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술장식위원회, 직지의 날 추진위원회 신설
위원회 심의에서만 그쳐…의결될수 있는 통로 갖춰야

2004년 문화계의 최대 화두는 문화예술위원회 구성이다. 문예진흥원은 문화예술위원회의 조직구성을 마치고, 이미 내부실험까지 마친상태다. 지방분권·분산의 새 모델이 되고 있는 문화예술위원회는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의 권고사안이기도 하다. 이에 충북도의 입장은 분명하다. 지금의 여건으로는 도저히 새조직을 꾸릴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에서는 문화예술위원회 변혁에 따라 예산차등지급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고, 예술인들 또한 지난해 이 제도에 찬반의 목소리가 거셌다. 결론은 중앙에서 이미 제도적 실험을 마치고 올해부터 시행할것을 공포했고, 이제 각 지자체의 선택이 남아있다는 것.

충북도, “문화예술위원회 아직 무리”

전북은 이미 문예예술위원회 신청안을 냈고, 이에따라 일정 예산도 편성받았다.

문화예술인 P씨는 “충북이 제일 먼저 문화예술위원회 변혁을 외쳤다. 지금의 도문예진흥위원회는 도 문예진흥기금(이하 문진금)의 심의결과를 보고받는 형식적인 회의에 불과하고, 이러한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문화예술위원회 카드가 나왔다. 시간차가 있겠지만 모든 시도가 문화예술위원회로 변할 것이다. 이 때 충북도가 먼저 이 카드를 사용한다면 이득을 얻을 공산이 많은데 왜 남의 이야기처럼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현재 문화예술진흥위원회는17명의 전문위원들로 구성돼있고, 행정부지사가 위원장이다. 주요업무는 문진금배분과 전문예술인단체 심의로 일년에 보통 2~3차례 모임을 갖는다. 사실상 문진금 배분전과 후 보고를 받는 것에 그치고 있다. 86년도 문진금 기금조성과 함께 문화진흥위원회가 구성됐다. 96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진금 배분이 이뤄졌는데, 실제적인 배분은 도에서 관할하고 있어 위원회는 통과의례절차에 불과하다.

그러나 새모델인 문화예술위원회는 일차적으로 민·관이 협력하는 시스템을 취한다. 위원장을 민간에서 선출하고, 개별 사무국도 설치 운영해야 한다. 그러려면 조직구성에서부터 민과 관이 함께하며, 또한 예산도 운영자금을 따로 확보해야 한다.

이에 담당공무원은 “정책적으로는 훌륭하다. 그러나 충북도는 지난해 예산부족으로 삭감 금액 4500만원을 채우지 못한 현실인데, 사무국을 따로 운영할 예산이 어디 있겠는가. 도 전체조직도 줄여나가고 있는데 다시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또한 문화예술위원회가 아직 시행단계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은가. 충북도는 절대 먼저 실시할 계획이 없다”며 잘라 말했다.

문화예술도 경쟁한다

문화예술전문가들은 “문화예술위원회의 구조는‘양질의 예술’을 생산해 낼 것이다”고 설명한다. 지금의 문진금은 공평배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소액다권’이지만 문화예술위원회가 조직되면 ‘다액소액’이 될 것이라는 것. 즉, 가능한 모든 이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배급’형식에서 금액을 차등지원해 양질의 예술을 키우겠다는 논리다. 실제로 중앙에서부터 이러한 바람이 점차 불고 있다.

담당공무원은 “문진금 배분을 만약 민간에 맡겨둔다면 예술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생겨날 잡음은 훨씬 더 클 것이다”고 우려했다. 또한 “문화예술위원회 사무국이 조직돼도, 위원회를 위촉해야 한다. 그러면 지금과 별반차이가 없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역에서 10년넘게 공연예술을 해온 K씨는 이에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예술가로서 찬성이다. 문진금 배분과 또한 2000년부터 시작된 무대지원사업은 오히려 예술성을 저하시키고 있다. 실제 모든 예산을 최대한 지원받는다 가정해도 공연단체의 한해 예산을 잡기는 턱없이 모자란다. 그럼에도 적은예산을 받고 그안에서 남기기 위해 더 조악한 공연을 올리기 일쑤다. 심지어 몇년째 같은 공연을 되풀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후감리가 전혀없다. 차라리 양질의 공연에 금액을 몰아준다면, 치열한 예술활동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사후감리가 이뤄지지 않는 첫째 이유는 소액다권주의 원칙때문에 보통 일년에 230여건에 약 100만원에서 400만원까지 지원해주고 있어 행정적으로 이 사안들에 대한 감리는 무리수가 있다는 것.

예술인 P씨는 “문화예술위원회는 사무국 조직구성이 1차적인 혼란을 예기할 것이다.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의 직접적인 대상인 예총과 민예총이 회원및 조직의 투명성을 갖추고, 또한 모니터 제도가 적극적으로 활용된다면 발전적인 방향으로 흘러갈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문화예술위원회는 당연히 도에서 먼저 조직을 짜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진행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문화예술위원회의 경우 심의에서만 그치지 않고 정책입안까지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의가 심의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정책으로 반영되는 통로가 갖춰져야 제 목소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관련 위원회, 어떤 것들이 있나

현재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관련 위원회들은 충북도 문예진흥위원회와 문화재 위원회, 그리고 시 문화관광과에서 미술장식심의위원회, 지방청소년 위원회, 관광정책자문위원회, 직지의날행사추진위원회 등이 있다.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위원회는 문화재위원회로 73년에 조직됐다. 지난해 11번 회의를 가졌으며 지금까지 총 259안건을 심의했다. 건조물, 동산문화재, 무형문화재등 3분과로 나눠져있으며 총인원은 22명으로 2년단위로 전공교수들을 위원으로 위촉한다. 주요안건은 문화재지정, 현상변경에 관한 것들이다. 담당공무원은  “해당 실과에서 예산이 책정되면 좀 더 탄력적으로 진행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에는 미술장식위원회와 직지의날행사추진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됐다. 미술장식위원회의는 95년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소위 ‘1%법’이 적용되며 생겨난 위원회다.

그러나 청주시는 지난해가 돼서 비로소 위원회를 조직했다. ‘1%법’ 이란 신축건물시 1만평방㎡를 넘을때 총 건축비용의 1%이하를 도시 미관을 위해 조형물을 제작해야 한다는 것. 이처럼 위원회가 늦게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담당공무원은 “청주시의 경우 1만평방㎡를 넘는 신축건물이 많지 않아 그동안 필요성이 크게 제기되지 않았다”며 “타시도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한달에 한번 꼴로 위원회를 활발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전까지는 조형물이 설치되고 보고하는 것에 그쳤지만, 지금은 조형물설치 이전에 사전도안제출로 심의과정을 거쳐 승인, 조건부승인, 재심의 3단계로 걸러내고 있다. 심의 위원인 서양화가 K씨는 “늦게 출발한 감이 있지만 앞으로 설치되는 조형물에 대해서는 꼼꼼히 검토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담당공무원은 “올해 새롭게 설치되는 조형물들에 관해 사전전시도 계획중”이라며 “건축주가 건물이외에 조형물 설치공간을 확보해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위원회 활동이 일년에 3~4번에 그치는 경우도 있어 적어도 한달에 한번 정례적인 모임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형식적인 의견수렴기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위원회 구성인물들이 자신들이 의결한 내용에 대한 반대의견을 내놓기가 어려워 사실상 지자체의 ‘방패막이’로 전략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들도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