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연규식의 집...카페 ‘다담선’ 운영, 온실에서는 야자수 키워
마당에는 하늘보며 담소나눌 수 있는 공간 배치, 한옥대중화 꿈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 위치한 연규식 이사의 집. 1층에는 카페 다담선이 있고, 2층은 살림집으로 쓰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부근에 이런 집이 있는지 몰랐다. 여러 차례 지나다녔을 그 곳에 예쁜 카페를 갖춘 집이 있었다. 집주인인 연규식 (주)한국종합디자인 이사(53)가 알려준 대로 군산횟집 앞에서 좌회전 한 뒤 다시 우회전해서 들어가니 과연 '카페 다담선'이 나온다. 한 눈에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1층은 커피·차·와인·맥주 등을 파는 카페이고 2층은 가정집이다.

이 집은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주인이 직접 디자인하고 건축한 덕분인지 외관이 아름다워 눈에 띈다. 마당에는 생맥주 한 잔 하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탁자와 의자가 갖춰져 있다. 아직은 겨울이라 약간 을씨년스럽지만, 따뜻한 봄에는 마당에 핀 꽃을 감상하고 여름에는 바람을 쐴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전체 대지는 713제곱미터에 카페가 132제곱미터, 2층 집이 99제곱미터, 온실이 99제곱미터다.

주인은 “다담선(茶湛禪)이란 차를 마시면서 선의 경지에 이른다는 선법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카페에는 한국의 녹차와 중국의 보이차를 비롯해 많은 차가 구비돼 있다. 창 쪽으로는 중국에서 수입해온 다기를 나란히 배치해 찻집이라는 것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카페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동양풍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요즘 연 이사가 직장생활을 하는 관계로 카페는 시간 날 때만 운영된다. 단골손님들이 왜 문을 열지 않느냐며 성화를 하지만, 꼬박 카페운영에 매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종업원이 있었지만, 현재는 혼자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주인이 마침 카페 문을 열었을 때 들어온다면 우주풍차(雨酒風茶)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비오는 날에는 술을 마시고, 바람부는 날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집이라는 얘기다.

“한옥의 대중화, 꼭 해보고 싶어”

카페 한 켠에 있는 소품들.
그는 보이차를 계속해서 따라주면서 “보이차는 숙성된 차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 같은 카페인이라도 잠을 잘자게 해준다. 이 차는 적절히 애용하면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며 보이차의 장점을 홍보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차를 가까이 하면서 건강해지고 성격도 차분해졌다는 게 그의 말이다.

연 이사는 지난 2008년에 이 집을 지었다. 청원군 미원면 화창리에 전통한옥을 지어 살다가 사업이 어려움에 봉착하는 바람에 집을 남에게 넘기고 두 번째다. “한 때 전통한옥의 대중화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 서까래·대들보·기와·문살 등 모든 것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 달고 아궁이를 설치한 한옥을 지었다. 다만 한옥의 대중화를 위해 자재는 중국에서 맞춤식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값이 절반정도로 떨어진다. 먼저 우리 집을 짓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급하려 했으나 한옥은 춥고 기능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의 벽을 넘지 못했다.”

카페 내부
그러나 연 이사는 아직도 한옥의 대중화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언젠가는 춥고 불편하며 돈이 많이 들어가는 단점을 해결해 전국민들에게 싼 값으로 보급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실제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많은 사람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대부분은 우리고유의 집인 한옥을 짓고 싶어 하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손쉬운 아파트에 사는 것 아닌가.

그는 “전통한옥은 구조 자체가 돈이 많이 들어간다. 특히 지붕과 처마에 많이 든다. 여기에 들어가는 나무만 해도 상당하다”며 “그렇다고 이 부분을 간소하게 한다면 전통한옥이라고 부를 수 없고, 멋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온실에서 식사와 술 한 잔
이런 얘기 끝에 그는 마침내 ‘히든카드’를 내놓았다. 바로 온실이다. 99제곱미터에 달하는 온실에는 귀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식물들이 혹독한 겨울추위를 견디도록 하기 위해 매일 20장의 연탄을 땐다고 했다. 온실에 들어서자 바나나·야자·귤·천상의 나팔·천리향 등 200여종의 나무들이 즐비했다. 이 나무들이 뿜어대는 향기가 정말 좋았다.

