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의사회-건협·인구협회 건진 사업·백신접종 놓고 갈등
법적 테두리서 반값 백신 접종·건강 검진 소비자는 좋아해

▲ 충북의사회와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지부 건강증진의원이 운영하고 있는 건강검진센터에서 한 시민이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의료기관-단체 해묵은 갈등 해결점은?>충북의사회와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지부(이하 건협 충북지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지회(이하 인구협회 충북지회)간의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국적으로 통큰 백신 논란까지 빚으며 백신 할인 접종으로 동네 병·의원과 갈등을 빚기 시작한 해 묵은 감정이 지난해부터 본격화 되고 있다. 도내에서도 건협 충북지부 등이 건강검진센터 운영과 관련해 환자 유인행위 등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되는가 하면 관할 보건소의 행정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인구협회 충북지회는 지난해 초 거동이 불편한 일부 노인들이 건강검진을 받는데 차량을 제공했다가 충북의사회가 문제를 삼으면서 중단된 상태다. 건협 충북지부는 지난해 7월께 청주시 일부 동네 희망근로자에 대한 건강검진을 단체로 실시하면서 차량을 제공했다가 마찬가지로 의료법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희망근로자란 특정 다수에게 편의상 차량을 제공한 것이 의료법위반에 해당하는 지에 대한 유권해석은 여전히 분분하다. 현행 의료법은 불특정 다수에게 차량을 제공한 것을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하는 의료법 위반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동네의원과 충북의사회가 이들 비영리 단체에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환자 유인·할인·덤핑 진료 및 예방접종, 건강검진센터 운영 등 의료질서 문란행위다. 충북의사회는 이들 단체가 본래의 공익사업을 위해 설립되었고 본래 목적사업이 종료되었으면 사실상 해체됐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정책사업 변경을 통해 오늘에 이른 이상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공익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국가보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이 같은 부담을 떠안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이들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본래 공익사업 펼치도록 정부 지원해야"
실제 의사, 간호사, 위생사 등 의료진 20여명과 행정사무 직원 등 29명이 근무하고 있는 인구협회 충북지회의 경우 인건비 등 연간 24억 원의 사업비가 필요하지만 지난 2009년 충북도와 (난소암·갑상선암 등) 암 검진 예방사업으로 3000여만 원을 보조 받은 것이 고작이다. 그나마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운동' 국민인식개선 사업비로 연간 1억 원이 책정되어 있지만 예산집행과정 전반을 도에서 알아서 처리하다 보니 협회 운영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충북의사회는 이들 단체가 협회 운영을 위해서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정부 보조는 전무하다 보니 건강검진사업, 백신 접종, 무의촌 순회 진료 등 영리 사업에 눈을 돌리면서 동네 병·의원과 갈등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지난 1961년 모자보건법을 근거로 (사)대한가족계획협회로 출발했다.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 계획적인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창립된 것이다. 충북을 비롯해 현재 13개 시·도 지회를 갖추기까지 여성의 건강을 해치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예방하기 위한 피임법 보급, 영아 사망을 줄이기 위한 병원분만 유도 운동, 저 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출산장려 운동까지 다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의료 질 저하 피해자는 의료 소비자"
지난 1964년 건강 증진법에 따라 한국기생충박멸협회로부터 시작된 한국건강관리협회는 초·중·고 학생 집단검사를 통해 평균 감염률을 1%미만으로 끌어내리며 우리나라 기생충 관리의 성공적 단면을 보여준 기관이다. 1986년 기협과 건협을 하나의 단체로 통합해 한국건강관리협회로 새롭게 출발했다. 현재 전국 15개 주요 시·도 지부에 15개의 건강증진의원을 운영하면서 질병의 조기발견을 위한 건강검진사업과 질병예방을 위한 건강생활실천상담 및 보건교육 등의 건강증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이들 단체는 예방의학적인 측면에서 건강증진의원(건협 충북지부)과 가족보건의원(인구협회 충북지회)을 각각 운영하면서 건강검진사업과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충북의사회는 건강검진의 질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전문의를 갖추지 않은 일부 과목의 건강검진은 신뢰할 만한 종합 소견을 낼 수 없고 결국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주장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들 두 단체가 공익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 등이 나서 인건비 보조를 하고 건강검진 등은 가까운 병·의원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협 충북지부와 인구협회 충북지회는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의료 질 지침을 준수하고 있고 해마다 실시되는 의료서비스 평가에서도 기대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인구협회 충북지회 가족보건의원의 경우 이비인후과와 산부인과 전문의만 현재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 내시경 검사 등을 위한 내과 전문의, 영유아 예방백신 접종을 위한 소아과 전문의 등의 충원 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협회 충북지회 손기범 본부장은 "공중 보건의사를 충원하려 준비하고 있다"며 "한 때 영아 사망률 감소를 위해 병원 유도 분만운동을 할 때에 의사회와 연계사업을 할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중앙회 차원에서 의료질서 문란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 만큼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해묵은 갈등 소비자 입장서 해결해야"
그러나 손 본부장은 "건강검진은 질병의 조기발견과 예방이란 본래의 설립목적과 취지에 따라 필요한 사업으로 중단할 수 없다"며 "정관에도 부설의료기관을 설치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이미 지난 83년 모자보건센터 설치운영 당시부터 운영되어 온 것으로 이제 와서 가족보건의원을 문 닫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백신 접종도 예방의학적인 측면이 강하고 출산 장려 운동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산모들에게 부담이 가는 폐구균 예방접종을 기존 11만원에서 5000원 인상했는데 15만원까지 올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건협 충북지부 검진관리부 김선웅 부장은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의사회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 한다"며 "다만 예방의학적인 측면으로 이미 지난 82년부터 건강증진의원 내에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해온 입장에서 의사회와의 갈등을 이유로 문 닫을 수는 없다. 충북에만 의사 7명을 비롯해 의료진 40여명, 행정사무 직원까지 75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16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실직이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항간에선 의료소비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의 경우 보건소 7000원, 건협과 인구협회 1만 5000원∼1만 6000원, 병·의원 2만 5000원∼3만원을 받고 있다. "반값에 예방접종을 맞을 수 있다면 누가 소비자의 시선에 맞춰 가격을 낮춰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또 "건강보험료를 축내지 않고 저렴하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면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 어디를 선호 하겠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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