대관행은 그대로 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천의 한 중소기업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P모씨(36·청주 분평동)도 “고액접대가 전에비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어떤 형태로든 접대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최근 들어선 상품권 등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술자리 만큼은 피할 수 없다. 한도를 넘지 않기 위해 장소를 여러 번 이동하기도 하고 금액을 초과했을 경우 나머지 금액을 개인카드로 결제한 후 며칠 후에 다시 법인카드로 옮겨 결제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흥업계 “이러다간 문 닫을 판”
이번 조치 이후 고급 룸살롱과 단란주점 등 지역 유흥업계는 ‘매출이 급감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청주 하복대지역의 한 업주는 “평소 매출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던 법인카드 고객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손님의 요구가 있을 경우 다른 상호로 나눠 결제하거나 외상으로 처리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내수가 가뜩이나 어려운 때에 규제마저 강화돼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경기불황으로 근근히 버텨온 가게들이 최근의 규제로 인해 모두 문을 닫을 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트클럽과 노래방 등은 여전히 호황을 맞고 있다.
청주 유흥업소가 몰려있는 하복대와 용암동 등지의 노래방과 나이트클럽에서는 이로인한 영향을 받지 않았고, 일부 업소에서는 오히려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래방 업소 관계자는 “이곳에 오시는 손님들은 대부분 모임이나 가족이 많아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고 청주 모 나이트클럽 관계자도 “최근 들어 고급양주를 찾는 손님들이 줄어 매출에 차질을 빚고 있으나 그래도 고객접대가 많은 룸살롱이나 유흥주점보다는 피해가 덜 한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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