카페를 장식하고 있는 다기들. 연 이사는 중국에서 차와 다기를 수입하는 일도 하고 있다.
그는 “겨울에도 정원에서 차를 마시면 좋을 것 같아 온실을 만들었다. 손님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며 “올 겨울에는 너무 추워 연탄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고생 좀 했다. 그래도 여기 들어와 있으면 좋다”고 말했다. 온실 한가운데에서는 물레방아가 돌았다. 또 한쪽에는 기타를 켜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손님들이 오면 연 이사는 손수 돈까스를 만든다. 겨울에는 온실에서 식사를 하거나 한 잔 하는 사람들이 많다. 손님들은 연탄불에 손을 쬐면서 담소를 나눴다. 식물들이 뿜어대는 피톤치트를 마시면서.

평생 건축가로 살아온 그가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한마디 했다. “먼저 나의 집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심사숙고해 결정하라. 다음은 얼마짜리 집을 지을 것인가를 결정하라. 내가 가진 돈에 맞게 지어야 하지 않는가. 그 다음은 디자인을 생각하라.”

연규식 이사는 누구?
미술공부하다 실내디자인으로 전환, 중국차에도 관심

연규식 이사
학창시절에 미술에 소질이 있던 연규식 (주)한국종합디자인 이사는 가족 친지들에게 "너는 커서 유명한 화가가 될거다"라는 말을 줄곧 듣고 자랐다. 전국대회에서 받은 상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화가 손부남, 공예가 이승희 씨 등 충북에서 알만한 화가들과 함께 그림공부를 했다. 그러나 미대 입학시험에서 낙방한 뒤 건축으로 방향을 튼다. 이후 경북 풍기의 동양대 실내디자인과에 들어가 실내디자인을 공부했다.

대학졸업후 취업했던 동양종합건축사무소에서는 88올림픽타운, CBS방송국, 상계동 주공아파트, 법원청사 등의 설계에 참여했다. 당시 굵직굵직한 건물 설계를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한 뒤 고향으로 내려와 건축회사인 (주)연흥을 설립했다. 한 때 '잘 나갔던' 이 회사는 충주박물관, 청주 흥덕문화의 집, 청원군 문의면의 대청호미술관, 2003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실내디자인 등을 맡아 했다. 그러나 전통한옥 사업을 하다 기우뚱하면서 결국 회사도 문을 닫았다.

작은 나무부터 바나나, 야자, 천상의 나팔, 천리향까지 200여종이 있는 온실. 카페에 온 손님은 여기서 한 잔 하거나 식사를 할 수 있다.

건축외에 그가 주력하는 또 한 가지는 중국차와 다기를 수입해 판매하는 일이다. 한동안은 우롱차 원료를 수입해 음료회사에 납품하기도 했다. 한국차문화협회 회원과 중국인들과의 국제교류에 여러 차례 다리를 놓기도 한 연 이사는 오는 5월 15~21일 청주문화원과 함께 '차예학교'를 개최할 예정이다. 중국 산동성 제남시 차예학교 일행들이 내한해 차 예절을 가르친 뒤 노동부가 발급하는 '차예사' 자격증을 발부하는 과정이다. 그는 행사주관과 섭외 초청 등의 일을 맡았다. 연 이사의 부인인 정순여 씨도 청주 용암동 농협물류센터에서 차와 다기를 판매하고 있다. 그는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다도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 이들이 카페 다담선을 운영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다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연 이사는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청소년보호연맹 충북연맹장으로 비행청소년 선도를 위해 유해환경감시단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현도 꽃동네사회복지대에서 복지행정을 공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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