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부모야? 학부모야?” 이 웬 뜬금없는 소린가. “당연히 부모이기도 하고 학부모이기도 하지” “아니 멀리 보라고 하냐고, 아니면 앞만 보라고 하냐고!”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이 에피소드는 알고 보니 다 공익광고 때문이다. ‘부모는 멀리 보라하고, 학부모는 앞만 바라보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로 시작되는.

논리적으로 말해서 학부모는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다. 학생자녀를 뒀다고 해서 모든 학부모가 무조건 앞만 보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학부모를 우습게 만드는 이 공익광고는 학교를 서열화하고 ‘학력신장’이라는 명분 아래 성적으로 줄 세우는 이명박 정부가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현 정부 들어 만들어진 공익광고는 공익을 부르짖지만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부르짖는 공익광고는 ‘냉장고 문을 빨리 닫으라’고 주문한다. 물론 냉장고 문을 빨리 닫는 것도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 방안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정권은 4대강 공사를 밀어붙이면서 개발의 삽날을 바삐 놀리고 있다. 서민들은 녹색성장이 아니라 전기요금 때문에 냉장고 문을 빨리 닫는다. 참으로 공허한 광고다.

식당에선 이모라 부르고, 술집에선?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라는 공익광고를 들으면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식당에선 가족이 아닌데도 이모로 부르고’로 시작되는 이 광고는 ‘시장에선 가격이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는다’고 우긴다. ‘어려운 일 생길 때마다 서로 힘을 모으고 세계는 경제 위기인데 사람들은 할 수 있다고 웃는다’고.

시장 얘기부터 해보자. 덤을 주고받던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덤도 일종의 흥정이고, 주는 사람이 기분 좋게 줄 때 아름다운 것이다. 대기업이 유통에 뛰어들어 이른바 슈퍼슈퍼마켓(SSM)으로 바닥상권까지 휩쓸고 시장노점은 팔아야 남는 것도 별로 없는데도 굳이 한 줌을 더 가져가려한다면?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힘을 모으고 세계는 경제위기인데 사람들은 할 수 있다고 웃는다’는 멘트는 보편타당하지 않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 힘을 모아주는 사람들도 있을 뿐이다. ‘할 수 있다’고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딛고 설 토대가 있거나 의지가 강한 사람, 아주 낙천적인 사람들이다. 이 광고를 들으며 악이 받히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이 들어 내가 다 미안해진다.

끝으로 ‘식당에선 가족이 아닌데도 이모라고 부른다’고? 그럼 술집에서 여종업원을 언니라고 부르는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다. 공익광고를 되씹는 나도 이상한 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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