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전 세계인들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기 장난감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실사영화로 개봉한 영화 때문이었다. 평범하기만 했던 낡은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 영상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2편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단순한 변신을 넘어 로봇 간의 합체 기술을 선보였다. 조만간 3편 개봉이 예정된 '트랜스포머'가 그 주인공이다. '오토봇'과 '디셉티콘'간의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단순하고, 빈약한 스토리라인에도 불구하고, 현란한 CG영상은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끌어모았다.

트랜스포머엔 다양한 GM차량이 출연한다. 주인공 샘을 지켜주는 '가디언 버블비'는 GM의 스포츠현 쿠페인 '카마로'가 캐스팅됐다. 2편에서도 다양한 GM의 차량이 등장하는데 그중 '스키즈'라 명명된 차량은 GM의 '쉐브레 스파크'다. '쉐브레 스파크'의 국내 판매명은 <'마'티스 '크리'에이티브>. 어렵고 긴 이름대신 생긴 약칭이자 애칭이 마크리다.

국내 경차의 대표 주자인 마크리는 오는 3월부터 외국에처럼 '쉐브레 스파크'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GM대우가 최근 '파산한 이미지'를 가진 대우차의 이름을 버리고, '한국GM'으로 사명을 바꾸기로 한 결정에 의한 것이다. 유럽으로 수출하는 차량의 90% 이상을 쉐보레 엠블럼을 부착 후 판매하던 GM대우가 한국에서도 '글로벌 전략'을 내세워 회사명에 대한 변형, 트랜스포머를 단행한 것이다.

대우자동차에게 2000년대는 춥고 따뜻했다. 부도가 난 대우자동차는 2001년 GM에 인수되고 이듬해 GM대우차가 출범했다. 주인이 바뀌는 아픔을 겪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대우차를 살리기 위해 인천은 GM대우차 사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관용차 700여대와 택시 2000대 이상을 GM대우차로 구매했다.

정부와 인천시는 법인세 203억원을, 지방세 40억원을 감면해 주는 등 총 254억원의 세금을 감면해 준다. 인천시는 549억원의 조성비가 투자된 청라기술연구소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는 등 총 1237억원에 달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으로, M대우는 1조2천억원의 산업은행 차입금을 상환하는 등 재무구조가 안정화된다.

삼한사온이라는 말 대신 '29온 2한'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104년 만에 강추위가 한반도를 휩쓸고 있다. 이 엄동설한에 GM대우 정문에 설치된 8m 높이의 직사각형 광고판에는 두 명의 노동자가 57일째 한파와 싸우고 있다. 그 아래 천막에는 38일째 곡기를 끊은 노동자도 있다.

이들은 지난 2007년 9월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었다. 노조 결성 이후 GM대우는 조합원 33명을 해고했다. 그해 10월 30일부터 시작된 천막농성은 1185일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남은 이들은 15명. 정규직화도 아니고, 현장에서 일할 수만 있게 해 달라는 이들의 요구는 GM대우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들의 복직에 소요되는 비용은 연 4억여원 정도. 단순 환산으로 지원금 1237억원이면 309년을, 그 금액의 6%면 20년을 고용할 수 있다. 사회적 비용으로 살아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거부하면서 농성의 끝은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이름만 '쉐보레'로 바꾸는 '트랜스포머'로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없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을 준수할 때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GM이 무늬만 '글로벌' 기업인지 아닌지는 여기서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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