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건실화엔 도움… 의료전달체계 개선 요구

▲ 도내 의료계가 최근 정부의 1차 의료기관 활성화 방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앞서 지난해 12월23일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이 충북도의사회원들의 의견수렴을 다년간 바 있다.
<정부 동네의원 활성화 방안 발표후>충북도내 의료계가 정부의 1차 의료기관(동네의원) 활성화 방안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건강보험 재정 손실은 크게 줄일지 몰라도 동네의원 활성화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의료 소비자의 재진료만 늘어 지역 주민들의 의료비 부담만 가중 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또 의료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채 검토되고 있는 선택의원(전담의원) 제도 등 무엇을 새롭게 하기보다 기존 의료 전달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이미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부터 2차 병원급, 3차 대학(종합)병원 등의 의료전달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일부 3차 의료기관들이 뒷문을 열어 놓고 감기환자(경증질환자) 마저 받고 있는 형국에선 정부 발표 안은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의료 소비자가 비용을 더 부담 하고서라도 병원급 이상을 찾을 경우 이를 제재할 아무런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만의 목소리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도 이미 지난해 말 16개 시·도 의사회를 돌며 의견수렴을 한 바 있다. 충북의 경우는 지난해 12월 23일 청주시 상당구 내덕1동 충북의사회관에서 열린 간담회 자리에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이 다녀갔다.

도의사회, 의료수가 현실화 요구
당시 충북의사협회 회원들은 △정부 1차 의료기관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의협의 대응책을 묻고 △시행 10년이 넘고 있는 의약분업 재평가 △원가 74%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의료수가 현실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한의사협회가 노력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지금껏 만족스러운 의료수가를 이끌어 내지 못해 죄송하다"며 "보험재정 절감을 통한 의료수가 현실화가 이뤄지도록 정부에 요구 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의약분업 재평가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국회 차원에서 재평가가 이뤄지도록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 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약제비 종별 본인부담금 차등 적용, 초진 진료비 재 산정 등 5가지를 복지부에 제안하고 잘못된 규제를 개혁하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사실 대한의협은 이미 △기본 진료비 요양기관 종별 가산 폐지 △초·재진 진찰료 산정 기준 개선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적용 △의원 종별 가산율 상향조정 △토요일 진료 가산적용 확대 등 5가지를 제안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1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제도개선소위원회를 열고 1차 의료기관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감기 등 경증질환자가 대형병원을 찾을 경우 본인부담금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우선 약제비의 본인부담금이 현행 30%로 통일되어 있는 것을 동네의원은 그대로 유지하고 병원 급 40∼50%, 대학·종합병원 60%까지 2배 가까이 인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의약분업, 동네의원 몰락 한몫"
이 밖에도 대형병원을 찾는 경증질환자를 동네의원으로 유인하기 위해 현행 종별 차등화 되어 있는 초진 진찰료를 단일화 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현행 종별 진료비는 의원급 1만 2280원, 병원 1만 3430원, 종합병원 1만 4940원, 상급 종합병원 1만 640원으로 3차 의료기관으로 갈수록 의료수가가 비싸게 돼 있다.

사실 정부의 동네의원 활성화 방안 논의는 이미 지난해 초부터 수차례 논의되어 왔다. 1차 의료기관에 해당하는 동네의원은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건강을 돌보는 곳이기 때문에 1차 의료기관의 붕괴는 자칫 국민들의 병을 키우고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지난해 2월5일 국회 이낙연(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2009년 말 현재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경영악화로 폐업신고를 한 동네의원이 4000여 곳에 이른다"며 대안 마련을 주문한 바도 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원인진단 시급
이와 관련해 정부는 병원급 이상 요양기관의 과다 이용을 억제하는 방안으로 경증질환자의 병원급 이상 요양 기관의 본인 부담률을 인상하고 원외처방 약제비 본인부담률도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내 놓았다. 정부는 이 같은 안이 정착될 경우 동네 의원의 급여비가 3000억원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충북도의료계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명 주치의 제도라 불리는 만성질환자 선택의원제와 경증질환자의 상급 의료기관 이용 시 본인부담금을 늘리는 방안은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무시한 처사란 것이다. 더욱이 고혈압 등 다발성 질환자의 경우 언제 중증질환자로 돌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환자의 재진비용만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청주의 한 동네의원 원장은 "내원환자가 적은 변두리 의원의 경우 약국마저 개설을 꺼려 조제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한마디로 원스톱 서비스가 투스톱 서비스가 되면서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환자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약 처방 조제가 쉬운 대형병원을 찾기 마련이다. 동네병원 몰락에 의약분업이 한 몫 한 셈이다"며 "그동안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에선 의료전달체계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학병원조차 뒷문을 열어두고 일반 환자를 제한 없이 받으면서 검사가 남발되고 경증환자 조차도 비싼 진료비를 내어 건강보험 재정 부실화로 이어진 것이다"고 말했다.

"새롭게 하기보다 기존체계 개선부터…"
오국환 충북도의사회장

▲ 오국환 충북도의사회장
오국환(56·사진) 충북도 의사회장은 "이번 정부안은 건강보험료 재정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안은 될지 몰라도 동네의원 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며 "기존에도 의료 전달체계는 존재했지만 웃돈을 주고서라도 대형병원을 찾는 것이 바로 환자들 심리다"고 말했다. 따라서 오 회장은 "무엇을 새롭게 하기보다 근본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의료계에선 근본문제점으로 원가에 74%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저수가, 의약분업으로 인한 1차 의료기관 접근성 차단, 무질서한 의료전달체계, 무원칙적인 심사제도, 1차 의료기관 정부지원 전무 등을 꼽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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