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는 미역을 감지 않아도 희고 까마귀는 먹칠을 하지 않아도 검다.” 감사원장이 될 뻔 했던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문회도 가보지 못하고 후보자 신분을 사퇴하면서 스스로를 위안 삼은 말이다. 그를 스스로 물러나게 만든 것은 검사를 하다가 로펌에 취직하면서 받은 변호사 급여 7억원(7개월)이다. 명분은 감사원장을 할 사람이 전관예우를 받은 것이 국민정서와 괴리되고 사정의 칼날을 휘둘러야할 직분과 걸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를 진짜로 물러나게 만든 것은 한나라당이다. 청문회에서 그를 거들어야할 여당이 사퇴를 종용하고 나서니 청문회까지 가봤자 결과는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동기 부적격’을 청와대에 일방 통보한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만찬을 취소했고, 참모들은 “한나라당을 그냥 봐주고 넘어가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감사원의 독립성·중립성 훼손 논란과 변호사 시절 고액 급여에 대한 국민들의 소외감 등을 헤아리지 못한 잘못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청와대가 이전의 인사 실패 때마다 공식 발언이나 문책 등으로 매듭을 짓고 넘어갔던 것과도 다르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정 전 수석은 자신을 두루미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까마귀는 자신을 청문회에도 오지 못하게 만든 정치권이라고 생각했을까? 인터넷에서 인물검색을 해보니 정 전 수석은 형님정치의 장본인 이상득의원의 전 비서실장이자 안국포럼 출신인 장다사로 민정비서관, 노무현 전대통령 비리수사를 진행한 이인규 중수부장과 경동고등학교 동문으로 교분이 있다.

2007년 8월 대검 차장 시절, 항의 방문을 온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고 볼 증거가 없다”며 당시의 검찰 수사 결과와는 다른 발언을 했다.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법무행정위 간사를 맡았고 청와대로 들어가 민정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청와대에서 나온 뒤에는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 이외에는 땅 한 평도 산 적이 없다”는 정 전 수석은 재산에 있어서는 청렴했던 게 맞고 두루미에 가까운지 모르겠다. 그러나 감사원장이라는 자리는 정권과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더 중요한 자리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로 시작되는 시조도 있지만 그는 감사원장을 맡기에 너무 정치물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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