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진출 노리는 민주노동당의 충북 출사표
부패정치 대안세력 이미지 상승 기대감

오는 4월 17대 총선의 중요한 관점중 하나는 과연 진보정당이 원내진출에 성공하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진보정당들의 도전은 끊임없이 시도됐지만  보수정당들이 국회에 둘러친 철옹성은 여전히 완고하기만 하다. 그러나 국내 진보정당을 대표하는 민주노동당이 이번 총선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역대 선거에서 경험하지 못한 호기(好期)를 맞았기 때문이다. 차떼기로 상징되는 보수정당들의 적나나한 부패, 이로 인한 국민들의 총체적인 정치불신은 분명한 이념과 정책으로 무장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  대한 관심을 그 어느 때보다도  높여 주고 있다.  오는 17대 총선과 관련된  민주노동당의 목표는 지역구 7~8석, 비례대표 7~8석 등 15석 내외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런 목표치는 지난 2002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거치며 민노당이 기록한 선전(善戰)과 최근의 달라진 유권자의식에 근거한 것이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단순한 욕심, 즉 호기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노동당은 충북에서 특히 할말이  많다. 보수적 정치성향으로 각인된  지역의 이미지가 무색할 정도로 충북에선 민주노동당의 약진이 특히 두드러졌다. 지난  대선 때 민노당은 충북에서 5.75%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3.90%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로, 울산의 11.41%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높았던 것.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지만  당시 일부 대안 언론을 제외하고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대선 전에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도 충북 민노당은 분명한 자기색깔을 보였다. 비록 지방의회 진출은 좌절됐지만 도의회 비례대표 후보인 이현숙씨(흥덕지구당 사무국장)와 청주 4선거구에 출마한 양정렬씨가 선전, 주목을  받았다. 당시 7.3%의 정당득표와 11.4%의 지역구 득표를 기록했는데, 민주당과 자민련이 묵시적 선거공조를 이유로 특정 지역에서 서로 후보를 내지 않는 바람에 민주당과 민노당은 비례대표를 한명도 진출시키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그동안의 성과를 배경으로 민노당 충북도지부는 일찌감치 후보를 결정하고 17대 총선에 대비하고 있다.  배창호(청주 흥덕 갑) 박만순(청주  흥덕을) 윤성희후보(청주 상당)로 청주권에 전진기지를 차린 민노당은 조만간 충주와 제천 단양 등에도 후보를 내세울 방침이다. 그러나 민노당의 공조직은 여전히 현실정치의 한계를 못넘고
있다.  현재 공식 창당된 지역구는 청주 상당과 흥덕 두군데에 불과하고 충주와 제천 단양이 창당준비위원회 형식으로 운영되는 정도다. 전국 당원 4만2000명중 충북은 아직 730명 순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민노당은 이런 물리적 측면의 평가보다는 그 '내용'에서 분명한 차별화로 보수정당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정당의 모든 운영이 당원들의 당비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 이번 총선의 후보별 선거자금도 철저하게 당비와 당원 후원금만으로 충당된다.  보수정당들이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 확보를 정치개혁으로 치부하고 있는데, 민노당은 원초적으로 당비내는 당원, 당비로 운
영되는 정당이라는 우리나라 정당사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왔다. 

 민주노동당이 이번 총선에 각별한 기대를 갖는 또 하나 이유는 민노총의 대대적 지원이다. 이미 신임 이수호 민노총 위원장이  총선매진을 선언한데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계급투표를 이뤄 내 자신들의 대표를 원내로 진출시키겠다는 노동자들의 신념이 확고하다. 민노총 충북지역본부도 지난 6일 정기 대의원대회를 갖고 적극적인 총선 참여를 선언했다.

민노총은 이날 민주노동당 후보지지, 조직운영 선거집중화, 조합원 5%  이상의 당원 가입, 조합원 정치기금적립, 민노당 후보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 등을 결의해  민노당의 분위기 확산에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 줬다. 민노당 충북도지부에 따르면 현재
민노당  당원은 1인당 5만원의 특별당비, 민노총 조합원들은 1인당 3000원 정도의 정치기금을 자진납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노당에 대한 유권자 지지는 잘 드러나지 않은 특성을  지닌다. 지난 지방선거와 대선 때의 충북 득표율도 당초 예상을 깬 것이다. "지방선거  당시 각 여론조사의 정당지지도는 줄곧 2% 대를 맴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여니까 7.3%나 나왔다. 대선 때도 마찬가지다. 충북의 경우 예상치를 훨씬 넘었다. 만약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만 아니었다면 더욱 사정은 달랏을 것이다. 후보 단일화로 유권자들의 사표심리를  자극하는 바람에 민주노동당만 손해를 봤다. 그동안의 결과를 보더라도 민노당에  대한 고정 지지층이 폭넓게  분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민노당 충북도지부 정남규씨(홍보담당)의 얘기다. 그는 또 "천문학적인 불법대선자금은 기성정치, 보수정당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 줬다.  대선자금 비리에 이어 대통령 측근비리까지 터지자 '그나마 노무현정권이니까 이런 것이 밝혀진다'는 일종의 기능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측근비리는 역대 정권에서 항상 있어 왔다. 다만 언제 터졌느냐는 시기상의 문제만 달랐을 뿐이다. 분명한 것은 보수정치, 보수정당으로는 더 이상 정치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젠 유권자들도 이를 확실하게 알고 있다.  민노당은 바로 대안 정당, 이른바 대안 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선거법 정당법 등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도 우리같은  진보정당이 보수정당들과 당당히 맞서  정책, 인물대결을 펼수 있는 한 단초를 제공한다. 어쨌든 제도적 변화가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고 내다 봤다. 

 그러나 진보정당에 대해 일반 유권자들이 느끼는 정서적  괴리감은 여전하고, 이의 타파를위해 민노당과 민노총이 벌여온 대중사업의 성과 또한 지금으로선 쉽게 예단할수  없다는게 중론이다. 노무현정권 출범 이후 줄곧 강경투쟁으로 일관해 온  노동운동 역시 이러한 괴리감을 되레 고착시켰다는 진단도 만만치 않아 민주노동당의 총선 성패여부는 섣부른  판단을 금기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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