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1일. 하루 10억 잔, 10초마다 12만명이 들이켜는 청량음료의 전설 '코카콜라'가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추방'당했다. 판매금지조치에 따라 미시간대학 3개 캠퍼스에 재학중인 5만명의 학생들은 학내에선 코카콜라를 구매할 수 없게 됐다.

2003년부터 시작된 '안티 코크' 캠페인에 동참하는 대학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작년 하반기에는 50개 대학이 코카콜라를 '강제추방'했다. 코카콜라가 콜롬비아에서 인권을 유린하고, 인도 공장의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켰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 1989년 이후 15년 동안 카레파 공장을 포함한 콜롬비아 4개 지역의 코카콜라 공장에서 노조간부 8명이 살해됐다. 1996년에 벌어진 노조 간부 세군도 살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임금인상과 보험혜택 등을 요구한 세군도는 카레파 공장에서 민병대원이 쏜 총에 10여발을 맞고 사망했다. 같은 날 노조사무실은 불탔고, 노조 간부는 납치당했다.

그 다음날 민병대는 노동자들을 공장에 모아놓고 '노조활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공장 매니저는 노조탈퇴서를 준비해 놓았다. 콜롬비아 코카콜라 생산공장과 계약한 민병대는 미군훈련학교에서 노조를 만들거나 노동자 편에서 홍보를 하거나 시위 등을 부추기는 사람을 없애라는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는 코카콜라가 남부의 한 마을에 하루 100만 리터의 물을 퍼올렸다. '물도둑' 코카콜라로 인해 지하수가 고갈돼 사막화 현상이 벌어져 이 지역 논과 야자수가 황폐화되었다. 농부들에게 퇴비명목으로 제공된 코카콜라 찌꺼기엔 납과 카드뮴 등 독성물질이 포함돼 토양을 오염시켰다.

2000년 이후 국제사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책임투자원칙도 그중 하나다. 인권, 노동, 환경 등에서 기업이 지켜야 할 10대 원칙을 정하고, 이를 위배했을 경우 투자를 중단한다. 320조에 달하는 네덜란드 공무원 연금을 운영하는 APG자산운영은 방위산업체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한화와 풍산이 포함된다.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은 담배산업 투자중지를 발표해 KT&G가 투자대상에서 제외됐다.

작년 11월 1일부터는 사회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26000이 발효됐다. 크게 7개 항목으로 구성돼 인권, 노동, 환경 등 포괄적 분야를 다루고 있다. 특히 '직장에서의 기본권' 규정에는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항목'을 포함하고 있어, 무노조경영을 고수하고 있는 삼성, 신세계, LG상사 등이 국제기준과 어긋나 국제무대에서 기피기업이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기업도 '노동'과 '환경' 부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국제기준으로 요구하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전면 불매운동을 펼치거나 투자중단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원대와 충북희망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한국이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적 책임의 외딴섬 갈라파고스'가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조합원만 콕 찝어 집단해고한 교원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문제나 시설폐쇄로 아동복지의 책임을 저버린 '충북희망원' 문제가 그러하다. 두 곳은 영리기업보다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준수해야 할 비영리기관임에도 말이다. 아니, 국제기준을 차치하고서라도 '한국의 상식'만이라도 지켜주었으면 하는 것도 요원한 일이니 가슴이 아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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