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한겨레신문 31면에 전희식씨(농부·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라는 분의 기고문 '공장축산물을 매장하라!'를 읽으면서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소의 입장에서 본 구제역 사태, 한마디로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작은 결심을 하나 했습니다. "고기 좀 덜 먹고 살자. 적어도 '공장축산물'은 먹지 말자"는 소박한 결심입니다.

이런 맘을 먹으면서 불현듯 1950년대의 '무주무육일'이 생각났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상점가의 기둥에 써 붙인 '매주 수요일은 무주무육일'이라는 표어를 보고, 왜? 수요일 날은 술이 없고 고기가 없느냐고 궁금해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선친께서는 수요일에 고기와 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수요일 날에는 고기와 술을 먹지 말자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셨지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를 먹지 않기는커녕 일주일에 한 번 고기를 먹는다는 것이 가당치도 않았기 때문이지요. 무주무육일은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요즘 같으면 개그 감이지요.

어느 핸가 처음 미국을 방문했을 때, 길거리나 공공장소를 막론하고 비만한 사람들이 매우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미국영화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날씬한 여성(남성)을 도무지 눈을 씻고 살펴도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안내하던 교민에게 물었더니, 그런 사람들은 돈을 들여야 볼 수 있다며, 허허 웃고는 패스트푸드가 미국시민을 뚱보로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 웬만한 사정이 아닌 바에야 패스트푸드는 먹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도 그처럼 맛있다는 유명한 햄버거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뉴욕교외의 스테이크전문점에서 커다란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그때는 몰랐지요. 미국의 쇠고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말입니다. 얼마 전 피디수첩이 우리에게 보여준 미국식 소 사육방식이 얼마나 구역질나는 것이었습니까. 푸른 초원에서 카우보이가 소떼를 몰고 다니며 방목하는 줄만 알고 있던 우리들에게 똥오줌으로 범벅이 된 우리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소들을 보면서 받은 충격은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미국산 수입쇠고기는 먹지 않기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 구제역사태를 보면서, 우리도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에서 말한 전희식 선생의 입을 통해 소가 말하지 않습니까. "자동차에 기름을 넣듯 지금의 배합사료는 쇠고기 만드는 공장에 넣는 공업용 원료입니다. 우리는 원래 되새김 동물입니다. 위가 네 개인 우리는 되새김질을 해야 정상적인 순환작용, 소화작용을 합니다.

유전자조작(GMO) 옥수수를 갈아 만든 이따위 배합사료는 단백질 덩어리와 다름없습니다. 1:1로 균형을 이뤄야 할 오메가6 지방산이 오메가3보다 무려 66배나 많은 옥수수는 되새김질은커녕 목구멍을 넘기면서 흡수되어 버립니다. 우리의 몸은 망가지고 살만 찝니다. 막사 구석에 어지럽게 쌓여 있는 항생제들은 우리 몸뚱이를 지탱하는 의족이자 의수입니다. 우리는 늘 약물중독 상태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한우도 먹지 못하겠습니다. 어디 한우뿐입니까. 돼지도 그렇고 닭은 더하지 않습니까. 공장에서 제조(製造)되는 공장축산물은 이제 먹지 않겠습니다. 무주무육일을 매주 수요일이 아니라 음주식육일을 매주 한 번 이하로 줄여야 되겠다고 다짐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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