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가까이 도민프로축구단 창단 여부를 놓고 고민했던 충북도가 N리그(내셔널리그·실업축구)에 참여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사단법인 충북경제사회연구원이 24일 도청에서 마련한 도민프로축구단 창단 의견수렴 대토론회에서 재정부족, 프로축구 승강제 도입 등의 이유를 들어 K리그(코리안리그·프로축구) 참여에 부정적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도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모아 이시종 지사에게 보고한 뒤 이달 말 축구팀 창단형태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은 발제를 통해 “공론화 과정에서 다뤘던 프로축구단 창단여부에 관한 논의는 피하고 축구단을 어떤 형태로 창단할지에 대한 대안만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도를 대신해 K리그 참여를 접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충청리뷰는 1월7일자(660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충북도의 이 같은 입장을 이미 확인, 보도한 바 있다.

충북도는 호랑이 대신 고양이를 그리기로 마음을 돌린 것에 대해 앞서 언급한 승강제를 이유로 들고 있다. 승강제란 1부 K리그 하위팀과 2부 N리그 상위팀이 자리를 맞바꾸는 제도다. ‘N리그팀을 잘 운영하면 K리그로 갈 수 있다고?’ 이건 솔직히 순진한 생각이고 부족한 재원으로 K리그팀을 창단했다가는 N리그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복선을 깔고 있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리느니 처음부터 고양이를 그리자는 얘기다.

발을 빼려면 일단 확 빼라

순전히 충북도의 분석에 따르면 K리그팀을 만드는데 150억원이 들고 N리그팀을 만드는데는 약 40억원이 든다고 한다. 일단 N리그를 만들어 K리그를 준비하자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110억원만 더 보태면 K리그팀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K리그를 해도 관중동원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선수 수급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점은 타 시·도 구단들도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다. N리그라면 이 모든 문제에 대한 대안이 있을까?

이 모든 구실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뻥 터뜨린 공약에 대한 ‘출구전략’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축구단을 만들지 고민할 때가 아니라 프로축구단 창단여부를 결정할 때다. 지금 어렵다면 언제 가능한지 청사진이라도 확실히 그려주는 게 오히려 속 시원하다.

강원 경남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상주 성남 수원 울산 인천 전남 전북 제주 포항 서울 등 16곳은 K리그팀을 보유한 지자체다. 강릉 고양 김해 대전 목포 부산 안산 예산 용인 울산 인천 수원 창원 천안 충주 등 15곳은 N리그 팀이 있는 지자체다. 4개 광역시와 수원은 K, N리그팀을 모두 가지고 있다. 충북이 어디에 끼어야할지는 지자체의 면면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N리그에는 이미 ‘충주 험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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